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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샐러드] 달걀 하나에 담긴 놀랍고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8-08 09:06

단백질은 단(알), 백(흰색), 질(물질) 의미

노른자는 병아리가 부화하기 전 에너지원

유정란, 무정란은 영양분 차이가 거의 없다

신선도는 산란 일자를 가장 먼저 확인

 달걀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역할, 병아리가 성장하는 원리, 신선도를 판단하는 과학, 수정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사람들의 식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 사진=배성식 제공

“달걀은 흰자에 단백질이 많을까, 아니면 노른자에 더 많을까?”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가져보는 궁금증이다. 운동이나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은 흰자를 많이 먹고, 노른자는 콜레스테롤과 지방이 많다는 이유로 피하는 경우도 있어 흰자는 단백질, 노른자는 지방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달걀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운 식품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단백질은 흰자에 조금 더 많다. 달걀 한 개를 기준으로 흰자에는 약 3.6g, 노른자에는 약 2.7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반면 지방은 대부분 노른자에 들어 있으며 비타민 A·D·E, 철분, 인, 콜린 등 다양한 영양소도 함께 들어 있다. 그래서 흰자는 단백질 공급원이라면, 노른자는 병아리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을 담은 종합 영양 창고라고 할 수 있다.


 흰자는 단백질 공급원이라면, 노른자는 병아리의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 / 사진=배성식 제공

 ‘단백질’이라는 이름에도 달걀의 흔적이 남아 있다. 

단백질은 한자로 ‘蛋白質’이라고 쓰는데, ‘단(蛋)’은 알, ‘백(白)’은 흰색, ‘질(質)’은 물질을 뜻한다. 

즉, ‘달걀의 흰 부분에서 발견된 물질’이라는 의미이다. 영어 ‘프로틴(Protein)’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으며, 생명체를 이루는 핵심 물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른자에 지방이 많은 이유도 병아리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병아리는 약 21일 동안 알 속에서 자라며 필요한 영양을 모두 노른자에서 공급받는다. 지방은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병아리에게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저장고가 된다. 

노른자는 병아리가 태어나기 전까지 먹는 도시락(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달걀은 깨뜨려 보기만 해도 신선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신선한 달걀은 노른자가 높게 솟아 있고 흰자가 두껍게 모여 거의 퍼지지 않는다. 반대로 오래된 달걀은 흰자가 물처럼 넓게 퍼지고 노른자도 납작해진다. 이는 껍데기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수분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면서 흰자의 점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물에 넣어 확인하는 방법도 있는데, 신선한 달걀은 바닥에 눕고 오래될수록 공기주머니가 커져 세워지거나 물에 뜨게 된다.

 

마트에서 닭을 살 때 볼 수 있는 10호나 13호 같은 숫자는 닭의 나이가 아니라 머리와 발, 내장을 제거한 뒤의 무게를 나타낸다. 10호는 약 1kg, 13호는 약 1.3kg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계탕용으로 5~7호, 백숙용으로 10~13호를 많이 사용한다. 

반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는 1.5~2kg 정도의 큰 닭이 흔하게 유통되는데,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약 15~20호에 해당한다. 나라에 따라 선호하는 닭의 크기도 다른 셈이다.


 닭에 표시된 10호나 13호 같은 숫자는 닭의 나이가 아니라 머리와 발, 내장을 제거한 뒤의 무게 / 사진=배성식 제공닭의 몸속에서 달걀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신비롭다. 

많은 사람이 닭의 배 속에 완성된 달걀이 여러 개 들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포도송이처럼 크기가 다른 노른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장 크게 자란 노른자가 난소에서 떨어져 나오면 난관을 지나면서 흰자가 입혀지고, 껍질 막과 단단한 껍데기가 차례로 만들어진다. 이 과정은 약 24~26시간 정도 걸리는데, 달걀 한 개가 산란되면 다음으로 큰 노른자가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달걀은 왜 한쪽은 둥글고 다른 한쪽은 뾰족할까? 

그 이유는 병아리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달걀은 닭의 몸속 난관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타원형으로 만들어진다. 이 모양은 보기보다 매우 튼튼해서 힘을 받아도 쉽게 깨지지 않는다. 

또 공처럼 똑바로 멀리 굴러가지 않고 빙글빙글 돌며 가까운 곳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둥지 밖으로 떨어질 위험도 줄여 준다. 

둥근 쪽에는 공기주머니가 있어 병아리가 부화하기 직전 처음 숨을 쉬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삶거나 구운 달걀의 둥근 쪽을 깨 보면 공간이 비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달걀의 모양은 단순히 예쁘게 생긴 것이 아니라 병아리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자연이 만들어 낸 가장 알맞은 모양인 것이다.


