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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콘서트 임재범 “그저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누군가 삶에 에너지가 생겼다는 것에 참 감사”
박시현 기자 shpark559500@gmail.com
등록 2026-05-18 17:20
3시간 동안 20곡이 넘는 대장정 홀로 열창
객석 여기저기에서 “가수 계속해달라” 애원
노래중 객석응시…팬들 곳곳서 울음 터트려
“오랜시간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 이별인사
□ 임재범의 ‘진짜 마지막무대’ 현장
대한민국 가요계의 상징이자, 수많은 이들의 시린 가슴을 달래주던 거인이 마침내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 지난 40년 동안 거친 사자처럼 포효하고, 때로는 가장 깊은 심연의 목소리로 인간의 고독을 노래했던 가수 임재범. 그의 마지막 무대는 슬픔보다 깊은 감동과 여운으로 가득 찼다.
가수 임재범은 5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40주년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 서울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가요계를 떠났다.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번 공연은 올해 1월 그가 돌연 은퇴를 선언한 이후 맞이한 진짜 '마지막 무대'였다.
갑작스레 찾아온 5월의 무더위도,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마지막 걸음을 배웅하려는 남녀노소 관객들의 발길을 막아서진 못했다.
가수 임재범은 5월 1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40주년 콘서트 '나는 임재범이다' 서울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가요계를 떠났다/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제 음악인생 한페이지 정리”
1986년 밴드 시나위 1집으로 데뷔한 이래, 임재범은 독보적인 음색과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비상', '고해', '너를 위해' 등 무수한 명곡을 남기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40년 노래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 무대에 오른 그는 어느 곡 하나 허투루 뱉지 않았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였지만,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전성기 못지않게 뜨거웠다.
오프닝 곡 '내가 견뎌온 날들'로 포문을 연 그는 솔로 데뷔곡 '이 밤이 지나면'을 거쳐 신곡 '라이프 이즈 어 드라마'(Life is a Drama)에 이르기까지 약 3시간 동안 20곡이 넘는 대장정을 홀로 이끌었다.
객석 여기저기서 "계속 가수를 해달라"는 애원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임재범은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과 함께 달려온 40주년 투어의 끝이자 제 음악 인생의 한 페이지를 정리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전 그저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누군가의 삶에 에너지가 생겼다는 것에 참 감사했습니다. 더 이상은 없습니다. 오늘만큼은 슬퍼하기보단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받은 사랑만큼 더 돌려주기 위해 오늘도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는 단호했지만, 눈빛만큼은 객석을 향해 깊은 감상에 젖어 있었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도 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가슴에 담으려는 듯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팬들은 가수의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하려는 듯, 휴대전화 플래시 불빛으로 어두운 공연장을 은하수처럼 수놓았고, 목이 터져라 앙코르 떼창으로 화답했다.
지난 17일 마지막 콘서트를 끝으로 40년 노래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 무대에 오른 그는 어느 곡 하나 허투루 뱉지 않았다. 어느덧 6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였지만,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전성기 못지않게 뜨거웠다./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제 노래가 위로가 됐다면 충분“
공연 중반을 넘어서며 '너를 위해', '고해', '낙인', '사랑' 등 그의 인생을 대변하는 히트곡들이 쏟아지자 객석의 감동은 극에 달했다.
사실 임재범의 노래들은 대한민국 노래방에서 '한 번도 안 부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부른 사람은 없다'고 칭송받는 명곡들이다. 연인 사이에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금기곡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수많은 남성이 기어이 마이크를 잡고 목놓아 부르고야 마는 애증과 열망의 선율이기도 하다.
평소 방송 출연이 잦지 않아 무대 밖의 그는 늘 베일에 싸여 있었지만, 대중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임재범이라는 거대한 존재가 살아 숨 쉬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허리통증 에도 혼신의 무대
“'사랑'과 '고해'는 모두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노래입니다. 특히 '고해'는 아직까지도 이렇게 좋아해 주시고 열광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 통증 등 체력적인 한계가 눈에 띄었지만, 그는 앙코르 무대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소화해 냈다. 육체의 고통마저 예술로 승화시키는 순간이었다.
"오늘 저의 40년 음악 인생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제 노래가 여러분의 시간 속에서 때론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는 사실이 제게는 무엇보다 가장 큰 의미였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가 노래에 담는 마음이 여러분께 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40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순간이 스쳐 지나갑니다. 제가 걸어가는 길에는 언제나 여러분이 함께였습니다. 오랜 시간 곁을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가수 임재범이 마지막콘서트에서 인생 2막을 마주하는 소회를건넸다."끝이 아닌 또 다른 시간으로 걸어가려고 합니다. 보통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저는 떠나지만 제 음악은 여전히 여러분 곁에 다정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사진=블루씨드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 임재범'을 맞이하는 시간
스스로를 언제나 "사람을 이야기하는 가수이고 싶다"고 말해왔던 그는 이제 무거운 마이크를 내려놓고 평범한 '사람 임재범'의 삶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는 인생 2막을 마주하는 소회를 담담하고도 다정하게 건넸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시간으로 걸어가려고 합니다. 보통의 삶으로 돌아갑니다. 그간 공개적으로 알려져 딸과 함께 편안하게 다니지도 못했습니다. 이제는 숨지 않고 편하게 돌아다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떠나지만 제 음악은 여전히 여러분 곁에 다정하게 남아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임재범은 오랫동안 자신을 지켜준 관객들과 무대 뒤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을 향해 깊은 90도 인사를 건넸다. 그가 무대 뒤로 사라진 후에도, 불이 켜진 공연장을 떠나지 못한 팬들은 한동안 목놓아 "임재범"을 연호했다.
10대 시절부터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자라왔다는 한 40대 관객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지만, 그동안 그의 노래가 내 삶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며 "이제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보통의 인간으로서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거인은 무대를 떠났지만, 그가 40년간 심어놓은 위로의 멜로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가수 임재범'의 찬란했던 역사는 영원한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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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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