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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위해 만든 중국 음식 ‘탕수육’과 ‘궈바오러우’ : 탕수육은 영국인들, 궈바오러우는 러시안을 위해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5-22 00:18
탕수육은 아편전쟁 이후 광동에 온 서양인 입맛에 맞게 개발
탕수육은 임오군란 때 청나라로부터 짜장면과 함께 국내 소개
궈바오러우는 하얼빈에서 러시아인 입맛에 맞춰 탄생한 요리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 전 먹었다는 설

“탕수육과 궈바오러우의 차이가 뭐야?”, “궈바오러우가 찹쌀탕수육이랑 같은 거야?”, “찍먹이냐 부먹이냐?” 같은 이야기는 중국음식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비슷해 보이는 두 음식이지만, 실제로는 탄생 배경과 지역, 조리 방식까지 꽤 다르다. 흥미롭게도 두 음식 모두 근대사의 흐름 속에서 외국 문화와 접촉하며 발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탕수육의 탄생 배경에는 19세기 중국의 개항과 서구 문화 유입이 자리하고 있다.
1차 아편전쟁(1840) 이후 청나라는 영국과 난징조약(1842)을 체결했고, 홍콩과 광저우 등 개항장에는 많은 서양인이 들어오게 된다. 당시 중국에는 이미 설탕과 식초를 활용한 ‘탕초(糖醋)’ 계열 요리가 존재했지만, 이후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법이 조금씩 변형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달콤하고 새콤한 소스, 큼직하게 튀긴 고기 요리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발전했다는 것이다. 물론 “영국인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라는 사실은 다소 단정적인 해석이지만, 아편전쟁 이후 개항과 서구 문화 유입이 탕수육 계열 요리 변화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한 역사적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842년 난징조약 체결 모습
임오군란(1882) 이후 조선에 들어온 청나라 군대와 상인들을 통해 중국 음식 문화가 함께 유입되었고, 그 과정에서 탕수육 역시 국내에 소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인천을 중심으로 한 화교 사회를 통해 점차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며 현재의 한국식 탕수육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한국인 특유의 “찍먹 vs 부먹” 논쟁도 시작된다.
반면 궈바오러우(锅包肉, 과포육)는 중국 동북 지방, 특히 하얼빈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1907년 하얼빈시 소속의 정싱원(郑兴文, 정흥문) 주방장이 정부 요리사로 있을 때 자신의 러시아인 아내와 러시아인들을 위해 궈바오러우를 처음 개발했다.
하얼빈 '라오추자' 본점의 궈바오러우
퇴직 후 1922년 송화강 변에 라오추자(老厨家, 노주가)라는 식당을 오픈했으며 본점(요이루점) 포함해 하얼빈에만 6개의 점포가 있다. 추운 지역 특성상 감자 재배가 많았던 동북 지방에서는 감자전분을 활용한 요리가 발달했고, 궈바오러우 역시 얇고 넓게 썬 돼지고기에 감자전분을 입혀 튀겨낸다.
덕분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독특한 식감이 특징이다. 또 흑식초를 사용해 신맛이 강하며, 보통 소스를 따로 붓지 않고 튀긴 고기를 웍(중국요리 기구)에서 바로 볶아 내기 때문에 한국식 탕수육처럼 ‘찍먹·부먹’ 개념은 거의 없다.
궈바오러우의 원조인 하얼빈 '라오추자(본점)'
궈바오러우는 2010년대부터 양꼬치, 훠궈, 마라탕 등 동북 요리와 함께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한국식 탕수육과 비슷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매우 잘 맞아 일반 중국음식점은 물론 냉동 제품으로 출시되는 등 대중적인 요리가 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궈바오러우를 먹으면 흔히 “찹쌀탕수육 같다.”라고 한다. 실제로는 찹쌀보다는 감자전분 특유의 쫀득한 식감 때문이지만, 식감 자체는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진다.
궈바오러우에는 유명한 일화도 전해진다.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전날, 현지에서 궈바오러우를 먹었다는 설이다.
정확한 기록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만, 하얼빈이라는 도시 자체가 궈바오러우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만큼 지금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 중 하나다.
결국, 탕수육과 궈바오러우는 비슷해 보이지만 시대적 배경과 지역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 음식이다. 탕수육에는 아편전쟁 이후 개항과 서구 문화 유입의 흔적이 남아 있고, 궈바오러우에는 동북 지방 특유의 음식 문화와 하얼빈의 근대사가 담겨 있다. 같은 돼지고기 튀김 요리지만, 두 음식은 각기 다른 역사와 지역성을 품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일본의 대표적인 튀김 요리인 ‘덴푸라(天ぷら)’ 역시 서양 문화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덴푸라의 어원은 포르투갈어 ‘템포라(tempor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한데, 이는 가톨릭에서 금육(禁肉)을 지키던 시기를 뜻하는 말이다.
16세기 일본에 들어온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금육 기간 생선이나 채소를 밀가루 반죽에 입혀 튀겨 먹었던 것에서 일본식 튀김 문화가 발전했다는 이야기다.
정확한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음식이 외국 문화와 만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했다는 점에서는 탕수육이나 궈바오러우의 역사와도 흥미롭게 닮아있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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