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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임영웅 10년’이 만든 새로운 기록… 이제 ‘100년의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8-18 13:52

앨범판매·스트리밍 등 압도적 신기록 승승장구

“30년 뒤의 임영웅은 어떻게 기억될까”는 과제

‘동백아가씨’ ‘홍시’등 대체불가 명곡이 있어야

공연영상·미공개자료등 체계적 관리보관 필요

‘기록으로 남느냐’ ‘역사로 남느냐’ 이제 시작

□임영웅 데뷔 10년의 의미와 과제

 

한 가수가 데뷔 10년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최대치를 임영웅은 이미 보여줬다. 기록과 흥행, 팬덤과 대중성에서 그는 트로트 가수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이제부터다. 10년의 성취가 100년의 이름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트로트 100년사를 돌아보면 시대를 건너 살아남은 이름들은 단지 당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가수들이 아니다. 그들은 시대를 노래했고,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갔으며, 시간이 흘러도 다시 꺼내 들을 노래와 이야기를 남겼다.

임영웅에게도 이제 새로운 시간이 시작됐다. ‘10년의 영웅’을 넘어 ‘100년의 이름’으로 남을 수 있는가. 10주년은 결승점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다. 지금까지 무엇을 이뤘느냐보다 앞으로 무엇을 남기느냐가 더 중요해진 이유다.


임영웅은 9월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2026 임영웅 단독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 2]'를 개최한다. 사진은 고양콘서트 포스터 촬영현장 장면/ 사진= 임영웅 유튜브

10년, 트로트의 한계를 다시 쓰다

 

임영웅이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낸 기록은 한 사람의 성공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공식 트로피 134개, 멜론 누적 스트리밍 142억 회, 첫 정규앨범 초동 판매량 114만 장. 특히 첫 정규앨범의 초동 114만 장은 솔로 가수 역대 최고 수준으로, 트로트 기반 가수가 아이돌 중심으로 움직이던 피지컬 음반 시장의 최상단까지 올라섰다는 상징적인 기록이다.

대형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동원력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방송과 행사, 지역 공연에 의존하던 트로트가 음원과 음반, 공연, 굿즈, 팬 커뮤니티가 연결되는 하나의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임영웅은 자신의 이름으로 증명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트로트를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중장년층의 장르로 인식되던 트로트에 젊은 세대가 들어왔고,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을 넘어 공연을 찾고 콘텐츠를 공유하며 팬덤을 형성하는 새로운 소비문화가 만들어졌다.

임영웅은 트로트의 외연을 넓혔다. 어쩌면 지난 10년의 가장 큰 성과는 특정한 기록 하나가 아니라 ‘트로트도 여기까지 갈 수 있다’는 새로운 상한선을 만든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것과 역사에 남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임영웅의 10년은 앨범판매, 스트리밍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팬카페 '영웅시대'에서도 10주년을 기념하는 응원글과 함께 10주년을  축하했다/사진=임영웅 팬카페 '영웅시대'

기록은 낡지만 노래는 살아난다

 

트로트 100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1926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당시의 기록보다 그 노래가 품었던 시대의 절망과 허무로 기억된다. 가수는 스물아홉에 생을 마쳤지만 노래는 100년을 건너 지금도 다시 불린다.

1935년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은 한 도시의 이름에 식민지 시대 조선인의 정서를 담아냈다. 1964년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방송 금지라는 시대의 수난까지 겪으며 오히려 더욱 강한 생명력을 얻었다.

배호의 시간은 더 짧았다. 1971년 스물아홉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활동 기간도 길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는 삼각지’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불린다.

나훈아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줬다. 2008년부터 11년간 무대를 떠났다가 2017년 돌아왔고, 복귀 이후 다시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다. 결국 2025년 스스로 무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공백과 재기, 그리고 자신이 정한 마지막까지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도 다시 찾는 노래가 있었고, 그 노래에는 시대와 삶의 무게가 있었으며, 가수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남았다.

