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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라이브클럽 관객 춤 규제법 개선”… 인디·대중음악 생태계 발목잡는 낡은 법령 개선되나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9-19 23:45

관객이 공연중 춤 췄다고 영업정지 처분 논란

정부, 부산‘오방가르드’ 사태후 규제개선 착수

전문가들 “춤허용 넘어 공연장 지위 재정립을”

트로트도 아르헨티나 탱고·포르투갈 파두처럼

관람객 친화된 소규모 전용 공연장 활성화 필요

지난 8월 7일 저녁, 부산 남구 대연동의 인디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공연이 펼쳐졌다. 무대 위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며칠 뒤 이 공연장은 관할 구청으로부터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은 일반음식점 및 휴게음식점에서 ‘음향장비를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조항은 본래 ‘감성주점’ 등 편법으로 운영되는 유흥업소를 제재하기 위해 2015년 신설, 2016년 시행됐다. 문제는 라이브클럽 상당수가 공연이 주된 목적임에도 식음료 매출 확보를 위해 ‘일반음식점’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관객의 자연스러운 호응(기립·박수·리듬 타기)까지 불법 행위로 간주되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돼 왔다.

 

관객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안팎의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부산 인디음악의 성지 인디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사진위)사태는 정치권과 정부가 낡은 관련법령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 아래는  오방가르드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부산지역의 인디밴드 '해서웨이' 공연포스터/사진= 오방가르드 SNS

정부·정치권, 규제 개선 속도전

 

이번 사태가 알려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움직였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9월 16일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대중음악 분과 회의에서 “이번 계기를 통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내 춤 금지 조항을 공론화하고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최 장관은 “시대에 뒤처지거나 현장과 어긋나는 제도를 현실에 맞춰 바로잡을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법안 발의가 잇따랐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은 좌석 수·수용인원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인 시설을 ‘소규모공연시설’로 등록하고, 이를 공연법상 공연장으로 인정하며 음식·주류 판매 특례를 부여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9월 8일 대표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도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 음식점에서 공연 도중 관객의 춤을 허용하는 ‘식품위생법’개정안, 일명 ‘오방가르드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실제 공연이 이뤄지는 일반음식점이 시설과 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 관객이 서서 공연을 관람하거나 춤을 추는 등 호응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령 한 줄만 바꾸면 되는 일”

 

업계의 반응은 냉정했다.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이사장은 문체부 간담회에서 “몇 년 전에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시에도 해당 지자체가 조례로 허용만 해주고 정작 법령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며 “법령 한 줄만 바꾸면 되는 일이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라이브클럽 관객연대 ‘대(對)댄스’는 아예 헌법소원 카드를 꺼냈다. 이들은 9월 2일 법무법인 혁신을 통해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 별표 17 제7호 타목 7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예술의 자유·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인디음악의 성지 인디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사태와 관련 법령개정을 발의한  박홍배의원이 업소를 방문해 내용을 청취하고 있다/사진=박홍배의원 SNS

인디 생태계 흔드는 ‘사각지대’

 

라이브클럽은 신인 아티스트의 등용문이자 레퍼토리 실험장이다. 지역 음악 팬덤이 형성되는 기반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객의 자연스러운 호응마저 단속 대상으로 규정할 경우 업주는 과태료와 영업정지 위험을 전적으로 안게 되며, 이는 무대 기획 자체를 위축시켜 K-인디 및 대중음악 생태계의 기초 토대를 직접적으로 흔들게 된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K-팝과 인디 신의 역동성이 독보적인 문화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서는 “관객이 춤추면 영업정지”라는 상반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고 문화강국으로서의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체부가 낡은 규제 철폐를 선언한 배경에도 이와 같은 현실적 고민이 작용했다.

