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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진 “형이 써 준 참가 신청서 한 장, 18년 노래 인생 됐다… 슬플 때마다 하늘나라 형 생각나”
박시현 기자 shpark559500@gmail.com
등록 2026-06-11 12:34
KBS 시사프로 ‘사사건건’출연 사연 털어놔
13살 때 형이 전국노래자랑 출연 신청해줘
무명탈출 위한 절박함이 ‘장구의 신’ 만들어
악풀 보면 상처 받지만 응원 댓글 보면서 극복
동생 효정을 보면 밉지만, 없으면 허전해
성공보다 지금의 사랑 오래 가져가고 싶어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고맙죠. 형이 발판을 삼아 주셨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만들어 준 것도 그 형이니까. 항상 고맙고, 슬플 때마다 형이 생각나요."
가수 박서진의 18년 노래 인생, 그 첫 페이지를 쓴 사람은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형이었다. 지난 10일 KBS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이례적으로 출연한 박서진은 2008년, 13살 소년 '박효빈'이 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게 된 숨은 사연을 처음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어린 동생을 위해 어디든 노래자랑 참가 신청서를 대신 써주던 형. 그 형이 열어준 무대가 18년이 흘러 대한민국 대표 트로트 가수 박서진의 출발점이 됐다.
지난 10일 KBS 생방송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이례적으로 출연한 박서진은 2008년, 13살 소년 '박효빈'이 KBS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서게 된 숨은 사연을 처음으로 담담하게 풀어냈다. /사진=KBS
13살 박효빈, 형이 열어준 무대
방송에서는 2008년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한 13살 박서진의 영상이 공개됐다. 당시 이름은 '박효빈'. "트로트의 희망 박효빈입니다."라고 야무지게 인사하던 변성기 전의 소년이었다.
그 무대에 선 계기를 묻자 박서진은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저 때는 정말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어린아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형이 노래 부르는 걸 항상 응원해 주셨거든요. 그 형이 어디든 노래자랑 참가 신청을 해줬어요."
가수의 꿈을 이루겠다는 거창한 각오가 아니라, 동생의 노래를 사랑했던 형의 손길이 만들어준 무대였다. 18년이 지나 그 무대 영상을 마주한 박서진은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
진행자가 "형님께서 '잘 보고 있지' 하시며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고 위로하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어린 동생을 위해 어디든 노래자랑 참가 신청서를 대신 써주던 형. 그 형이 열어준 무대가 18년이 흘러 대한민국 대표 트로트 가수 박서진의 출발점이 됐다. /사진=KBS
“가난을 이긴 힘도 가족 사랑 때문”
'가난했던 청년'이라는 수식어 속에서도 그토록 신나게 노래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가족이었다. 박서진은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고 사랑하는 노래가 있었기에 그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함께 방송 활동을 하는 동생 박효정에 대해서는 "보면 밉지만 없으면 허전한 동생"이라며 "말로는 항상 밉다, 싫다 하는데 하나뿐인 동생이니까 사랑한다."라고 특유의 무뚝뚝한 애정을 드러냈다. 떠난 형에 대한 그리움과 곁에 있는 동생에 대한 애틋함이 교차하는 대목이었다.
“받은 후원 이제 내가 베풀 차례”
가족에게서 시작된 사랑은 세상을 향한 나눔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노래자랑 녹화 중 가수의 꿈을 키우는 학생에게 기부금을 전달한 일화에 대해 박서진은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워 주변에서 많은 후원을 받았다"며 "그 후원이 감사해서 나도 성공하면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늘 생각했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형이 자신에게 무대를 열어주었듯, 이제는 그가 후배의 꿈에 발판을 놓아주고 있는 셈이다. 진심은 팬덤으로도 번졌다. 그는 "제 마음을 알아서인지 팬클럽에서도 연탄 봉사, 나눔 봉사를 많이 함께해 주신다."라고 전했다.
박서진은 "장구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는 없지 않나. 이름을 못 알리더라도 장구 치는 가수로 먼저 알려보자는 생각에 장구를 배웠다."라고 털어놨다./사진=KBS
“팬들이 제 장구로 스트레스 풀길”
'장구의 신'이라는 수식어의 출발은 의외로 무명 시절의 절박함이었다. 박서진은 "처음에는 노래만 하는 가수였는데, 노래만으로는 박서진이라는 가수를 알리기에 부족했다."라며 "장구 치면서 노래하는 가수는 없지 않나. 이름을 못 알리더라도 장구 치는 가수로 먼저 알려보자는 생각에 장구를 배웠다."라고 털어놨다.
