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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등 잇따라 발표, “텔로미어 더 길어”
걷는 속도가 노화연구 핵심지표로 부상

체온,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에 이어 이제 ‘걷는 속도’가 제6의 활력 징후(Vital Sign)로 주목받고 있다. (‘활력 징후’는 수많은 생명 유지 증거 중 대표적인 측정값을 의미하며 의료진은 이 수치들을 통해 환자의 기본적인 상태와 변화를 확인한다.)
특별한 장비 없이도 일상에서 몸 상태를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료계와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
가장 탄탄한 근거를 자랑하는 연구 중 하나는 미국 노인 3만 4천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JAMA》에 발표된 논문이다. 이 연구는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BMI)와 관계없이 보행 속도가 빠른 사람일수록 생존율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걸음 속도를 노화 연구의 핵심 지표로 올려놓았다.
이후 발표된 대규모 연구들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2년 영국 바이오뱅크의 자료를 바탕으로 40만 명 이상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평소 빠르게 걷는다고 답한 이들은 느리게 걷는 이들에 비해 백혈구의 ‘텔로미어’ 길이가 더 길었다. 텔로미어는 세포 노화의 진행 속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생물학적 시계다.
중년 걸음걸이, 노화 궤적 보여줘
걸음 속도와 건강의 상관관계는 노년기뿐 아니라 중년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과 미국 듀크대 공동 연구팀이 45세 성인 1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걸음이 느린 사람일수록 폐 기능, 치아 상태, 면역 지표 등 신체 전반에서 노화가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뇌 크기 역시 상대적으로 작은 경향을 보였다.
즉, 40대에 걷는 속도만 봐도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노화의 궤적을 짐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뇌와 혈관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
영국 애스턴대 노화 건강연구센터 등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중 보행 속도가 초당 0.8m에 못 미치는 경우 상당수에서 뇌파 이상이 함께 발견됐다. 걸음이 느려지는 현상이 단순히 다리 근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뇌 기능 변화와 직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심혈관계 질환에도 큰 영향 미쳐
근육량 감소, 악력 저하, 보행 속도 저하 중 어떤 요인이 뇌졸중 위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지 비교한 최근 연구에서 ‘걸음 속도 저하’가 독보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 브라운대가 50~79세 여성 2만 5천여 명을 17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에서도, 시속 3.2~4.8km 이상으로 씩씩하게 걷는 여성이 그보다 느리게 걷는 여성보다 심부전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낮았다.
속도만큼 중요한 지표는 ‘보폭’
걸음의 속도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지표는 바로 ‘보폭’이다.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14년 추적 연구에 따르면, 보행 속도나 체중, 만성질환 여부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보폭이 짧을수록 사망 위험이 독립적으로 높아졌다.
보폭이 줄어드는 초기에는 걸음 수를 늘려(잔걸음으로) 전체적인 속도를 어떻게든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보상 방식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에는 속도와 보폭이 함께 뚝 떨어지는 한계 시점이 찾아오게 된다.
내 걸음걸이는 몇 점? 정밀검사 필요
정확한 보행 상태를 알고 싶다면 보행 검사를 하는 병원이나 피트니스 센터를 방문하는 방법이 있다.
재활의학과나 정형외과, 신경과 등에 설치된 보행분석기를 통해 걸음걸이를 검사하면 보행 속도, 보폭, 보행 주기, 좌우 균형 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내가 바른 자세로 걷고 있는지, 몸의 어느 부위에 이상 신호가 있는지 객관적인 수치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모션커넥티드 제공
‘워킹트레이너’가 설치된 피트니스 센터에서도 트레드밀을 이용해 간편하게 보행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의 성별과 나이, 키, 몸무게 등 신체 조건에 따른 최적의 보행 속도를 찾아줄 뿐만 아니라, 그 속도에 맞는 이상적인 보폭까지 정밀하게 측정해 준다.
특히 검사 결과에 맞춰 취약한 부위를 보완할 수 있는 맞춤형 교정 운동까지 추천받을 수 있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걷기 운동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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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수
기자
soo14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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