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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자연, 도심 전망이 어우러진 아용망 종주
가성비 좋은 코스로 등린이, 외국인에게 인기
한국의 시부야 스카이 ‘용마산 스카이워크’
아차산 최고의 전망과 기운을 품은 ‘고구려정’
아차산에서 바라본 한강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남산, 북한산, 도봉산 / 사진=배성식 제공
‘아용망’을 아시나요?
아용망은 서울 광진구의 아차산, 중랑구의 용마산, 망우산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세 산은 아차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서울 둘레길로 연결돼 있어 등산 초보(등린이)는 물론, 최근에는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젊은 층 사이에서도 ‘아용망 코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선 시대에는 아차산·용마산·망우산을 모두 통틀어 ‘아차산’이라 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의 동북부의 아차산과 용마산, 망우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옛날 삼국 시대부터 한강 유역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처음에는 고구려, 이후에는 신라가 능선에 보루를 설치하여 주변 지역을 방어했다.
조선 시대 한양은 도성을 둘러싼 내사산(북악산·낙산·인왕산·남산)과 그 바깥을 감싸는 외사산(북한산·아차산·덕양산·관악산) 체계 속에 자리했다. 이 외사산을 연결하면 오늘날 서울의 경계와 상당 부분 겹치며, 아차산은 용마산과 함께 한강 동북부 방어선의 핵심을 이루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세 산을 잇는 종주 코스(10㎞)는 아차산에서 출발해 용마산과 망우산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일반적이지만, 트롯뉴스에서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시작해 용마산과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역방향 코스를 추천한다. 역사와 자연, 도심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아용망의 매력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다.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 산행안내도 / 사진=지노김(zeenokim) 제공
지난 호에서 소개한 인문학 산책길인 ‘망우역사문화공원’을 뒤로하고 용마산 정상을 향해 오르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망우산 제1보루로 이어지는 오솔길이고, 직진하면 용마산 스카이워크를 만난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다시 합류하므로 취향에 따라 걸으면 된다.
왼쪽 오솔길 끝에서 만나는 망우산 제1보루는 훼손이 심한 제2·3보루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사적으로 지정된 고구려 보루다. 해발 280.3m의 망우산 남쪽 끝 봉우리에 자리해 용마산 보루와 시루봉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1994년 지표조사에서 고구려 토기 조각이 발견됐으며, 훼손된 유적은 등산로를 정비해 현재는 보존·관리되고 있다.
보루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이나 흙, 콘크리트 등으로 튼튼하게 쌓은 소규모의 성곽, 진지(요새)를 뜻하는 것으로 일상에서 ‘최후의 보루’처럼 지켜야 할 대상을 비유적으로 가리키기도 한다.
지켜야 할 최후 지점이라는 의미에서는 ‘마지노선’과도 비슷하지만, 마지노선은 ‘경계선’의 의미가 강하고, 보루는 그 경계선 안쪽의 영역을 지칭하는 의미가 강하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용마산 정상으로 가는 오솔길(좌)과 망우산 제1보루(우)
'용마산 스카이워크'는 산비탈을 따라 숲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목재 전망시설이다. 유리 바닥 대신 중앙을 나선형으로 비워 기존 묘역이 내려다보이는 독특한 구조를 갖췄으며, 한 번에 42명까지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시부야 스카이’라는 별명과 함께 SNS 사진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의 시부야 스카이'로 불리는 '용마산 스카이워크' 야경 / 사진=중랑구청
헬기장을 지나면 아차산과 용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정상까지는 거리가 멀지 않아 대부분 용마산 정상을 먼저 다녀온 뒤 아차산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은 570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깔딱고개가 시작되며, 중간 전망대에서는 강북 일대와 구리, 한강, 암사동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용마산 정상으로 향하는 570 계단과 계단 중간 쯤에서 바라본 구리, 하남 일대 전경 / 사진=배성식 제공
용마산과 아차산은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진 같은 아차산군에 속해 엄밀히 말하면 정상은 ‘용마봉’이라 부르는 것이 맞다. 해발 348m의 용마봉은 예부터 중랑천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정상 부근에는 고구려가 축조한 보루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용마봉 정상석 / 사진=배성식 제공
용마봉에는 삼국 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아기 장수’ 전설도 깃들어 있다.
고구려·백제·신라의 접경지였던 이곳에서 비범한 힘을 지닌 아이가 태어나자 부모는 가족의 화를 막기 위해 아이를 희생했고, 다음 날 용머리에 말의 몸을 한 전설 속 동물 ‘용마’가 봉우리에서 슬피 울며 하늘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용마봉 또는 장군봉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정상에는 서울 갈산(양천구)과 함께 토지 측량의 기준이 되는 1등 삼각점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토지조사사업 때 설치된 것으로, 지금도 국가기준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용마봉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으로 왼쪽 하늘에 보이는 검은 점은 '러브 버그' / 사진=배성식 제공
용마산은 짧은 시간에 정상에 오를 수 있으면서도 볼거리가 풍부해 ‘가성비 좋은 서울 산’으로 꼽힌다.
