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안성훈과 ‘후니애니’] 주먹밥집 청년이 왕관을 쓰기까지 꿋꿋이 곁을지키며 함께 쓴 ‘기적의 서사’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4-22 11:57
‘경연 중도탈락에도 주먹밥집 찾아와 격려
꺾이지 않은 민트빛 물결 12년 한길 동행
지난해 첫 단독콘서트 전석매진으로 화답
'만원의 행복' 켐페인등 기부 봉사도 적극
□ 트로트 팬덤탐구 : 그들이 사는세상 / 15, 안성훈과 ‘후니애니’
데뷔 11년의 무명 시절, 주먹밥집청년으로 8년, 두 번의 오디션 도전, 그리고 마침내 차지한‘진(眞)’의 왕관. 이젠 트로트스타로 불리는 안성훈의 기록은 화려한 스타의 탄생기라기보다, 가장 척박한 현실에서 길어 올린 기적과 같은 서사에 가깝다. 어떤 각본도 이보다 더 극적으로 그려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안성훈은 데뷔 11년의 무명 시절, 주먹밥집청년으로 8년, 두 번의 오디션 도전, 그리고 마침내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진(眞)’을 차지했다/사진=토탈셋 제공
하지만 그 고독했던 분투의 현장에는 언제나 자리를 지키던 이들이 있었다. 안성훈이라는 이름 뒤에서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민트빛 응원을 보내온 팬덤 ‘후니애니(Hooni-Annie)’다. 그들은 안성훈의 가장 아픈 시간을 함께 견뎠고, 마침내 그가 왕좌에 오르던 날 함께 울었다.
트롯뉴스 기획 시리즈 [팬덤탐구: 그들이 사는 세상] 그 열다섯 번째 주인공은 가수 안성훈과 그의 영원한 동반자 후니애니가 빚어낸 뜨거운 연대의 기록이다.
‘오래오래’노래처럼 오랜 무명
2012년, ‘오래오래’라는 싱글 한 장을 들고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데뷔 이후의 세월은 곡 제목과는 달리 무대와 멀리 떨어진 녹록치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러니하다. ‘오래오래’라는 노래가 나온 뒤, 정작 오래오래 무명이 이어졌다는 것이. 하지만 돌아보면, 그 시간이 안성훈이라는 가수를 빚은 가마였다.
세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부에 재학 중이던 2012년부터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가수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무모했던 시절, 그는 그 무모함을 택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수입은 없었고, 무대는 줄어들었다.
‘응원쪽지’가 다시 마이크 잡게해
안성훈은 결승전 무대에서 직접 회상했다.
“2012년에 데뷔했는데 1년 반 만에 가수를 관뒀다. 막상 시작해 보니 현실적인 문제에 많이 부딪히고 전혀 수입이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와 주먹밥집을 했다.”
무대 의상 대신 앞치마. 마이크 대신 주먹밥 반죽 손. 이것이 ‘주먹밥쿵야’라는 별명의 탄생 배경이다. 2021년까지 평택시에서 주먹밥집을 운영했다. 약 8년의 시간이다.
어머니와 주먹밥짐을 할때의 안성훈/사진=안성훈 SNS
트로트 가수가 꿈이었지만, 어머니와 함께 새벽부터 주먹밥을 빚어 팔아야 생계가 이어졌다. 그 시간을 버텼다.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미스터트롯 시즌1이 끝나고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 메시지와 쪽지를 사 와서 ‘힘내세요’를 적어두고 가셨다”고 회상했다.
오디션에서 탈락한 뒤, 팬들이 주먹밥 손님이 되어 그의 가게를 찾아온 것이다. 쪽지 한 장, 응원 메시지 하나. 그것이 안성훈이 다시 마이크를 잡게 한 결정적인 힘이었다.
‘후니애니’의 서사는 이미 그때 시작됐다.
미스터트롯2 ‘쌈닭’의 탄생
2023년 미스터트롯2. 재도전자 신분으로 현역부A에 편성된 안성훈은 본선 1차전에서 탈락한 다른 재도전자들과 달리 결승전까지 진출, 대국민 투표 1위까지 기록하는 등 강력한 TOP7 후보로 급부상했다.
별명 ‘쌈닭’은 심사위원 장윤정이 붙여줬다. 경연에서 1:1 대결을 할 때마다 강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1 본선 2차전에서는 이찬원, 미스터트롯2 본선 2차전에서는 박서진, 본선 4차전에서는 진해성을 선택했다.
안성훈이 10년 지기 진해성을 지목했을 때, 진해성은 “사실 피하고 싶은 형님이었는데”라고 말해 현장을 술렁이게 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상대를 직접 골라 붙는 그 태도. 강자와의 정면 승부를 마다하지 않는 투지가 ‘쌈닭’이라는 별명을 완성했다.
