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60여 년 간 정부의 제도적 벽 넘지 못해 회원 이익 제한됐다.”
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공허한 약속 아닌 당장 회원 이익 실현”
“40년 친구 노래 도용”, “전임 회장 지지는 카르텔” 의혹도 격돌
□ 한음저협 회장 선거 2차 토론회 심층분석
제 25대 회장 후보자 토론회 / 사진 출처 = KOMCA 캡쳐
한국 대중음악의 심장부, 6만 여 저작권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의 차기 수장을 뽑는 제 25대 회장 선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지난 1차 토론회에 이어 열린 2차 토론회는 그야말로 ‘강 대 강’의 충돌이었다.
기호 1번 김형석 후보는 “검증된 네트워크와 대관 능력”을 앞세워 정부와의 협상력을 주장했고, 기호 2번 이시하 후보는 “12년 카르텔 청산과 실질적 징수”를 외치며 내부 개혁을 강조했다.
‘영향력’과 ‘실리’, ‘외부 확장’과 ‘내부 혁신’. 너무나 다른 두 후보의 주장을 주요 쟁점 별로 해부한다.
1. 출마의 변: “왜 나여야 하는가?”
토론의 포문을 연 것은 두 후보의 확연히 다른 ‘자기 정의’였다.
후보 1번 '김형석' / 사진 = KOMCA 캡쳐
김형석: “협회는 문체부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 후보는 협회의 위기를 ‘고립’으로 진단했다.
그는 “협회는 지난 60년 간 문체부라는 제도적 허들을 넘지 못해 회원의 이익이 제한됐다.”라며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정부·국회와 직접 소통하고 막힌 혈을 뚫을 수 있는 ‘급’이 되는 리더가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의 40년 음악 인생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협회를 위해 쏟아붓겠다며 ‘힘 있는 회장론’을 펼쳤다.
후보 2번 '이시하' / 사진 = KOMCA 캡쳐
이시하: “지금 당장 통장에 꽂히는 변화가 필요하다.”
반면, 그룹 ‘더 크로스’의 리더이자 현직 이사인 이시하 후보는 ‘현실’과 ‘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그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허한 약속이 아닌, 지금 당장 회원들의 통장과 삶이 바뀌는 변화를 만들겠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그는 “12년 간 특정 세력이 독점해 온 협회의 기득권 카르텔을 깨부수고 유명인이 아닌 일반 회원을 위한 협회를 만들겠다.”라며 ‘실무형 개혁가’ 이미지를 부각했다.
2. 최대 격전지: “돈을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OTT & AI) 회원들의 생계와 직결된 징수 문제에서 두 후보의 해법은 극명하게 갈렸다.
쟁점 ① 6년째 0원, OTT 사용료 징수
OTT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저작권료 징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해, 김 후보는 ‘원칙’을, 이 후보는 ‘속도’를 택했다.
김형석: “가정산 후 소송전, 헐값 합의는 없다.”
김 후보는 “OTT 징수 기준은 음원 스트리밍 등 타 매체와 연동되므로 헐값에 합의하면 전체 파이가 줄어든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 생계를 위해 ‘가정산(임시 지급)’을 신속히 진행하되 본 게임인 징수율 협상은 문체부 조정과 법원 판결을 통해 제 값을 받아내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또한, 행정소송 패소 후에도 무단 사용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고의성’을 입증해 형사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시하: “상생 협의체로 즉시 타결, 명분이 밥 먹여주나.”
이 후보는 “글로벌 스탠다드만 외치다 6년째 한 푼도 못 받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회원과 음악 감독이 직접 참여하는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서로 용인 가능한 선에서 빠르게 합의하고 돈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금 깎아주더라도 당장 받아내는 것이 회원들에게 이득”이라며, 징수 지연으로 인해 '매절 계약(저작권 자체를 출판사 등에게 일괄적으로 넘기로, 그 대가로 한 번에 큰 금액을 지급받는 방식)'이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 ② 다가오는 쓰나미, AI 저작권 대응
AI 학습 데이터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김 후보는 ‘법/제도’를, 이 후보는 ‘기술/징수 모델’을 강조했다.
김형석: “법적 입증 책임 강화와 TDM 저지”
김 후보는 문체부로부터 AI 사업자 징수 규정을 승인 받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미국과 독일의 판례를 들어 “AI 학습으로 인한 피해를 입증할 데이터를 축적하고,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조항 도입을 막아내겠다.”라고 약속했다. 아웃풋 단계에서의 제재를 법제화하는 ‘정책 투쟁’에 방점을 찍었다.
이시하: “매출의 0.5% 징수, 기술로 잡는다”
이 후보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그는 “유럽의 사적복제 보상금 논리를 적용해 AI 회사 매출의 0.5%를 징수하겠다.”라고 공약했다. 또한, AI 생성물이 범람해 인간 창작자의 몫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곡 등록 시 ‘프로젝트 파일’ 제출을 의무화하고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AI 생성곡’을 필터링 하겠다는 기술적 해법을 내놓았다.