대표 코스는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인근 용마폭포공원에서 중랑 둘레길을 따라 오르는 길과 뻥튀기 공원에서 출발하는 팔각정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완만한 산책로와 계단이 이어져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으며, 팔각정 코스는 야간 조명이 설치돼 밤 산행도 가능하다.
용마봉에서 다시 570개의 계단을 내려오면 아차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이 이어진다.
중곡동 방향의 긴고랑골은 이름처럼 길게 이어지는 계곡으로, 아차산 일대에서 드물게 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이면 발을 담그기 좋고,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에서 계곡 입구까지 이어지는 긴고랑공원 골목은 꽃과 나비를 주제로 한 벽화가 이어져 걷는 재미를 더한다.
긴고랑골에서 만난 용마산 정상과 아차산 정상 갈림길 / 사진=배성식 제공
경기도 구리시와 서울시 광진구에 걸쳐 있는 아차산은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은 산이다.
『삼국사기』에는 ‘아차(阿且)’ 또는 ‘아단(阿旦)’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아(阿)’는 한강의 옛 이름인 ‘아리수’를, ‘단’은 고구려 지명에서 흔히 쓰이던 ‘골짜기’를 뜻하는 말로 해석하는 학설이 있다.
오늘날의 ‘아차(峨嵯)’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문헌(고려사)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태조 이성계의 이름 ‘이단(李旦)’을 피하려는 ‘피휘(避諱)’ 때문에 ‘아(阿)’와 ‘단(旦)’을 대신해 비슷한 음이나 뜻의 글자를 썼다는 해석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피휘는 같은 뜻의 다른 글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이러한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아차산 능선에서 용마봉을 바라보며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우) / 사진=배성식 제공
아차산에는 이름의 유래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설화도 전해진다.
조선 명종 때 유명한 점쟁이 홍계관이 임금의 시험에 실패해 아차산에서 참형을 당했는데, 뒤늦게 오해가 밝혀지자 명종이 “아차! 아차!” 하며 탄식했고, 그때부터 이 산을 아차산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평강공주와 온달 장군의 전설이다. 평강공주의 남편이자 고구려 장군이 된 온달은 아차산성 전투에서 신라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했으며, 지금도 아차산 입구에는 두 사람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해발 295m의 아차산은 높지 않지만, 정상과 능선에서 만나는 전망은 서울 최고 수준이다.
한강과 잠실 롯데월드타워, 남산, 북한산, 도봉산까지 시원하게 펼쳐져 가볍게 오르면서도 뛰어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정상까지는 약 1시간이면 닿을 수 있고, 계단과 이정표가 잘 정비돼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새해 첫날이면 일출을 보기 위한 등산객들로 북적이는 명소이기도 하다.
아차산의 고구려 유적인 보루 / 사진=배성식 제공
아차산은 역사적 가치도 뛰어나다. 청동기 시대의 석기와 토기 등 5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됐고, 고구려 보루 20여 곳이 남아 있어 삼국 시대 한강 유역을 지키던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국가 지정 문화재로 지정됐다.
정상에는 별도의 정상석 대신 제4보루가 자리하며, 이곳에 서면 서울 도심과 한강이 한눈에 펼쳐져 왜 아차산이 천혜의 요새였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낮은 산이지만 전망과 역사, 걷는 즐거움을 모두 갖춘 서울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아차산은 정상석 없이 제4보루가 정상을 대신 / 사진=배성식 제공
1984년 아차산 자락에는 한강과 서울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이 세워졌다. 그러나 노후로 건물이 기울면서 철거됐고, 2009년 고구려 건축양식을 재현한 ‘고구려정’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고구려정은 가운데가 볼록한 배흘림기둥과 300년 이상 된 금강송을 사용했으며, 평양 안학궁 터와 아차산 홍련봉 보루에서 출토된 기와 문양, 고구려 고분벽화의 단청을 바탕으로 남한 최초로 고구려 건축양식을 재현한 정자다.
뛰어난 전망과 함께 아차산의 대표적인 포토 스폿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BTS 관련 프로그램에 소개된 뒤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고구려 양식의 고구려정(좌)과 고구려정에서 내려다 본 서울 전경(우) / 사진=배성식 제공
고구려정에서 낙타고개를 따라 내려가면 6·25전쟁에서 전사한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딴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아차산 생태공원이 이어진다. 도심 속 작은 농촌을 연상시키는 '아차산 생태공원'은 자생식물원, 나비 정원, 습지원, 소나무숲 등 다양한 생태 체험 공간을 갖추고 있어 산행의 여운을 느끼며 쉬어가기 좋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광나루역 인근에서 맛있는 한 끼를 즐겨보자.
'추미각'은 여름철 콩국수와 열무국수, 가을에는 워커힐 단풍을 감상한 뒤 즐기는 추어탕으로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광나루역 가는 길의 추미각(좌) 여름 별미 콩국수와 열무국수(우) / 사진=배성식 제공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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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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