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톱티어 김주이·아이돌 출신 소유미, '트로트의 벽' 에 좌절…그들의 도전은 값졌다 [현역가왕3]
박시현 기자 shpark559500@gmail.com
등록 2026-02-25 09:39
현역가왕3, 두 다크호스의 도전과 아쉬운 퇴장
최선을 다한 무대였지만 현실의 벽 넘지 못해
무대에서 보여준 명장면 관객들에겐 기억될것
24일 방송된 MBN '현역가왕3' 준결승전을 끝으로 10명의 결승 진출자가 최종 확정됐다. 시즌 내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두 출연자, 국악계의 전설 김주이와 아이돌 출신 소유미가 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급 위치에 있던 두 사람의 탈락은 단순한 경연 결과를 넘어 트로트라는 장르의 독자성과 깊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김주이 '현역가왕3'
기네스 소리꾼, 트로트 무대에 서다
김주이는 이번 시즌 등장 자체가 화제였다. 23년 경력의 국악인으로, 만 4세에 소리를 시작해 8세에 동편제 수궁가를 완창하고, 10세이던 2003년에는 수궁가와 심청가를 무려 9시간 20분 연창해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국악계 최연소·최장시간 판소리 완창 세계기록 보유자라는 타이틀은 그 어떤 수식어보다도 강렬하다. JTBC 국악 크로스오버 서바이벌 '풍류대장 —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에서 최종 4위를 기록하며 대중과의 접점도 이미 넓힌 바 있었다.
그런 그가 현역가왕3 무대에 오르며 던진 말은 선전포고에 가까웠다. "'현역가왕2'에 김준수가 있다면 '현역가왕3'에는 김주이가 있다." 그 포부를 뒷받침하듯, 첫 무대에서 선곡한 '가시리'는 강철 성대에서 터진 국악적 울림과 파워풀한 구음으로 마녀 9인의 인정을 이끌어냈다. 원곡자 서주경이 "국악 버전의 '가시리'는 상상도 못했다"며 눈물을 흘릴 만큼, 그 무대는 단순한 장르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한국 전통 성악의 저력을 대중 앞에 다시 세우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본선 1차전에서는 정미애의 부상 하차로 급하게 합류하는 상황까지 겪으며 흔들림 없는 프로 정신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연이 깊어질수록 트로트 특유의 정서, 꺾기와 흘리기의 미학이 판소리의 힘과는 다른 언어로 작동한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탈락 후 김주이는 "마음은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우리 소리를 알리겠다"는 의연한 소감을 남겼다. 그 한마디에서 아쉬움보다 사명감이 먼저 읽혔다.
소유미 '현역가왕3'
아이돌의 DNA, 트로트 위에 펼쳤다
소유미는 무대에 서기 전부터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히트곡 '어머나'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소명의 딸이라는 배경이 먼저 알려졌지만, 그의 이력은 그 한 줄로 설명되기엔 너무나 굴곡지고 풍부하다.
2009년 엠넷과 일본 업프런트가 공동으로 진행한 한·일 합작 오디션 '대동경소녀'에서 최종 15인에 선발됐고, 이듬해 김창환 프로듀서의 손에서 3인조 걸그룹 VNT로 데뷔했다. 이후 김창환 사단의 5인조 후속 걸그룹 '비바걸스' 데뷔조에 합류했지만 프로젝트가 무산됐고, 함께했던 동료들은 훗날 달샤벳, 나인뮤지스, 헬로비너스, 우주소녀 등으로 뻗어 나갔다. 2013년에는 4인조 걸그룹 키스&크라이로 다시 한번 아이돌의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5년, 트로트곡 '흔들어주세요'를 들고 장르 전향을 선언했다. VNT부터 키스&크라이까지 이어진 궤적은 K팝 산업의 냉혹한 생리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가수의 생존기이자 성장기다.
아이돌 시절 갈고 닦은 퍼포먼스 DNA는 현역가왕3 무대에서 유효했다. 2020년 복면가왕에서 '와인'이라는 가명으로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실력을 공인받은 그는, 본선 1라운드 11위라는 방출 위기에서 이재민의 '골목길'을 택해 파워풀한 댄스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심사위원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본인이 가장 편안해하는 모습을 봤고, 너무나 안정적이고 뽐낼 것 다 했다." 그러나 퍼포먼스에 강점을 둔 스타일이 트로트의 감성적 깊이와 맞닿는 지점에서 결국 한 걸음이 모자랐다. 탈락 소식에 소유미는 "노래가 본업임을 다시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들의 경연 명장면 기록될것
김주이와 소유미의 탈락은 뼈아프지만 의미심장하다. 국악의 기(氣)와 아이돌의 ‘끼’ 각자의 분야에서 최정상에 가까운 두 사람이 트로트 앞에서 멈춰 섰다는 사실은, 트로트가 단순히 '쉬운 장르'나 '대중적 포맷'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트로트는 한국인의 정서가 수십 년에 걸쳐 농축된 독자적 언어다. 기술과 퍼포먼스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두 사람의 도전은 비록 결승 진출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현역가왕3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 소중한 자산이었다. 국악 소리꾼의 혼이 담긴 '가시리'와 아이돌 출신의 폭발적 '골목길'은 시즌이 끝난 뒤에도 오래 회자될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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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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