미스터트롯2 경연에서 경연에서 안성훈은 1:1 대결을 할 때마다 강자를 선택 '쌈닭'이란 별명이 생겼다/사진=TV조선
마스터 장윤정은 “안성훈씨는 어떤 노래든지 자기 옷으로 바로 만들어 입을 사람이구나, 천재성을 발견했다”고 극찬했다. 마스터 김연자는 “큰 단점이 없는 게 중요한데, 안성훈씨는 단점도 없는데 장점투성이인 게 무섭다.”고 평하기도 했다.
결승전 파격선곡으로 승부수
결승전 인생곡 미션에서 안성훈은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를 선곡했다.
트로트 경연의 결승전은 보통 가수의 기교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정통 트로트나, 관객의 흥을 돋우는 세미 트로트를 선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안성훈이 택한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깊은 성악적 발성이 필요한 클래식 팝(Crossover Pop) 성향이 강한 곡이었다.
안성훈은 마스터 총점 1288점, 온라인 응원 투표 700점, 실시간 문자 투표 1500점으로 총 3488점을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 점수에서 최고 100점, 최저 97점. 사실상 만점에 가까운 점수였다.
우승 직후 소감에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 낳아주시고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 주먹밥집에서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일했던 어머니를 향한 말이었다. 팬카페는 그 순간 눈물바다가 됐다. 기다린 시간이 오래됐기에, 터진 감정도 그만큼 컸다.
‘극세사 트롯’ 새로운 문법쓰다
안성훈의 음역대는 ‘여성의 키’를 안정적으로 소화할 만큼 높다. 따라서 이미자나 주현미 같은 여성 명인의 곡을 자신의 장기로 삼는다.
그러나 그를 단순히 ‘고음 가수’로 규정하는 건 절반의 설명이다.
트로트 특유의 꺾기와 비브라토를 과하게 쓰지 않고 곡의 흐름에 맞춰 필요한 곳에만 자연스럽게 얹어내는 창법, ‘극세사 트로트’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섬세하고 가늘되, 끊어지지 않는 실처럼. 안성훈의 목소리는 과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듣게 된다. 팬들이 “노래를 틀면 끌 수가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그 창법 안에 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가수
미스터트롯2 우승 이후 안성훈은 멈추지 않았다.
미스트롯3, 미스터트롯3 심사위원을 거쳐 미스트롯4에도 선배 마스터 군단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도전자에서 심사자로. 트로트계의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더 주목할 행보는 따로 있었다. MBC 예능 ‘1등들’에 10번째 1등 가수로 합류한 안성훈은 등장과 동시에 현장의 공기를 바꿔놓았다. 장윤정은 그를 “장르를 초월하는 전천후 가수이자 기복 없는 완벽한 실력자”로 소개하며 다른 출연자들에게 “조심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훈은 미스터트롯2 '진'자격으로 MBC '1등들'프로그램에 참여했다/사진=MBC '1등들'
안성훈은 “살면서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순간 같다”고 웃으며 그 긴장을 유머로 받아냈다. 트로트가 아닌 일반 가요 오디션에 뛰어든 트로트 진. 이 선택이 ‘안성훈의 때’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KBS1 ‘아침마당’ 수요일 코너 ‘도전 꿈의 무대’에 새로운 고정 패널로 발탁된 안성훈은 “수요일 아침마다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설레고 긴장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2년 내공 폭발한 ‘ANYMATION’
2025년 12월,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홀에서 열린 첫 단독 콘서트 ‘ANYMATION’. 전석 매진의 열기 속에서 그는 정통 트로트를 비롯해 발라드, 록, 댄스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쏟아냈다.
그리고 4개월 뒤. 2026년 4월 4일부터 이틀간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대강당에서 앙코르 콘서트 ‘ANYMATION in 서울’이 열렸다. 안산 공연 당시 팬들의 끊임없는 재공연 요청에 응답한 자리였다.
안성훈이라는 이름 뒤에서 한순간도 흔들림 없이 민트빛 응원을 보내온 팬덤 ‘후니애니(Hooni-Annie)’다. 그들은 안성훈의 가장 아픈 시간을 함께 견뎠고, 마침내 그가 왕좌에 오르던 날 함께 울었다./사진=토탈셋 제공
서울 공연은 대북과 국악을 이용해 웅장한 울림을 전한 ‘울 엄마’로 시작해 ‘엄마꽃’, ‘위스키 온 더 록’, ‘추억으로 가는 당신’, ‘비상’, ‘길이 다르니까’, ‘사랑해요’ 등 다채로운 세트리스트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댄스 메들리와 록 명곡 메들리로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것은 물론, ‘인간극장’ 콘셉트의 공연 준비기, 요리 도전기, 숏터뷰 등 재치 넘치는 VCR 영상으로 팬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안성훈은 소속사를 통해 “항상 힘이 되어주는 ‘후니애니’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과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도 좋은 음악으로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다”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보컬과 닮은 꼴 ‘민트빛 물결’
팬덤 ‘후니애니’의 공식 팬카페는 2020년 3월 5일 개설됐다. 미스터트롯1 경연 중 탄생한 이 팬덤은, 안성훈이 탈락한 뒤에도 흩어지지 않았다.
