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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BTS, 대영박물관과 협업 한국 문화유산 홍보… 100년역사 트로트가 가야할 길 아닌가?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7-09 15:46

런던공연기념 23일까지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

‘아리랑’ 테마로 달항아리,금귀걸이등 전시 행사

‘살아있는 문화유산’ 트로트도 관련행사에 최적

‘트로트×엔카 100년전(展)’등 파격 기획 어떨까?

k-pop이 콧대높은 대영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영박물관과 손잡고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참여형 프로그램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Korea Gallery Trail)을 23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연다고 소속사 하이브가  밝혔다.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은 월드투어 런던 공연을 계기로 열린 오프라인 이벤트 'BTS 더 시티 아리랑-런던'(BTS THE CITY ARIRANG-LONDON)의 하나로 마련됐다.


방탄소년단, 영국박물관 협업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영박물관과 손잡고 한국의 문화유산을 알리는 참여형 프로그램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Korea Gallery Trail)을 23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연다고 소속사 하이브가 8일 밝혔다./사진=하이브 제공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Korea Gallery Trail)'은 대중음악과 전통 문화유산이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폭발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월드투어 '아리랑' 런던 공연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은 정규 5집 앨범명 '아리랑'을 테마로 희망, 회복력, 소속감이라는 인류 보편의 정서를 한국관 상설 전시품과 연결했다.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사랑방', 포용의 미학 '달항아리', 정교한 장인정신의 '금귀걸이', 문화적 생명력의 '수막새'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매개로 세계인과 만난다. 

특히 선덕대왕신종의 울림을 담은 수록곡 'No.29'에서 착안해 신라 시대 유물을 중심으로 동선을 짠 기획력은 주목할 만하다.

이 장면 앞에서 트로트 관계자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10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 대중가요의 원형, 트로트는 왜 아직 이 길을 걷지 못하고 있는가.

 

‘당신의 아리랑은 무엇입니까’테마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의 핵심은 단순한 홍보 이벤트가 아니라는 데 있다. 

QR코드를 스캔한 관람객은 '당신의 아리랑은 무엇입니까(What is Your Arirang?)'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천년 전 유물이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관람객 개인의 삶과 연결되는 순간, 문화유산은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서 작동하는 공식은 명확하다. 대중음악의 팬덤이 문화유산의 '입구'가 되고, 문화유산의 깊이가 대중음악의 '격'을 끌어올린다.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ARMY)는 달항아리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따라왔다가 달항아리를 발견한다. 반대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선덕대왕신종이라는 천년의 울림을 등에 업으며 일회성 유행이 아닌 문명사적 서사를 획득한다.

이것이 바로 '음악과 문화유산의 시너지'다. 그리고 이 공식은 K-pop의 전유물이 아니다.

 

트로트는 아리랑의 정서적 ‘적자’

 

트로트는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관통한 민중의 노래다. 

일제강점기의 설움, 전쟁과 분단의 아픔, 산업화 시대 고향을 떠난 이들의 향수, 그리고 오늘날 세대를 넘어선 위로까지, 트로트의 가사와 선율에는 한국인의 집단 기억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방탄소년단이 '아리랑'을 테마로 유물과 음악을 엮었다면, 트로트는 그 아리랑의 정서적 적자(嫡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자산이 체계적으로 '유산화(遺産化)'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뽕짝'이라는 폄하의 언어에 갇혀 있는 동안, 트로트는 학술적 정리도, 아카이브 구축도, 국제적 브랜딩도 뒤처졌다. 대영박물관이 신라 금귀걸이를 조명하듯,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가 국제 무대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사운드트랙으로 조명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

 

방탄소년단, 영국박물관 협업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방탄소년단, 영국박물관 협업 '코리아 갤러리 트레일'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사랑방', 포용의 미학 '달항아리', 정교한 장인정신의 '금귀걸이', 문화적 생명력의 '수막새'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매개로 세계인과 만난다.  /사진=하이브 제공

한일 공동등재라는 담대한 구상

 

여기서 주목할 국제적 선례가 있다. 

2009년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라플라타 강을 사이에 둔 두 나라의 공동 유산인 탱고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공동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국경을 넘어 형성된 음악 장르의 역사성을 두 나라가 함께 인정하고 함께 지키겠다는 선언이었고, 탱고는 이를 계기로 세계적 문화 브랜드로 재도약했다.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는 탱고와 놀랍도록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20세기 초 동아시아 근대화의 격랑 속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됐고, 두 나라 민중의 애환을 담아낸 쌍둥이 장르다. 고가 마사오와 한국 가요의 교류사, 이미자와 미소라 히바리로 상징되는 양국 국민가수의 병렬적 역사는 이미 학술적으로도 풍부한 연구 대상이다.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 추진하는 트로트·엔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 프로젝트는 바로 이 탱고 모델을 벤치마킹한 구상이다. 갈등의 역사를 가진 한일 양국이 민중의 노래를 매개로 손을 잡는다면, 그 자체로 탱고 공동등재를 뛰어넘는 세계사적 화해의 서사가 된다.

 

트로트판 '갤러리 트레일' 한다면

 

방탄소년단의 사례는 트로트 진영에 구체적인 실행 모델을 제시한다. 

상상해 보자. 국립민속박물관 혹은 대중음악 전문 박물관에서 열리는 '트로트 헤리티지 트레일'. 유성기 음반과 축음기 앞에서 1930년대 '황성옛터'를 듣고, 피란 시절의 생활 유물 곁에서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만나고, 산업화 시대의 사진 앞에서 '고향역'이 흐르는 동선이다. 

관람객은 '당신의 트로트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의 인생곡으로 답하고, 그 사연이 SNS를 타고 세대와 국경을 넘는다.

한일 공동 기획으로 확장하면 파괴력은 배가된다. 

도쿄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는 '트로트×엔카 100년전(展)'은 유네스코 공동등재의 국제 여론을 조성하는 가장 강력한 문화 외교가 될 수 있다.

 

'유행'을 '유산'으로 바꾸는 힘

 

방탄소년단이 대영박물관에 입성하기까지는 음악적 성취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앨범 서사에 전통을 녹여내는 기획력, 이를 국제기관과의 협업으로 연결하는 시스템, 그리고 팬덤이라는 자발적 확산 동력이 삼위일체를 이뤘다.

트로트에는 이미 강력한 팬덤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증명한 세대 통합형 화력은 K-pop 팬덤 못지않다. 부족한 것은 기획과 시스템이다. 

트로트의 역사를 정리하는 아카이브, 국제 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문화 기구, 그리고 장르의 격을 끌어올리는 담론의 생산.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과 트롯뉴스가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탄소년단은 '아리랑'으로 대영박물관의 문을 열었다. 이제 트로트가 답할 차례다. 100년의 노래가 유네스코의 문을 여는 날, 한국 대중음악사는 비로소 완성된 서사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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