 둥근 쪽에는 공기주머니가 있어 병아리가 부화하기 직전 처음 숨을 쉬는 공간 / 사진=배성식 제공

이처럼 만들어진 달걀은 수정 여부에 따라 유정란과 무정란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이 유정란이 무정란보다 영양가가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두 달걀의 영양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차이는 수정이 되었느냐에 있다. 

유정란은 암탉이 수탉과 교미한 뒤 수정된 난자로 만들어진 달걀이며, 적절한 온도에서 품어 주면 병아리로 자랄 수 있다. 반면 무정란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그대로 달걀이 된 것으로 아무리 오래 품어도 병아리가 태어나지 않는다.

 

이 과정을 사람의 생식 과정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도 매달 난자가 만들어지는데,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임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월경을 통해 생식 주기가 마무리된다. 

닭도 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만들어진다는 점은 같지만, 사람처럼 몸속에서 흡수되거나 월경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흰자와 껍데기를 입혀 달걀로 낳는다. 즉, 사람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가 월경이라는 형태로 생식 주기를 마무리하고, 닭은 수정되지 않은 난자를 달걀로 산란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월경과 닭의 산란은 같은 현상은 아니지만, 수정되지 않은 난자와 관련된 생식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원리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구입하는 대부분의 달걀은 무정란이며, 병아리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정된 유정란이어야 한다.


 유정란은 암탉이 수탉과 교미한 뒤 수정된 난자로 만들어졌으며, 무정란과 실제 영향 차이가 없다. / 사진=배성식 제공

달걀 껍데기는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라 닭의 건강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껍데기의 주성분은 칼슘인데, 암탉은 달걀 하나를 만들 때 필요한 칼슘을 먹이에서 얻기도 하지만 부족하면 자신의 뼈에 저장해 둔 칼슘까지 꺼내 사용한다. 

산란을 많이 하는 닭이 충분한 칼슘을 공급받지 못하면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과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양계장에서는 닭에게 칼슘이 풍부한 사료를 먹여 건강한 뼈와 단단한 달걀 껍데기를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우리가 매일 깨뜨리는 달걀 껍데기 하나에는 닭이 자신의 몸을 지키면서 동시에 생명을 만들어 내는 자연의 놀라운 균형이 담겨 있다.

 

달걀 껍데기에 찍힌 10자리 ‘난각번호(달걀의 숫자)’는 산란 월/일, 농장 고유번호, 사육환경 정보를 담은 표시이다. 특히 마지막 1자리(1~4)는 사육환경을 뜻하며, 숫자가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활동 공간이 넓은 환경에서 사육되었다고 보면 된다.

 

예들 들어, 껍데기에 ‘0713 MMLR7 2’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달걀 껍데기에 표시된 10자리 난각번호 / 사진=배성식 제공

0713 → 7월 13일 산란(닭이 알을 낳은 날짜)

MMLR7 → 생산자(농장) 고유번호(어느 농장에서 생산되었는지 식별)

2 → 사육환경번호(닭이 자란 환경)

1 = 방사(자유롭게 야외 활동)

2 = 평사(축사 바닥에서 자유롭게 이동)

3 = 개선 케이지(1제곱미터 13마리 사육)

4 = 기존 케이지(1제곱미터 20마리 사육)


달걀을 고를 때는 산란 일자, 껍데기 상태, 냉장 보관, 사육환경번호, 유통기한 순서로 판단하면 되는데, 참고로 사육환경번호(1~4)는 닭의 사육 방식을 나타내는 정보이지, 달걀의 신선도나 영양을 직접 나타내는 등급은 아니다. 1, 2번은 유정란, 3, 4번은 일반란

 

달걀에는 재미있는 상식도 많다. 

춘분에만 달걀을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며, 무게중심만 잘 맞추면 어느 날이든 세울 수 있다. 

흰 달걀과 갈색 달걀은 영양 차이가 거의 없고, 껍데기 색은 닭의 품종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삶은 달걀의 노른자 둘레가 초록빛을 띠는 것은 철분과 황 성분이 반응한 결과로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

 

평소 식탁에서 쉽게 만나는 달걀은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단백질과 지방의 역할, 병아리가 성장하는 원리, 신선도를 판단하는 과학, 수정과 생명의 탄생, 그리고 사람들의 식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은 달걀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의 놀라운 설계와 생명의 신비를 발견할 수 있으며, 그래서 달걀은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흥미로운 식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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