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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빛 갚기위해 떠밀리듯 트로트 입문
부케 ‘성원이’로 신곡발표 ‘랩트로트’개척
“아이 때문에” 고민끝에 문신까지 제거
래퍼 슬리피가 양팔을 뒤덮은 문신을 지우기 시작했다.
한때 '힙합 간지'의 상징이었던 타투를 스스로 걷어내는 이 장면은, 2020년 억대 빚을 안고 트로트에 뛰어들었던 한 래퍼가 6년 만에 어디까지 달라졌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
트로트 입문에서 신곡 발표,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기까지, 슬리피의 변신을 최근순으로 짚었다.
지난 11일 슬리피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슬리피맞아요'에 '난 이제 아빠니까. 힙합 간지야 안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문신 제거 결심을 알렸다./사진='슬리피맞아요'유튜브
"난 이제 아빠니까" 피부과로
지난 11일 슬리피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슬리피맞아요'에 '난 이제 아빠니까. 힙합 간지야 안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문신 제거 결심을 알렸다.
계기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연년생 남매였다. 슬리피는 다른 학부모들이 '문신한 아빠'로 볼 수 있다는 점,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고민 끝에 피부과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문신 양에 대해 "농담으로 말하면 박재범보다 많다. 박재범은 반팔 정도지만 나는 양팔 전체"라고 표현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직접 밝힌 이유다. 슬리피는 "랩만 계속했다면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송도 하고 트로트도 하다 보니 이미지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정체성이 문신 제거 결심의 한 축이 된 셈이다. 방송 때마다 밴드로 가려야 했던 손가락 문신부터 지우기 시작한 그는 "새길 때보다 더 아프다"는 시술 고통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다"며 시술을 견뎠다.
슬리피는 다른 학부모들이 '문신한 아빠'로 볼 수 있다는 점,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고민 끝에 피부과를 찾아 문신제거 시술을 받았다/사진='슬리피맞아요'유튜브
행사 수입은 아내 통장으로
지난 2월 유튜브 '광산김씨패밀리'에 출연한 슬리피는 달라진 가장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행사 수입 관리에 대해 "원래 불투명하게 했는데 나는 돈을 못 모은다. 돈이 사라지는 사주라 들어오면 바로 아내 통장에 넣는다"고 털어놨다.
소속사 없이 1인 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래퍼지만 강연, 트로트, 축가, 사회까지 가리지 않는다"며 "아이가 있으니 매주 일을 하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2년 넘게 KBS '6시 내 고향'에 고정 출연 중인 것 역시 트로트 전향 이후 넓어진 활동 반경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슬리피는 유튜브 '여의도 육퇴클럽'에서 아버지 칠순 잔치에 송가인을 직접 섭외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사진= '여의도 육퇴클럽' 유튜브
아버지 칠순에 송가인 섭외
트로트계에서 쌓은 인연은 '역대급 효도'로도 이어졌다.
슬리피는 유튜브 '여의도 육퇴클럽'에서 아버지 칠순 잔치에 송가인을 직접 섭외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가인아, 우리 아버지 칠순인데 와줄 수 있니"라는 부탁에 송가인은 흔쾌히 응했고, 잔치 당일 '아리랑'을 열창하자 옆 홀과 아래층 손님들까지 몰려들며 현장은 콘서트장이 됐다. 힙합 무대에서는 닿을 수 없었던 부모 세대와의 접점을 트로트가 만들어 준 장면이다.
'보이스트롯' 이후 슬리피는 본명 김성원에서 따온 부캐 '성원이'를 내세워 첫 트로트곡 '돈 때문이야'를 발표했다. /사진=피브이오 제공
영탁 프로듀싱 '돈 때문이야'
'보이스트롯' 이후 슬리피는 2020년 10월 본명 김성원에서 따온 부캐 '성원이'를 내세워 첫 트로트곡 '돈 때문이야'를 발표했다.
작사·작곡·프로듀싱에 능한 영탁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 곡은 록 사운드 위에 랩과 트로트를 얹은 '랩 트로트'로, 돈을 둘러싼 서민의 애환과 희망을 솔직하게 담아 공감을 얻었다.
경연용 일회성 도전이 아니라 트로트 가수로서의 행보를 잇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절박함속 '보이스트롯' 출사표
슬리피의 트로트 입문 동기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었다.
데뷔 후 10년간 수익이 거의 없었던 그는 부모님이 떠안은 억 단위 채무를 갚고 전셋집을 마련하겠다는 절박한 목표로 2020년 MBN '보이스트롯'에 출사표를 던졌다.
낯선 장르였지만 그는 랩과 트로트를 결합한 '랩 트로트'라는 새 장르를 선보이며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 도전이 인생 2막의 출발점이 됐다.
트로트가 바꾼 새로운 인생
빚 때문에 시작한 트로트는 6년이 흐른 지금 슬리피에게 가족을 부양하는 생업이자, 문신까지 지우게 만든 새로운 정체성이 됐다.
2022년 8세 연하 비연예인 아내와 결혼해 시험관 시술로 딸 우아 양과 아들 나우 군을 얻은 그는 이제 '힙합 간지' 대신 '트로트 하는 아빠'를 택했다.
절박함에서 출발한 장르 전향이 한 사람의 삶 전체를 다시 쓴 사례로, 트로트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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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현
기자
shpark5595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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