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여행] 왕의 전설과 백범의 흔적을 지나, 사패산의 절경에 닿다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8-14 12:15

역사 답사, 사찰 순례, 계곡 산행, 등산을 한 번에

상하이 망명 전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석굴암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간절한 기도가 있었던 회룡사

북한산에서 가장 정상다운 사패산

 의정부와 양주의 경계인 사패산은 북한산, 도봉산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한적하게 즐길 수 있다. / 사진=배성식 제공

서울과 의정부의 경계에 솟은 도봉산 자락에는 단순한 산행만으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길이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 회룡사와 사패산을 잇는 길이다. 사패산은 회룡골·범골·안골·송추 등 여러 방향에서 오를 수 있지만, 회룡역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역사와 사찰, 계곡과 능선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회룡역에서 회룡골을 따라 오르면 400년 넘은 회화나무가 손님을 맞이한다. 

이어 조선의 개국 설화가 깃든 회룡사와 백범 김구의 흔적이 남은 석굴암을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걷던 길은 능선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사방으로 시야가 열리는 사패산 정상이 기다린다. 

회룡역에서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약 2㎞, 회룡사에서 사패산 정상까지 약 3.7㎞로, 여유 있게 걸으면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회룡역을 출발해 회룡탐방지원센터를 거쳐 석굴암, 회룡사, 사패능선을 안내하는 이정표 / 사진=배성식 제공

회룡역에서 만나는 400년의 시간, 회화나무

 

회룡역에서 길을 잡아 회룡골로 들어서면 도심의 풍경은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바뀐다. 

회룡사 들머리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회화나무 보호수가 서 있다.

회화나무는 예부터 선비와 학문, 벼슬을 상징하는 나무로 여겨졌다. 궁궐과 관아, 양반가에 즐겨 심었고, 집안의 번영과 좋은 기운을 기원하는 뜻으로 심기도 했다. 집안을 지키는 나무처럼 여겼던 셈이다.


 회룡역에서 1.3km 거리에 회룡사 들머리인 410년 된 회화나무 / 사진=배성식 제공

석굴암에서 만나는 백범의 흔적

 

회룡교를 건너면 회룡사와 석굴암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회룡사로 바로 향하기보다 석굴암을 먼저 들러보는 것이 좋다. 회룡사 서쪽에 자리한 석굴암은 회룡사의 부속 암자다. 극락보전과 선방, 요사채 등이 산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백범 김구의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적 의미가 깊다.


암벽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石窟庵(석굴암) 佛(불) 戊子(무자) 仲秋(중추) 遊此(유차) 金九(김구)

석굴암, 부처님. 무자년 가을 중추에 이곳을 유람하다. 김구’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무자년은 1948년, 중추는 음력 8월 무렵을 뜻한다.

 

 석굴암의 일주문(좌)과 백범 김구의 친필을 암각화 석굴암 입구 / 사진=배성식 제공

김구는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로 망명하기 전 이곳에 잠시 머물렀으며, 해방 후인 1948년 다시 석굴암을 찾아 글씨를 남겼다. 처음부터 암벽에 새긴 글씨는 아니었다. 김구가 써준 친필을 당시 언론인들이 받아 기념으로 암벽에 새겼다고 전해진다. 백범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이곳에 그의 위패가 모셔졌다.

 

석굴암에서 내려와 회룡사로 향하면 회룡골의 물길이 더욱 가까워진다. 

물은 바위 사이를 굽이돌며 작은 폭포와 소(沼)를 만들고, 비가 내린 뒤에는 수량이 늘어 한층 힘찬 모습을 보여준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계곡의 풍경을 따라 걷다 보면 산자락 사이로 회룡사의 전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회룡사 입구의 회룡폭포와 소(좌)와 사패산 자락의 회룡사(우) / 사진=배성식 제공

회룡사, 왕과 승려의 이야기가 남은 곳

 

회룡사는 이 산행의 역사적 의미를 완성하는 공간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무학대사에 얽힌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원래 이름은 법성사(法性寺)였으나, 이성계가 함흥에 머물다 다시 돌아온 일과 관련해 회룡사(回龍寺)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회룡’은 말 그대로 용(이성계)이 돌아온다는 뜻이다.

 

6·25전쟁 때 소실된 뒤 복원된 회룡사에는 범종각, 대웅전, 극락보전, 약사전, 삼성각, 관음보살 입상 등이 자리한다. 조선 전기의 양식을 보여주는 오층석탑과 19세기 불화의 특징을 반영한 신중도도 볼거리다.

 

 삼성각 앞에서 바라본 회룡사 전경 / 사진=배성식 제공

회룡사는 일반적인 사찰처럼 일주문을 지나 들어가는 구조가 아니다. 

