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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베트남 단독콘서트 송가인, 필리핀 가는 정혜린… K-트로트의 세계화 본격화 된다.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4-09 11:13

송가인, 5월 호치민서 ‘가인달’ 단독 공연

정혜린도 필리핀 페스타에 참여 헌정무대

2026한일 가왕전서도 일본시장 공략 시동

‘국내용’ 한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 탐색

K-트로트의 물결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흐르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의 공연장에서는 ‘가인달’이 뜨고, 마닐라의 무대에서는 ‘샤르르 샤르르’가 울려 퍼진다. 도쿄에서는 ‘한일가왕전’이 현지 MZ세대를 흡입하고, 미주와 오세아니아에서도 트로트 가수들의 발자국이 찍히고 있다.

한때 ‘아저씨 음악’, 혹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장르가 이제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대표하는 콘텐츠로 재평가받고 있다. K-팝이 ‘시스템’으로 세계를 제패했다면, K-트로트는 ‘감성’으로 세계를 파고들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산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장르 단위의 구조적 확장이라는 것, 지금 그 증거들이 속속 쌓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의 승부수


그 선두에는 역시 ‘트로트 퀸’ 송가인이 서 있다.

오는 5월 16일, 베트남 호치민의 ‘더 그랜드 호짬’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가인달 The 차오르다’는 단순한 해외 공연을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 자체가, K-트로트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치밀한 행보다.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국악 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와의 협연이다. 판소리·산조·굿 음악 등 한국 전통음악의 원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실력파 팀과 함께, 송가인은 트로트가 지닌 한국적 정체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요즘 가요계에서 ‘세계화’를 구호처럼 외치는 흐름 속에서, 그녀의 선택은 가장 정석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소리 하나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기개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대표곡 ‘가인이어라’가 국내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수록된 이후 처음으로 갖는 대형 해외 무대라는 점은 이번 공연의 무게를 한층 더한다. 단순한 흥행 무대가 아니라, K-트로트의 ‘문화적 공식 인정’을 해외 무대에서 직접 선언하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송가인이 오는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사진=제이지스타 

트로트 '우정의 언어'가 되다


트로트가 지닌 치유와 공감의 힘은 필리핀 마닐라에서도 여실히 증명될 예정이다

‘미스트롯4’를 통해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른 정혜린이 4월 11일, 마닐라 뮤직 뮤지엄에서 열리는 ‘SBTown Music Fiesta 2’ 무대에 오른다. 특유의 밝고 따뜻한 목소리로 국내에서 챌린지 까지 유행하며 주가를 높이고 있는 신곡 ‘샤르르 샤르르’를 노래하며 현지 관객의 마음을 녹일 그녀의 무대는, 그러나 단순한 해외 쇼케이스가 아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필리핀 원정군(PEFTOK)의 역사적 헌신을 기리는 뜻에서, 참전 용사의 후손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된다. 트로트가 양국 간의 역사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우정의 언어가 되는 것이다. 신예 가수가 보여줄 이 깊은 울림은, K-트로트의 저변이 이제 인문학적 맥락까지 아우를 만큼 성숙했음을 말해준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이 있다. 송가인처럼 팬덤을 결집시키는 단독 콘서트형이 아니라, 현지 페스티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역사적 맥락과 결합하는 정혜린 방식, 이것이 이번 사례의 진짜 포인트다. K-트로트의 해외 진출이 단 하나의 공식이 아니라, 복수의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가수 정혜린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되는 SBTown 뮤직 피에스타에 출연 한국 트로트의 위상을 알린다/사진=밀라그로  

진출 방식의 다변화 희망적


실제로 지금 K-트로트의 해외 무대를 보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다섯 갈래나 된다.

팬덤을 기반으로 정통성을 강조하는 단독 콘서트형(송가인·임창정), 현지 대중과 자연스럽게 접점을 넓히는 페스티벌 참가형(정혜린), 역사·외교적 맥락을 음악에 입히는 문화교류형(정혜린 PEFTOK 연계), 미디어를 통해 현지 팬덤을 구조적으로 만들어가는 TV 포맷형(한일가왕전), 그리고 아시아를 거점으로 미주·오세아니아까지 밀어붙이는 투어 확장형(임창정, 베트남→미국→호주)이 바로 그것이다.

K-팝이 팬클럽·음반·투어로 이어지는 치밀한 시스템을 만들어 세계를 제패했듯, K-트로트도 이제 진출 방식의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하나의 루트가 아니라 다섯 갈래의 전략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K-트로트 해외 확장의 가장 중요한 신호다.

 

일본 열도에 트로트 열기 심다


트로트의 해외 무대에서 일본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4월 14일 시즌3 첫 방송을 앞둔 ‘2026 한일가왕전’은 시즌 1·2에서 구축한 강력한 팬덤을 발판으로 다시 한번 일본 열도를 흔들 준비를 마쳤다. 일본의 전설적인 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멘토로 합류하며 화제를 모은 이번 시즌은, 전유진·린·박서진 등 이 특별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이번시즌에서 대표선수로 출전할 홍지윤 차지연 이수연 김태연등 TOP7 가수들이 일본 현지 MZ세대까지 사로잡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엔카의 고장에서 한국의 트로트가 당당히 주류 음악으로 인정받는 풍경은, 양국 대중문화 교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사실 트로트와 엔카는 같은 시대적 토양에서 자란 동아시아 대중음악의 닮은꼴 두 줄기다. ‘한일가왕전’이 만드는 이 흐름은 단순한 예능 성과를 넘어, 두 장르의 문화적 연대를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선행 투자다. 


2026 한일가왕전이 4월14일 첫 방송을 앞두고 한국 국가대표 7인의 단복을 공개했다/ 사진=크레아스튜디오 

현지인 공략위한 전략 구축해야


이같은 현상은 물론 갈 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하다. 

아시아 전역으로 공연 지도가 넓어지고 있고, 진출 방식의 다변화로 각 시장에 맞춤형 접근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전통음악·역사·감성을 아우르는 ‘문화 콘텐츠’로서의 트로트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숙제도 공존한다. 한인 교민 시장을 넘어 현지 일반 대중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지어 콘텐츠 제작과 스트리밍·영상 플랫폼을 통한 해외 유통 체계도 여전히 미비하다. 체계적인 해외 팬덤 커뮤니티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트로트는 오랫동안 ‘우리 안의 음악’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베트남 관객은 송가인의 애절한 음색에 함께 눈물짓고, 필리핀의 청중은 정혜린의 무대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언어는 달라도, 감정은 통한다. K-트로트의 세계화는 이제 구호가 아니다. 이미 무대 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베트남 밤하늘에 차오를 ‘가인달’의 빛이 K-트로트가 써 내려갈 새 역사의 서막이 되기를 기대한다. 한국의 혼이 담긴 소리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각인될 그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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