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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시간의 미공개 영상으로 되살린 '황제'…엘비스 다큐 7월 개봉, 아카이빙의 힘을 다시 묻다

이진호 기자 hoyadrum@naver.com

등록 2026-06-18 12:11

바즈 루어만 감독, 2천300여 개 자료 복원

전성기 공연장면 의상 표정등 그대로 소환

트로트 음악유산 보존에도 의미있는 메시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온몸으로 절창을 쏟아낸다. 볼을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 땀에 흠뻑 젖은 속눈썹, 환희에 겨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비명. 그 시절 무대의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2026년의 스크린으로 소환된다.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빛나는 순간들을 미공개 영상으로 엮어낸 다큐멘터리 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EPiC: Elvis Presley in Concert)'가 오는 7월 1일 극장 문을 연다. 지난해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 영상을 집대성한 영화가 전 세계 팬들을 뒤흔든 데 이어, 이번에는 엘비스가 반세기의 시간을 뚫고 스크린으로 귀환한다.

 

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속 한 장면7월 개봉되는 다큐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속 한 장면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삶 자체가 하나의 서사시

 

영화 원제의 'EPiC'은 엘비스 프레슬리 이름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면서, 동시에 그의 삶 전체가 하나의 웅장한 '서사시(Epic)'였음을 암시하는 이중적 작명이다.

작품 속에는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 '버닝 러브(Burning Love)' 등 시대를 관통하는 명곡들을 포함해 무려 70곡에 달하는 생생한 공연 실황이 담겼다. 여기에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연습실 풍경, 다채로운 인터뷰, 징집과 체포 소식을 전하던 당시의 뉴스 보도까지 더해져 엘비스의 생애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내레이션의 방식이다. 

타인의 평가나 회고가 아닌, "안녕하세요, 엘비스 프레슬리예요"라며 덤덤하게 입을 떼는 엘비스 본인의 육성이 극 전체를 이끈다. 음악과 인생을 향한 담백한 고백은 관객을 가장 찬란했던 1950~60년대의 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속 한 장면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속 한 장면. 루어만 감독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오디오 트랙과 2천300여 개의 영상 자료를 일일이 대조하고 복원하는 집념을 보였다.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거칠고 순수한 ‘무대의 황제’

 

"모든 곡을 처음 부르는 듯이 부른다"는 그의 말은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증명된다. 

짙은 남성미를 뿜어내면서도, 시종일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농담을 건네고 무대에 드러누워 자유롭게 몸을 맡기는 아이 같은 순수함. 이 압도적인 무대 장악력과 반전 매력은 왜 그가 당대 최고의 스타를 넘어 영원한 전설로 남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흩어져 있던 자료들 복원집념

 

'위대한 개츠비', '물랑 루즈' 등으로 시각적 황홀경을 선사해 온 바즈 루어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지난 2022년 전기 영화 '엘비스'를 연출하며 발견한 59시간 분량의 미공개 영상이 이번 프로젝트의 씨앗이 됐다.

루어만 감독은 뿔뿔이 흩어져 있던 오디오 트랙과 2천300여 개의 영상 자료를 일일이 대조하고 복원하는 집념을 보였다. 

인위적인 갈등이나 논란을 부각하는 흔한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과감히 버리고, 오직 '무대 위 엘비스'의 있는 그대로의 호흡을 전달하는 데 집중한 연출이다.

 

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포스터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콘서트'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트로트에 던지는 질문과 과제

 

이 영화가 단순한 추모 콘서트 필름을 넘어 주목받는 이유는 '아카이빙(기록 보존)'의 힘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 찰나의 무대가 오늘날 극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그 땀방울의 순간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붙잡아 온 치열한 기록의 결과다.

이는 한국 트로트 음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50~70년대 전성기를 풍미했던 트로트 명인들의 무대 영상과 녹음 자료는 아직도 상당수가 체계적인 보존 없이 방치되거나 소실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 트로트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를 추진하며 아카이브 구축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엘비스의 무대가 반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에도 심장을 뛰게 하듯, 소중한 우리 트로트의 역사 역시 단단한 아카이브를 통해 다음 세대, 나아가 세계와 깊이 공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이 위대한 기록물이 넌지시 던지고 있다.

오랜 팬들에게는 벅찬 감동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진정한 '무대 장인'의 품격을 확인하는 값진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7월 1일 개봉. 상영시간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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