이것은 차트와 판매량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음악적 진화’ 피할수 없는 과제로

 

그렇다면 이제 임영웅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더 많은 기록이 아닐 수 있다.

지금의 임영웅은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가’라는 질문에는 충분히 답했다. 앞으로 필요한 질문은 ‘30년 뒤에도 임영웅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다.

이미자에게 ‘동백아가씨’가 있고, 나훈아에게 ‘홍시’가 있듯 시대와 유행의 주기를 넘어 다시 불릴 수 있는 대표곡이 필요하다. 결국 레전드를 만드는 것은 수십 곡의 히트곡보다 대체할 수 없는 한 곡일 때가 많다.

음악적 진화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트로트와 발라드, OST와 포크를 오가는 현재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넓다. 그러나 넓이가 반드시 깊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이 만든 유행을 따라가는 가수와 자신의 음악으로 다음 유행을 만드는 가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임영웅이 앞으로 어떤 음악적 실험을 선택하고,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언어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그의 10년은 단순한 전성기가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스타성은 순간의 화제성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레전드는 수십 년의 축적 속에서 완성된다. 나훈아의 11년 공백이 오히려 그의 서사를 단단하게 만들었듯, 승승장구의 성과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앞으로의 10년, 20년 동안 어떤 시간을 견디고 어떤 굴곡을 넘어서는가. 결국 그것이 임영웅이라는 이름의 다음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문화적 자산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임영웅의 10년은 수많은 영상과 음원, 공연 기록, 팬덤의 자료 속에 흩어져 있다. 무명 시절의 무대와 초기 활동, 공연 실황과 미공개 자료까지 체계적으로 보존하지 않는다면 훗날 그의 10년을 연구하고 기억할 1차 자료는 의외로 빈약해질 수 있다.

과거의 많은 가수들이 그랬다. 이름은 남았지만 기록은 사라졌다.

스타의 시대를 만드는 것은 대중이지만, 그 시대를 역사로 남기는 것은 기록이다.

임영웅의 10주년을 단순한 기념일로 끝내지 않고 하나의 문화적 자산으로 남겨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이 문제는 임영웅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임영웅이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둬도 그가 떠난 뒤 트로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면 그의 성공은 한 시대의 예외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변화는 한 사람의 성공이 다음 세대의 토대가 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창작자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야 하고, 방송에 의존하지 않고 음악 자체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트로트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 장르적 언어가 필요하다.

블루스와 발라드, 세미트로트 등 다양한 음악이 트로트라는 이름 아래 공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경계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100년을 이어온 이 음악이 무엇으로부터 출발했고 무엇을 지켜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고 보존하는 일도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

트로트는 이미 100년을 살아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앞으로 100년을 설명할 준비다.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 추진하는 트로트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프로젝트 역시 그런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다.

2009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탱고를 공동등재하면서 한 음악을 넘어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국제적 위상을 확장한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다음 100년의 첫 페이지 출발

 

임영웅 한 사람의 성공만으로 트로트가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그러나 그의 성취를 개인의 행운이나 팬덤의 힘으로만 축소하는 것 역시 맞지 않다.

임영웅은 트로트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높이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아니라, 그 높이에서 무엇을 남기느냐의 문제다.

1926년 윤심덕의 ‘사의 찬미’에서 시작된 트로트의 100년은 수많은 이름을 지나왔다. 정상에 올랐던 가수는 많았지만 세월과 함께 남은 이름은 많지 않았다.

임영웅의 지난 10년은 그 100년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장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한 장이 책 전체가 될 수는 없다.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지나며 어떤 노래를 남기고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며 어떤 삶의 이야기를 쌓아가느냐. 그리고 그 성취가 다음 세대의 토대가 될 수 있느냐.

그 답에 따라 임영웅의 10년은 단순한 전성기의 기록으로 남을 수도 있고, 트로트 100년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의 이름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제 10주년은 끝이 아니다.

임영웅의 다음 10년, 그리고 트로트의 다음 100년이 이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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