한국 소울 음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그룹사운드 데블스(Devils)가 오는 10월 1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이번 공연은 1960년대 후반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진 데블스의 음악 여정을 돌아보는 ‘60년 음악 시간여행’을 주제로 꾸며진다. 데블스는 리듬 파트와 브라스 섹션, 남녀 보컬로 구성된 10인조 소울 빅밴드 편성으로 무대에 오른다.
여기에 빈티지록 사운드를 선보이는 젊은 밴드 ‘썬셋 온 더 브릿지(Sunset On The Bridge)’가 합류한다.
한국 그룹사운드 1세대와 이를 현재의 감각으로 이어가는 젊은 밴드가 한 무대에 선다는 점에서 세대 간 음악적 만남으로도 주목된다.
한국 소울 음악의 산증인으로 평가받는 그룹사운드 데블스(Devils)가 오는 10월 1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에서 단독 공연을 연다. / 사진=데블스
맨발·망토…파격퍼포먼스 상징
데블스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였던 고(故) 김명길을 중심으로 1967년 ‘앰비션스(Ambitions)’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뒤, 1968년 데블스로 이름을 바꿔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파주와 왜관 등 미군기지촌 무대에서 실력을 다졌다. 당시 상당수 밴드가 팝과 록의 재현에 집중했던 것과 달리, 데블스는 기타·베이스·드럼에 색소폰과 트럼펫 등 브라스 사운드를 결합해 소울과 리듬앤드블루스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구현했다.
맨발로 무대에 오르거나 망토를 활용하는 등 파격적인 퍼포먼스도 데블스의 상징이었다. 이러한 음악성과 무대 연출로 데블스는 당시 ‘소울 음악의 대왕’으로 불렸다.
데블스는 1970년 서울 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회 플레이보이컵 쟁탈 보컬그룹 경연대회에서 구성상을 받았다. 당시 보컬 연석원은 가수왕상을 차지했다. 이를 계기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데블스는 1971년 첫 음반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그리운 건 너’와 고고클럽 전성기
1974년 발표한 2집은 데블스의 음악적 개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꼽힌다. 대표곡 ‘그리운 건 너’를 비롯해 소울과 록, 한국적 선율이 어우러진 곡들을 선보이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데블스는 닐바나와 마이하우스 등 당대의 대표적인 고고클럽 무대에서 활동하며 1970년대 청년문화의 한복판에 섰다.
서구의 소울 음악을 단순히 모방하는 데 머물지 않고 우리말 노래와 자작곡으로 소화했다는 점도 중요한 음악사적 성취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는 데블스에 대해 미국 흑인 대중음악인 소울을 밴드 형태로 온전히 구현했으며, 밴드의 자작곡 창작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시기에 여러 자작곡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데블스의 음악적 영향은 이은하와 윤승희, 정난이 등 1970년대 후반 훵크·디스코 가수들의 음악으로도 이어졌다.
영화 ‘고고70’이 불러낸 데블스
1980년 해체했던 데블스는 2008년 재결성해 앨범 ‘S.M.K 열한 번째’를 발표하고 공연 활동을 재개했다.
같은 해 개봉한 최호 감독의 영화 ‘고고70’은 데블스의 결성과 활동을 바탕으로 1970년대 고고클럽 문화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조승우와 신민아가 주연한 이 영화는 약 59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졌던 그룹사운드 시대를 다시 불러냈다.
창립자 김명길은 2020년 5월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가 일군 데블스의 음악은 후배 음악인들을 통해 계속 이어졌다.
데블스는 2022년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공로상을 받았다. 선정위원회는 데블스가 소울과 훵크를 한국적인 밴드 음악으로 정착시킨 공로와 후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데블스는 키보디스트 맹희재(사진위)가 리더를 맡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이번 공연에는 맹희재를 비롯해 기타 박철순, 베이스기타 조성수, 드럼 이명중이 리듬 파트를 구성한다. 브라스 섹션에는 트럼펫 최영윤, 트롬본 이경미, 앨토 색소폰 김동범, 테너 색소폰 강경남이 참여하며 진은실과 이근식이 보컬을 맡는다. / 사진=데블스
리더 맹희재, 10인조 소울 빅밴드
현재 데블스는 키보디스트 맹희재가 리더를 맡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맹희재를 비롯해 기타 박철순, 베이스기타 조성수, 드럼 이명중이 리듬 파트를 구성한다. 브라스 섹션에는 트럼펫 최영윤, 트롬본 이경미, 앨토 색소폰 김동범, 테너 색소폰 강경남이 참여하며 진은실과 이근식이 보컬을 맡는다.
네 명의 리듬 파트와 네 명의 브라스 연주자, 두 명의 보컬이 만들어내는 대편성 사운드를 통해 데블스 특유의 소울과 훵크, 고고 리듬을 되살릴 예정이다.
공연에는 빈티지록 밴드 썬셋 온 더 브릿지도 함께한다. 과거의 사운드를 박제된 추억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감각으로 해석하는 후배 밴드가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의 의미가 더욱 깊다.
이번 데블스 공연에는 "감정을 연주하고 메시지를 노래하는 락밴드"라는 슬로건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인디밴드 ‘썬셋 온 더 브릿지(Sunset On The Bridge,사진)’가 함께해 대한민국 1세대 그룹사운드와 신세대 밴드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은다/사진=데블스제공
한국 대중음악발전사 축소판
데블스가 걸어온 길은 한국 밴드 음악의 변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미군기지촌과 미8군 무대를 통해 유입된 서구 음악은 1970년대 고고클럽과 음반 산업을 거치며 한국적인 소울과 록으로 변모했다. 미8군 무대는 당시 새로운 음악과 연주법을 받아들이고 전문 음악인을 배출한 주요 통로였다.
데블스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브라스 중심의 소울 사운드와 독창적인 무대 연출을 선보였다. 이제 이들은 1970년대 고고클럽이 아닌 인디음악의 상징적인 공간인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새로운 세대와 만난다.
이번 공연은 원로 밴드의 과거를 회고하는 자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 소울 음악의 원류가 젊은 음악인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다시 현재의 음악으로 변주되는지를 확인하는 무대다.
미군기지촌에서 출발해 고고클럽과 음반, 영화와 음악상을 거쳐 홍대 라이브클럽에 도착한 데블스. 이들의 60년에 가까운 여정은 한국 대중음악이 외국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발전시켜 온 과정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 공연 정보
공연명: 데블스 단독 공연 — 60년 음악 시간여행
일 시: 2026년 10월 10일 오후 6시
장 소: 서울 마포구 홍대 롤링홀
출 연: 데블스, 썬셋 온 더 브릿지
데블스 편성: 리듬 파트 4명·브라스 4명·보컬 2명 등 10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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