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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추녀 밑 ‘풍경’에는 왜 ‘물고기’를 달아 놨을까? : ‘형상’과 ‘소리’가 결합한 매력적인 사찰건축 장식물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3-27 15:12

쇳소리로 산짐승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시작

불교에서 물고기처럼 늘 깨어있는 수행자를 상징

물과 한 몸인 물고기를 통해 화재 예방을 기원

주변의 부정적인 기운을 정화하고 긍정의 에너지 제공

 사찰 추녀 끝에 걸린 물고기 모양의 '풍경'


사찰이나 암자 곳곳에는 다양한 동물 그림과 조각, 장식이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이 바로 ‘물고기’이다. 물고기는 잠을 자더라도 눈을 뜨고, 아가미와 지느러미를 쉬지 않고 움직여야만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불교에서는 이를 수행자의 삶에 비유하는데 즉, 수행자도 물고기처럼 늘 깨어있고 게으름 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대웅전이나 목탁, 풍경, 목어, 탱화 등에서 물고기 장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물고기를 통해 사찰이 물로 둘러싸여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화재를 예방하며 혹시 불이 나더라도 쉽게 꺼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중건된 사찰에서는 물고기 장식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는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사찰이 소실되고, 그 아픔과 간절한 바람이 함께 반영된 결과이다. 

결국, 물고기는 항상 깨어 수행하라는 교훈과 사찰 보호 및 재건의 염원을 동시에 담은 상징물이다.

 

특히 사찰이나 암자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風磬)’은 바람이 불면 작은 종 아래 ‘탁설(鐸舌)’이라고 하는 바람 판이 흔들리며 맑은 소리를 낸다. 아주 드물게 연 문양(연꽃)도 있으나 대부분 ‘어판’ 혹은 ‘어풍’이라고 불리는 물고기 모양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으킨다.

 

 오봉산 석굴암 적멸보궁에 걸린 '연 문양' 풍경


풍경소리는 바람이 연주하는 맑은 영혼의 소리로 고대 인도의 바람 종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불교가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에서는 ‘윈드 차임(Wind chime)’, 일본에서는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유리로 된 ‘후링’이 한국의 풍경과 유사하다.

 

먼저 풍경 끝에 달린 물고기를 올려다보자. 

그 뒤로 펼쳐진 푸른 하늘은 마치 끝없이 물이 가득한 강이나 바다처럼 느껴지고, 그 속을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가 떠오른다. 이 이미지는 풍부한 물을 상징하며, 목조 건물인 사찰을 화재로부터 지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행자 역시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부지런히 도를 닦아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풍경의 기원은 산속 사찰이나 암자를 지키기 위한 실용적 장치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쇳소리를 통해 호랑이나 늑대 같은 산짐승의 접근을 막고, 새나 뱀이 소리를 꺼리는 습성을 이용해 위험을 예방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풍경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부처의 깨달음과 불법을 널리 전하는 매개이자, 깨달음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등불, 그리고 고난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풍경의 맑고 은은한 소리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우리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과학적으로도 이러한 소리는 뇌파 중 알파파를 활성화해 심리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잡하고 소음이 가득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풍경 소리는 마치 명상 음악처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내면의 균형을 되찾게 돕는다. 

최근에는 풍경이 주변의 부정적인 기운을 정화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들이는 상징적인 요소로 여겨져 산과 인접한 주택이나 전원주택 뿐만 아니라, 도심 속 주거 공간에서도 풍경을 활용해 여유롭고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사찰에서 풍경 외에도 쉽게 눈에 띄는 물고기 모양의 ‘목어(木魚)’는 범종, 운판, 북과 함께 소리를 내는 ‘사물(四物)’ 가운데 하나로 물속의 모든 중생까지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고자 하는 불교의 깊은 자비와 염원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물고기 상징은 불교가 인도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티베트로 전해지고, 대승불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더욱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안동 봉정사' 만어대의 목어(좌)와 북(우)


그런데 이 목어보다 더 큰 ‘물고기 형상’이 사찰 안에 존재하는데, 바로 석가모니를 본존불로 모시는 ‘대웅전’이다. 법당은 불자들이 모여 수행하고 가르침을 배우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공간인데, 건물 외부를 자세히 살펴보면 정면에는 용의 머리, 반대편에는 물고기의 꼬리가 조각되어 있다. 

이는 잉어가 황하의 용문을 뛰어넘어 용이 된다는 고사 ‘어변성룡(魚變成龍)’에서 유래한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하면 중생 또한 부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사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법당은 대부분 목조 건물로 화재에 취약했다. 물고기는 물과 뗄 수 없는 한 몸과 같은 관계로, 물고기가 있다는 것은 주위에 물도 함께 존재함을 의미한다.


 용이 조각된 대웅전 / 안동 광흥사(좌), 서울 진관사(우)


한편 법당 안에서 사용하는 ‘목탁’ 역시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목탁은 불교 의식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로 물고기가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있는 모습에 빗대어 수행자가 늘 깨어있고, 게으르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사찰 속 물고기 형상은 ‘깨어있음’과 ‘끊임없는 수행’, 그리고 ‘누구나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음’이라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물고기 모양의 '목탁'

마지막으로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는 민간에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사찰에서 이런 그림들이나 조각들은 대부분 조선 중기, 임진왜란 이후 자주 나타나는데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 시대에 사찰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생존 전략이 필요했고, 백성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했던 시기다. 

당시 민간에서 유행하던 그림이나 조각들이 사찰로 몰려들기 시작했는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던 물고기도 자연스럽게 사찰로 진입하게 됐다는 것이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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