생존 전략으로 시작한 장구는 이제 그의 분신이 됐다. 그는 "관객분들이 노래보다 장구 치는 모습에 더 신나 하시고 '속이 시원하다'고 하신다"라며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더 신나게, 더 파워풀하게 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트로트가 전 세대의 음악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현장의 변화를 짚었다.
"옛날에는 행사장에 부모님만 오셨다면 지금은 부모님과 자녀들이 손잡고 함께 오신다."라며 "발라드 트로트, 댄스 트로트, 록 트로트까지 장르가 세분화되면서 많은 세대에게 가까워진 트로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박서진은 공식 팬덤 순위에서 임영웅에 이어 2위로 평가될 나올 만큼 두터운 팬 층을 자랑한다.

박서진은 "지금보다 더 성공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더 사랑받고 싶다기보다 지금의 사랑을 오래 끌고 가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 사진=KBS
“효는 평생을 해도 부족한 숙제”
KBS '살림하는 남자들'을 통해 '아들 박서진'으로도 사랑 받는 그에게 효(孝)의 의미를 묻자 묵직한 답이 돌아왔다.
"효는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 아무리 하려고 해도, 죽어도 더 해드리고 싶어도 부족한 게 효라서,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숙제 같습니다."
경상도 사나이 특유의 무뚝뚝함에 대한 후회도 솔직했다.
그는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투박하게 나가서 부모님이 서운하실 때가 많다."라며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지 이제 1년 정도 됐다. 앞으로 손도 잡고 뽀뽀도 하고 조금씩 스킨십을 늘려가 보려 한다."라고 말해 잔잔한 웃음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겼다.
“무대서 내려오면 기운 없고 우울”
화려한 무대 뒤의 그늘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외모를 두고 쏟아진 악성 댓글에 대해 박서진은 "악플을 보면 항상 상처는 받는다."면서도 "악플이 있으면 선플이 있기에 응원 댓글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라고 의연하게 답했다.
무대 아래의 자신에 대해서도 솔직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하고 유쾌한 박서진만 생각하시는데, 무대에서 내려오면 기운이 없고 우울하고 맥이 빠져 있다."라며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지만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버티는 또래 청년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지금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노력하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있을 겁니다.“
팬들을 위한 가사 '당신 때문에’
방송 말미 박서진은 팬들을 향해 가사를 쓴 곡 '당신 때문에'를 즉석에서 불렀다.
"지난 세월 함께 걸어왔으니 남은 날도 함께해 줘"라는 소절이 스튜디오에 울려 퍼졌다. 그는 "팬들 때문에 살아가고, 팬분들 때문에 노래하고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작곡가 형이 '그럼 그걸로 노래를 만들자.'라고 해서 탄생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진행자가 던진 양자택일 질문에서도 팬을 향한 마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연말 KBS 연예대상 대상, 전국 투어 전회 매진, 방송사 통합 경연대회 우승 중 하나만 고르라는 질문에 박서진은 망설임 없이 "콘서트 매진"을 외쳤다.
"제 콘서트는 저를 사랑하는 분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현재 진행 중인 첫 단독 투어 콘서트 'This is 서진'에 대해서는 "장구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박서진이 이런 것도 보여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담고 싶어 제 이름을 제목에 넣었다."라고 설명했다.
형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 갈 것
다음 목표를 묻는 마지막 질문에 박서진은 뜻밖의 답을 내놨다.
"지금보다 더 성공하는 것보다는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더 사랑 받고 싶다기보다 지금의 사랑을 오래 끌고 가고 싶습니다."
연예대상 경쟁자를 묻는 질문에는 "항상 경쟁자는 저 자신"이라며 "부족한 저 자신만 뛰어넘으면 어떻게 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13살 동생의 손을 잡고 무대로 이끌어준 형은 이제 곁에 없다. 그러나 형이 써준 참가 신청서 한 장에서 시작된 노래는 18년을 건너 한 시대를 위로하는 노래가 됐다. '더 높이'가 아니라 '더 오래'를 택한 박서진의 다짐은, 어쩌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형을 향한 가장 단단한 약속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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