 

대중음악도 공연장소 부족 과제

 

이번 논란은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법적 지위 문제와 함께, 트로트를 포함한 대중음악이 활용할 수 있는 공연장소 부족이라는 구조적 과제도 함께 드러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아르헨티나의 탱고, 포르투갈의 파두(Fado)는 소규모 전용 공연장(밀롱가, 파두 하우스)을 중심으로 국내외 팬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도 부담 없이 찾아가 공연을 즐기고, 이는 국가 대표 문화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트로트·인디·대중가요 등 장르별 소규모 전용 공연장이 여전히 극소수에 그친다. 서울 홍대·연남동 등 일부 지역에 라이브클럽이 밀집해 있지만, 트로트 전문 공간이나 지역 기반 소규모 공연장은 찾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탱고하우스나 파두 하우스처럼 장르 특화 소규모 공연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포루투갈  포르투( Porto)에 소재한 파두클럽 'Ideal Clube de Fado' 는 한국의  트로트처럼 포루투갈의 서민들로 부터 시작된 파두(FADO)공연이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관광객등에게 식사와 함께 전통음악을 즐길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다.  클럽은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 노래의 기원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매일 진심이 담긴 공연을 선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에서 추진하는 트로트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시사한는 바가 크다/사진= 'Ideal Clube de Fado' 홈페이지

트로트등 소규모 공연장 필요

 

문체부는 9월 9일 ‘대중음악 공연 환경 개선 사업’의 1차 지원 대상 3곳을 발표했다. 경기 고양종합운동장(4만3000석), 부산시민회관 대극장(1624석), 강원 원주 치악체육관(2330석) 등 기존 다목적·체육시설을 K-팝·트로트 등 대중음악 공연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쳐 쓰겠다는 계획이다. 시설당 국비 최대 20억원을 지원하며, 지자체가 사업비의 50% 이상을 부담한다.

이 사업은 대형 공연장 신설에 장기간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지역의 기존 기반 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요 지원 내용은 가변형 좌석, 흡음재 및 음향 보완 설비, 무대 조명, 분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과 안전 관리 시설 정비 등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대형 시설 개선과 함께, 탱고·파두처럼 장르별 소규모 전용 공연장과 지역 기반 라이브클럽 등 다양한 규모의 공연장소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트로트 팬덤은 중장년층이 중심인 만큼 접근성·편의시설·안전 기준이 확보된 소규모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규모 공연시설등록제’ 도입을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춤 허용 여부를 넘어, 소규모 음악 공연 공간을 법제상 어떻게 정의하고 지원할 것인가의 논의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단기적으로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명시적 예외 조항을 신설해 실연 공연이 중심인 업소에 한해 관객의 호응 행위를 금지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공연법상 ‘소규모공연시설’ 등록제를 도입해 공연장이 음식점 관련 규제를 적용받는 법적 불일치를 해소하고, 무대·조명·음향 운영 비중 및 유흥 종사자 유무 등을 기준으로 유흥 업소와의 구별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법 개정과 병행하여 수용인원 및 대피로 등 소방 안전 기준을 세분화하고, 방음와 운영 시간대 기준을 표준화하여 주변 주거지 소음 민원 관리 절차를 정립해야 한다. 아울러 공연 시간 내 주류 판매 제한 등 자율적 운영 분리안을 검토해 유흥 오남용 우려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음악 저변확대 계기로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클럽 내 유흥 허용 여부가 아니다. 음악 공연과 식음료 판매가 결합된 소규모 문화 공간을 현행 법률이 담아내지 못해 발생하는 법제적 부조리가 본질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식품위생법과 공연법을 동시 개정하고 안전 기준 및 지원책을 정밀하게 연계한다면, 소규모 공연장의 활성화는 물론 한국 대중음악 생태계의 저변을 다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특히 트로트를 포함한 대중음악 전반에서 관객 호응은 공연의 핵심 에너지다. 규제 개선이 단순한 ‘춤 허용’을 넘어, 공연과 식음료 판매가 결합된 소규모 문화 공간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안전·운영 기준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인디·트로트·대중가요 무대 모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문체부의 ‘대중음악 공연 환경 개선 사업’이 대형 시설 위주로 추진되는 가운데, 아르헨티나 탱고·포르투갈 파두처럼 장르별 소규모 전용 공연장과 지역 기반 라이브클럽까지 포괄하는 다층적 공연장 확충 정책이 병행될 때 한국 대중음악은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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