그 팬들이 주먹밥집 손님이 됐다. “힘내세요” 쪽지를 남겼다. 3년을 기다렸다.
미스터트롯2 경연 내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압도적인 화력으로 응원했다. 우승 순간, 팬카페는 눈물바다였다. 무명 시절을 함께한 팬들에게 그날의 왕관은 단순한 경연 결과가 아니었다. 함께 버텨낸 세월의 증명이었다.
상징색 민트. 팬덤 컬러인 민트색은 안성훈의 각종 브랜드 협업 패키지에도 그대로 적용될 만큼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사진=토탈셋 제공
상징색 민트. 팬덤 컬러인 민트색은 안성훈의 각종 브랜드 협업 패키지에도 그대로 적용될 만큼 확고한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청량하고 깨끗한 그의 보컬과 닮은 이 색깔이 경연장을 물들이고, 공연장 야광봉이 되고, 협업 제품의 메인 컬러가 됐다.
‘만원의 행복’이 만드는 기적
‘후니애니’의 대표 활동은 ‘만원의 행복 통장 캠페인’이다. 팬들이 매달 만 원씩 정성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정기 기부 프로젝트.
안성훈은 팬클럽 ‘후니애니’와 함께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번 기부는 안성훈과 팬들이 매월 함께 진행하고 있는 ‘만원의 행복 통장 캠페인’을 통해 사전에 모금된 금액으로 이루어졌다.
‘후니애니’ 경상 지부는 사단법인 사랑해밥차 대구를 찾아 끼니 해결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급식 성금을 전달했다. 서울 지부는 강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이웃 돕기 성금을 기탁했다.
안성훈 팬카페 '후니애니' 기부 증서 / 사진=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제공
2025년 12월에는 안성훈의 단독 콘서트 개최와 생일을 기념해 후니애니 회원들이 만원의 행복 통장 기금으로 안성시청에 성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 안성훈은 현재 안성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며, 매년 연말마다 재난 현장 지원을 비롯해 굿네이버스, 지역 나눔복지재단, 지역 사회복지관, 소외계층, 경로당 등 다양한 분야에 꾸준한 기부와 나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수의 생일을 지역사회 기부로 기념하는 팬덤. 단순한 응원을 넘어 사회적 실천의 주체로 진화한 ‘후니애니’의 모습이다.
송가인 동료, 진해성의 선배
송가인과 과거 같은 소속사 동료로 무명 생활을 같이 보내며 행사도 같이 다녔다고 한다.
친누나 같은 존재였다고. 송가인이 미스트롯1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때, 안성훈은 여전히 주먹밥집에 있었다. 같은 무명 시절을 공유한 두 사람이 각자의 시간에 꽃을 피웠다는 점도 흥미로운 서사다.
진해성과는 같은 해에 데뷔해 10년 지기 관계다. 경연장에서 서로를 가장 피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정면 승부를 택하는 두 사람의 케미는 미스터트롯2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박지현이 안성훈의 열성 팬이었다고 한다.
팬이었던 사람이 같은 경연에서 선(2위)을 차지하며 동료가 된 이 관계, 트로트업계서 보기 드문 서사 구조다.
어떤 팬덤 보다 긴 서사를 품다
마스터 장윤정이 미스터트롯2 경연 중 안성훈에게 한 말이 있다.
“시즌1 때는 때가 아니었나 봐요. 지금이 안성훈의 때인 것 같다.”
이 말을 뒤집어 읽으면 이렇다. 오래 기다린 사람에게만, ‘때’가 온다.
‘후니애니’는 특별한 서사를 공유한다. ‘미스터트롯1’에서 탈락하던 날 함께 눈물지었고, 주먹밥집 소식을 들으며 묵묵히 응원을 보냈고, 3년을 기다려 ‘미스터트롯2’의 무대에서 마침내 ‘진(眞)’의 왕관을 함께 썼다.
미스터트롯2 경연에서 마침내 우승을 차지한 안성훈/사진=안성훈 SNS
만원의 행복 통장에 매달 만 원을 넣는 팬, 가수의 생일을 기부로 기념하는 팬, 공연 앙코르를 현실로 만든 팬. 이들이 ‘후니애니’다. 민트빛 물결은 경연장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세상 곳곳을 적시고 있다.
안성훈은 ‘성공한 가수’이기 전에, ‘버텨낸 시간의 증거’다. 그리고 ‘후니애니’는 그 시간을 함께 견딘, 그 어떤 팬덤보다 긴 서사를 가진 동반자들이다.
“2012년 ‘오래오래’로 시작된 노래가, 오래오래 이어질 수 있었던 건 그 시간을 함께 버텨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