3. 협회 운영과 복지: “투명성 vs 효율성”
쟁점 ③ 전문 경영인 도입과 이사회 구성
김형석: “당선 즉시 전문 경영인 제도를 도입해 책임 경영을 확립하겠다.”
김 후보는 회장은 대외 업무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전문 경영인은 내부 결재권을 갖는 권한 분산을 주장했다. 견제를 위해 감사 위원회와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시하: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 단계적으로 가자.”
이 후보는 1~2년 차에 CFO(재무)와 CTO(기술) 책임자를 먼저 선출해 시스템을 안정시킨 뒤, 3년 차에 CEO를 도입하는 ‘단계적 도입론’을 펼쳤다.
쟁점 ④ 복지, ‘재단 설립’인가 ‘현금 지원’인가
김형석 (복지재단 설립): 별도 법인인 ‘복지재단’을 설립해 기업 후원과 국고 보조금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원로 회원 일자리 창출과 전 회원 보편적 복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시하 (예산 절감 및 직접 지원): “협회 TV 광고 폐지(15억), 리모델링 중단 등 낭비되는 돈만 아껴도 복지 예산이 나온다.” 이 후보는 확보된 재원으로 65세 이상 원로 연금을 100만 원으로 즉시 상향하고, 젊은 창작자들에게는 장비 구입비 등을 지원하는 ‘창작 지원금’ 신설을 약속했다.
4. 난타전: “표절 의혹” vs “카르텔 행동대장”
토론 후반, 후보자 검증 시간은 네거티브 공방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40년 전 친구 노래 도용?” vs “오해 풀고 공동 저작권 등록”
사회자는 회원 질의 형태로 김형석 후보에게 1987년 ‘이별 연습’이라는 곡이 친구의 곡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대학 시절 친구의 멜로디를 차용했고 당시엔 구두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시절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해외 출장 중에도 연락해 사과했고 공동 작곡자로 등록해 저작권료 50%를 소급 지급하며 원만히 해결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친구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 다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전임 회장 카르텔의 일원?” vs “명백한 허위이자 네거티브”
이시하 후보는 ‘카르텔 의혹’으로 공격 받았다. 김형석 후보 측은 이 후보가 전임 회장 체제하에서 수억 원의 회의비를 받았고, 현재도 특정 라인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회의비 5억 수령설은 명백한 허위이자 네거티브”라고 일축했다. 그는 “어떤 이사도 그 같은 금액을 수령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카더라로 공격하는 것은 멈추라”라며, “직원들이 특정 후보의 공약집을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카르텔이다. 그 세력을 등에 업지 않은 내가 당선되는 것이야말로 카르텔 청산”이라고 반격했다.
5. 글로벌 전략: “K-저작권의 영토 확장”
마지막으로 두 후보는 K-POP의 위상을 저작권 수익으로 연결할 글로벌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형석: “국가가 밀어주는 K-저작권”
김 후보는 “K-POP의 80%가 외국 작곡가 곡인 현실을 바꿔야 한다.”라며 국고 보조금을 유치해 대규모 송 캠프를 열겠다고 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과의 협업 등 자신의 인맥을 과시하며, 협회 내에 해외 세일즈 플랫폼(SPC 등)을 만들어 회원들의 곡을 전 세계에 직접 세일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시하: “발로 뛰는 징수... 송 올림픽 개최”
이 후보는 “동남아, 중동 등 징수 취약지에 직원을 주재원으로 파견해 100억 원 이상의 누수된 저작권료를 찾아오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전 세계 작곡가들이 모이는 ‘송 올림픽’을 개최하고, 현장에서 공격적인 비즈니스 매칭을 통해 K-POP 생태계로 자금을 유입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총평] 당신의 한 표, ‘실리’인가 ‘비전’인가
이번 2차 토론회는 두 후보의 장단점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기호 1번 김형석은 ‘큰 그림’을 그렸다. 그는 협회의 문제를 내부 시스템이 아닌 ‘외부와의 단절’로 보고,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정부와 협상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호소했다. 그의 공약은 다소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 여부가 관건이다.
기호 2번 이시하는 ‘디테일’에 강했다. 그는 협회 규정과 예산 구조를 꿰뚫고 있었으며, 구체적인 수치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며 회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었다. 그의 공약은 즉각적인 효능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선택은 유권자인 6만 회원의 몫이다.
“문체부 장관을 만나 담판을 지을 수 있는 회장”을 원한다면 김형석을, “협회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내 통장에 돈을 넣어줄 회장”을 원한다면 이시하를 선택할 것이다.
한음저협의 향후 4년, 나아가 한국 음악 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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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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