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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K-POP·J-POP팝부터 트로트·엔카까지… 한·일 음악 교류 장르·세대 뛰어넘어 '신 르네상스' 조짐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6-21 10:38
한일가왕전등 통해 트로트·엔카 교류확대
신구 J-POP스타들 한국서 대형공연 러시
국내음원시장서도 J-POP 30%늘며 급성장
개인단위 활동에서 체계적 시스템 교류효과
국경을 허문 멜로디가 한·일 양국의 마음을 잇고 있다.
한때 특정 마니아층이나 인기 아이돌 그룹에 국한됐던 한국과 일본의 음악 교류가 이제는 장르와 세대를 뛰어넘어 전면적이고 체계적인 양상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과거 김연자, 계은숙 등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홀로 대한해협을 건너 개인의 역량으로 타국의 무대를 개척했다면, 지금은 양국의 방송 미디어와 음악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광범위한 문화 연대가 본격화되는 추세다.
음악 플랫폼 KT지니뮤직에 따르면 올 상반기 J-pop 장르 스트리밍 국내 최고 히트곡은 요네즈 겐시(사진)가 부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주제가 '아이리스 아웃'이 차지했다.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숫자가 증명하는 'J팝 신드롬'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단연 J-pop의 폭발적인 약진이다. 21일 음악 플랫폼 KT지니뮤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1일~6월 17일) J-pop 장르의 스트리밍은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 2년 전인 2024년과 비교하면 무려 57.5%나 급성장한 수치다.
국내 연간 음원 이용량이 2019년을 정점으로 매년 하락세를 그리는 가운데 특정 장르가 30% 가까이 급증한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올 상반기 국내 최고 히트곡은 요네즈 겐시가 부른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주제가 '아이리스 아웃'이 차지했다.
오피셜히게단디즘의 '프리텐더', 유우리의 '베텔기우스', 도미오카 아이의 '굿바이-바이', 요네즈 겐시의 '레몬'이 뒤를 이었다. 애니메이션의 탄탄한 서사를 입은 곡들이 K-pop 아이돌 음악과는 또 다른 결의 감성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차트 최상위권에 안착한 셈이다.
KT지니뮤직 관계자는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일본 가수의 내한 공연, 방송 출연 등으로 일본 대중음악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점을 J-pop 스트리밍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K-pop 아이돌 음악이 숏폼 챌린지와 온라인 바이럴에 집중하는 사이, 서사와 감성을 갈구하는 청취자들의 빈틈을 J-pop이 채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연장도, 라인업도 '풀스케일'
음원 시장의 성장은 자연스레 대규모 내한 공연 러시로 이어지고 있다. 오피셜히게단디즘은 'K-pop의 성지'로 불리는 1만석 이상 규모의 KSPO돔에서 오는 8월 또 한 번 무대에 오른다.
후지이 가제 역시 블랙핑크, 임영웅 등 정상급 K-pop 가수만 섰던 고척스카이돔에서 내년 1월 내한 공연을 확정했다. 킹 누, 바운디, 스키마 스위치, 오모이노타케, 백 넘버, 스파이에어 등 굵직한 이름들의 공연이 줄줄이 예정돼 있고, '원더리벳', '노웨어 2', 'XMF' 등 한일 뮤지션 교류를 내세운 음악 축제도 잇따라 열린다.
흥미로운 대목은 출연진의 스펙트럼이다.
밴드와 싱어송라이터 중심이었던 과거를 지나, 최근에는 8인조 걸그룹 큐티 스트리트부터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로 유명한 곤도 마사히코, SMAP 출신 기무라 다쿠야 등 왕년의 전설적인 남성 아이돌까지 내한 대열에 합류했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사랑받는 J-pop 가수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저마다 취향에 맞는 가수를 소비하는 문화가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짚었다.
MBN 한일가왕전에서 일본의 엔카가수 아즈마 아키가 한국 노래인 '모란동백'을 부르고 있다/사진=MBN '한일가왕전'
트로트와 엔카, 손을 맞잡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변화는 교류의 외연이 트로트와 엔카로 확장되며 중장년층의 마음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한일가왕전'과 같은 음악 프로그램은 J-pop과 엔카가 한국의 안방극장에, 트로트가 일본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J팝 가수가 한국 무대에 서고 양국 가수가 서로의 명곡을 재해석해 부르는 풍경은, 젊은 세대를 넘어 중장년 세대까지 국경과 언어의 장벽 없이 서로의 문화를 품어내는 정서적 토양을 만들어냈다.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방송이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문화 교류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셈이다.
밴드와 싱어송라이터 중심이었던 과거를 지나 '긴기라긴니 사리게나쿠'로 유명한 곤도 마사히코(좌), SMAP 출신 기무라 다쿠야(우) 등 왕년의 전설적인 남성 아이돌까지 내한공연 대열에 합류했다. /사진=주식회사 커튼콜·웨이즈비·라이브랜드 제공
한국은 세계로 가는 '지름길'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한국 시장은 단순한 '새로운 소비처' 이상의 전략적 의미를 지닌다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에서 TV 음악 프로그램과 팬 플랫폼 인프라가 가장 고도화된 'K-pop 본고장'에서의 활동은 더 넓은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큐티 스트리트는 대표곡을 한국어로 번안해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KBS '뮤직뱅크'에 출연한 뒤 인도와 북미 음원 판매량이 증가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소속사 아소비 시스템의 나카가와 유스케 대표는 한국에서부터 확산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언급하며, K-pop 음악 방송 출연 이후 기존에 반응이 없던 인도 시장에서 새롭게 반응이 생겨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일본의 J-pop스타 후지이 가제는 블랙핑크, 임영웅 등 정상급 K-pop 가수들만 섰던 고척스카이돔에서 내년 1월 내한 공연을 확정했다./사진=AEG 프레젠츠 제공
개인 시대서 시스템 시대로
K-pop과 J-pop, 그리고 트로트와 엔카가 서로의 무대를 오가며 빚어내는 화음은 산업적 파이를 키우는 것을 넘어선다.
과거 파편화됐던 개인 단위의 진출을 지나, 이제는 양국의 음악이 체계적인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적 텃밭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음악이라는 만국 공통어를 통해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함께 울고 웃는 지금, 한일 양국이 손을 맞잡고 써 내려갈 새로운 문화 교류의 르네상스는 이미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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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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