극락보전과 삼성각은 남쪽을, 대웅전과 관음보살 입상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관음보살 입상 왼쪽에 있는 범종각 2층에 오르면 법고·운판·목어·범종 등 불교의 사물(四物)을 볼 수 있고, 차를 마시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화려함보다는 산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고즈넉함이 회룡사의 매력이다.

 

 

여기서 잠깐 - '함흥차사'와 '의정부'에 얽힌 이야기

 

회룡사에 얽힌 이성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함흥차사’와 ‘의정부’라는 지명의 유래에도 닿는다. 

태종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켜 형제들을 죽이자, 태조 이성계는 아들에 대한 분노를 품고 함흥으로 떠났다. 이후 태종이 여러 차례 사신을 보내 용서를 구했지만, 이성계가 사신을 돌려보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함흥차사’라는 말이 생겼다. 조선 초기의 함흥은 지금의 중국 길림성 연변과 두만강 인근이다. 

 

이성계는 1402년 12월 지금의 의정부 일대까지 돌아왔고, 태종은 이곳에서 부왕을 맞아 잔치를 열었다고 한다. 태조가 활을 잘 쏘았기 때문에 신하 하륜이 태종을 보호하기 위해 천막 안에 기둥을 많이 세웠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실제로 태조가 태종을 향해 활을 쏘았지만, 태종은 기둥 뒤로 몸을 피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잔치가 시작된 뒤에는 하륜이 태종을 대신해 태조에게 술잔을 올렸다. 

태조는 결국 한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머물렀고, 대신들이 찾아와 정무를 논의하고 결재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의정부’라는 지명이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회룡사에서 사패산 정상으로

 

회룡사를 지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숲길은 점차 가팔라지고 돌길과 계단이 늘어난다. 

회룡사거리에서 이정표를 확인한 뒤 범골능선 삼거리를 지나 사패산 방향으로 능선을 탄다.

계곡길을 벗어나 사패산 능선에 올라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도봉산의 능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걸음을 옮길수록 시야가 넓어진다. 마지막 오름길을 넘어서면 커다란 암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패산 정상이다.

 

도봉산이나 북한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패산은 비교적 한적한 산행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산 이름에는 여러 유래가 전한다. 산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봉우리의 바위가 삿갓처럼 보여 갓바위산 또는 삿갓산이라 불렸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조개껍질처럼 생긴 모습에서 ‘사패산’이라는 이름이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사패능선으로 가는 계단(좌)과 사패능선에서 휴식을 즐기는 등산객들(우) / 사진=배성식 제공

또 다른 유래는 조선 선조의 여섯째 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이 산을 하사했다는 이야기다. 임금이 신하나 왕족에게 토지나 물품을 내려주는 것을 ‘사패(賜牌)’라고 했고, 여기에서 산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명이다.

 

 

사패산 정상, 길의 끝에서 만나는 ‘열림’

 

사패산 정상에 올라서면 지금까지의 풍경이 한순간에 달라진다. 

좁은 전망대가 아니라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선 듯한 개방감이 압도적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막힘없이 펼쳐지며 북한산과 도봉산의 능선, 의정부 일대와 멀리 이어지는 광주산맥 산줄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사패산 정상의 매력은 높이보다 ‘열림’에 있다. 

회룡골의 좁은 계곡에서 바라보던 세상과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다. 나무 한 그루, 절집 한 채, 바위 하나로 이어졌던 이야기가 정상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풍경으로 합쳐진다.

 

 사패산 정상은 북한산 정상 중에서 가장 넓은 전망대이다. / 사진=배성식 제공

사패산에는 또 하나 기억해둘 만한 이야기가 있다. 

2001년 사패산 중턱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현재의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사패산터널 건설을 둘러싸고 환경단체와 불교계가 고란초 군락지 훼손을 우려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공사가 약 2년 늦어지기도 했다.

 

하산은 사패산 정상에서 범골능선 삼거리와 회룡사거리를 거쳐 회룡사로 내려온 뒤, 회룡탐방지원센터와 회화나무를 지나 회룡역으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가 가장 좋다.


오를 때는 정상만 바라보며 지나쳤던 풍경도 하산길에는 새롭게 다가온다. 회화나무에서 시작해 석굴암과 회룡사를 지나 계곡과 능선을 거쳐 정상에 닿는 이 길은 자연과 역사, 사람의 이야기가 한데 이어지는 산행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이야기를 따라 걷고, 정상에서는 그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풍경이 되는 길. 

회룡역에서 사패산으로 이어지는 산행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다.

 

 

♠ 산행 메모

 

출발  1호선 회룡역(3번 출구)

주요 경로  회룡골 → 400년 회화나무 → 회룡탐방지원센터 → 석굴암 → 회룡사 → 범골능선삼거리 → 사패산 정상 후 원점 회귀

거리 및 소요시간  석굴암, 회룡사 방문을 포함, 약 9~11㎞로 휴식을 포함해 4~5시간 

난이도  중간 정도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2025-06-20
발행일자2026-08-15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