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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샐러드] ‘사물(四物)놀이’는 정말 불교 사찰의 ‘사물(四物)’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10-16 13:40

사물놀이에는 꽹과리, 징, 장구, 북

사찰에는 범종, 법고, 목어, 운판

사물놀이는 흥과 신명으로 활력과 즐거움

사찰의 사물은 자비와 깨달음을 전달

 꽹과리, 징, 장구, 북 등 4가지 물건으로 연주하는 ‘사물(四物)놀이’에서 사물은 불교 사찰에서도 쓰인다.  / 사진=AI 활용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물(四物)놀이’는 꽹과리와 징, 장구와 북이 어우러진 흥겨운 가락은 듣는 이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그런데 ‘사물(四物)’이라는 이름이 불교 사찰에서도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사찰에도 범종·법고·목어·운판이라는 네 가 지 법구가 있다.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이 도구들은 단순한 의식용 기물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사물놀이와 사찰의 사물은 모두 네 가지 소리를 중심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물놀이의 직접적인 뿌리는 농악과 풍물에 있다. 사찰의 사물에서 비롯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두 전통은 흥미롭게 맞닿아 있다.

 

 

마당에서 무대로, 사물(四物)놀이의 탄생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사물놀이는 1978년 2월 28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의 소극장 ‘공간사랑’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 뿌리는 농촌 마을에서 농사일의 고단함을 달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연주하던 농악과 풍물에 있다. 마을 축제나 공동체 의식에서 펼쳐지던 풍물은 여러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고 행진하는 야외 중심의 음악이었다.


 풍물놀이는 농촌 마을에서 농사일의 고단함을 달래고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연주하던 농악과 풍물에 있다. / 사진=AI 활용 

그러나 도시화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전통 풍물이 펼쳐지던 환경도 달라졌다. 이에 김덕수(장구)를 비롯한 최종실(징), 이광수(북), 김용배(꽹과리)는 풍물의 핵심인 꽹과리·징·장구·북 네 가지 악기를 중심으로 가락을 정교하게 다듬어 현대적인 무대 공연으로 재구성했다. 

넓은 마당을 누비며 연주하던 풍물을 앉아서 연주하는 형태로 바꾸고, 악기마다 다른 리듬과 연주자들의 호흡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 것이다. 마당에서 울려 퍼지던 전통의 신명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은 셈이다.

 

‘사물놀이’라는 이름은 민속학자 심우성이 지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 악기의 소리는 저마다 자연현상을 닮았다고 전해지며, 이를 ‘운우풍뢰(雲雨風雷)’, 즉 구름·비·바람·천둥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북’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울림은 구름을, ‘장구’의 경쾌하고 변화무쌍한 가락은 비를, ‘징’의 길고 깊게 퍼지는 울림은 바람을, ‘꽹과리’의 날카롭고 강렬한 소리는 천둥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네 악기는 서로 다른 소리로 가락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한다. 꽹과리가 힘차게 가락을 이끌고 장구와 북이 리듬을 받쳐 주며, 징이 긴 울림으로 음악을 감싼다. 이처럼 네 악기와 연주자들의 호흡이 어우러질 때 사물놀이 특유의 역동적인 매력이 살아난다.

 

사물놀이의 네 악기 가운데 장구는 이름도 흥미롭다. ‘장구’와 ‘장고’ 중 어느 표현이 맞는지 헷갈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두 명칭이 함께 쓰이지만, 오늘날 한국 전통음악에서는 일반적으로 ‘장구’라고 부른다.

장구는 가운데가 잘록한 몸통의 양쪽에 가죽을 씌운 타악기다. 

양편의 가죽은 서로 다른 음색을 내며, 채와 손을 이용해 다양한 리듬을 표현한다. 장구와 장고의 명칭에는 여러 어원설이 전해진다. 노루 가죽과 개 가죽을 사용한 데서 ‘장구’라는 이름이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를 확정된 어원으로 보기는 어렵다.

 

 

불교에서는 사물(四物)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

 

범종(梵鐘) — 세상 모든 생명을 깨우는 종

사찰의 종각에서 만나는 거대한 범종은 네 가지 사물 가운데서도 깊고 웅장한 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종소리는 산자락을 넘어 멀리 퍼지며 번뇌에 잠긴 마음을 깨우고,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통적으로 아침에는 28번, 저녁에는 33번 종을 치는 풍습이 알려져 있으며, 이는 불교의 세계관과 관련해 해석된다.

범종의 소리는 단순히 시간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다. 한 번 울린 종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듯,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도봉산 망월사의 범종 / 사진=배성식 제공

 

법고(法鼓) — 땅 위의 생명을 위한 북

법고는 ‘법의 북’이라는 뜻이다. 주로 동물의 가죽을 씌워 만든 큰 북으로, 묵직한 소리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린다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땅 위를 살아가는 짐승과 모든 중생에게 그 울림이 닿기를 기원한다.

사찰에서는 법고를 두드리는 의식을 통해 말로 전하기 어려운 가르침을 소리로 표현한다. 

북의 크기만큼이나 깊게 퍼지는 울림은 듣는 이에게 힘찬 생명력을 전하면서도, 모든 존재를 향한 자비를 떠올리게 한다. 네 가지 사물 중 법고가 땅 위의 생명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사찰의 북소리가 한층 다르게 들릴 것이다.

 

목어(木魚) — 물속 생명과 깨어 있는 수행

목어는 물고기 모양으로 깎아 만든 나무 악기다. 속을 비워 공명하도록 만든 뒤 두드리면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물속에 사는 생명을 구제한다는 상징을 지니며, 수행자에게 늘 깨어 있으라는 가르침도 담고 있다.

이러한 의미는 물고기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옛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잠들지 않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도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다. 우리가 사찰에서 흔히 보는 작은 목탁 역시 목어에서 발전한 도구로 알려져 있다. 

목탁 소리가 예불과 독경의 리듬을 이끌어 가는 모습을 보면, 목어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수행의 정신과 연결된 도구임을 알 수 있다.


 경북 안동의 봉정사 만세루(덕휘루)에 있는 법고, 목어, 운판 / 사진=배성식 제공 

운판(雲板) — 하늘을 나는 생명을 위한 구름

운판은 구름 모양으로 만든 얇은 금속판이다. 두드리면 맑고 여운이 긴 소리가 나며, 하늘을 나는 새와 허공을 떠도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상징을 지닌다. 사찰에서는 공양 시간을 알리는 신호로도 활용되었다.

구름을 닮은 부드러운 곡선과 금속 특유의 청명한 울림이 특징이다. 범종과 법고가 묵직한 소리로 공간을 채운다면, 운판은 한결 가볍고 맑은 소리로 하늘을 향해 퍼져 나가는 듯하다. 그 안에는 세상의 어떤 생명도 부처님의 자비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사물(四物)이 전하는 하나의 메시지

 

범종은 깊은 울림으로 마음을 깨우고, 법고는 땅 위의 생명을, 목어는 물속의 생명을, 운판은 하늘을 나는 생명을 향해 소리를 전한다. 서로 다른 역할을 맡은 네 가지 법구는 모든 생명이 고통에서 벗어나 평화롭기를 바라는 하나의 염원으로 모인다.

이 점에서 사찰의 사물은 네 악기가 서로 호응하며 흥과 신명을 만들어 내는 사물놀이와도 닮아 있다. 사물놀이가 전통 가락으로 공동체의 활력과 즐거움을 전한다면, 사찰의 사물은 자비와 깨달음의 뜻을 전한다. 쓰임은 다르지만, 소리로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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