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BTS, 그래미 '아시안 팝'신설에 반발 “출품 거부” 선언에 ‘아미’들도 “찬성” 지원사격 나섰다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7-31 14:47
“음악을 지역·언어로 구분되는 것 반대”
제69회 그래미 어워즈 출품 포기 선언
팬덤 ‘아미’들 집중 스트리밍 지원사격
케데헌 메기강 감독등 지지표명 잇따라
대중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는 무대, 그래미 어워즈를 정면으로 거절한 사례는 흔치 않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 드문 선택을 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9일 오후 멤버 7인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7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수상 불발이나 불참이 아니라 출품이라는 절차 자체를 밟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멤버들은 게시글에서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문장은 짧았지만 메시지는 분명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9일 오후 멤버 7인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27년 2월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음악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빅히트 뮤직
발단은 '베스트 아시안 팝' 신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레코딩 아카데미가 지난 6월 발표한 신설 부문이 있다.
아카데미는 제69회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포함해 5개 부문을 새로 도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부문은 K-pop을 비롯해 일본의 J-pop, 중국의 C-pop 등 하나 이상의 아시아 국가 언어를 유의미하게 사용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아카데미는 아시아 대중음악이 세계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커진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가요계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왔다. 음악적 공통분모가 크지 않은 한국·일본·중국의 대중음악을 '아시아'라는 지역 단위로 한데 묶은 발상 자체가 서구 중심적이라는 지적이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구조에 있었다. 새 부문이 생기면서 겉으로는 K-pop의 수상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실제로는 '올해의 앨범'·'올해의 레코드'·'올해의 노래' 등 본상(제너럴 필즈) 경쟁에서 아시아 아티스트를 사실상 하위 범주로 밀어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을 주는 문은 넓어졌으나, 그 문이 옆문이라는 비판이었다.
‘거절’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나
방탄소년단이 이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이미 확보한 성과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 정상을 동시에 밟았다. 그래미 트로피가 없어도 세계 시장에서 이들의 위치를 의심할 사람은 많지 않다.
둘째, 팬덤이다.
전 세계에 걸친 '아미(ARMY)'는 차트와 여론 양쪽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해 왔다. 시상식의 인증을 대신할 만한 지지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는 의미다.
셋째, 그동안 견지해 온 음악적 태도다.
방탄소년단은 2021년 기자회견에서 그래미 수상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던 팀이다.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온 뒤 내린 이번 결정은, 트로피로 자신을 증명하는 단계를 스스로 졸업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아미의 화답 '에일리언스' 깜짝 1위
BTS의 용감한 선언에 ‘아미’들도 찬성과 함께 바로 지원사격을 했다.
30일 가요계에 따르면 5집 수록곡 '에일리언스(Aliens)'는 아미의 집중 스트리밍에 힘입어 전 세계 78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이 글로벌 차트 정상을 휩쓴 것은 이례적이다. 이 곡은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송'과 '유러피안 아이튠즈 송'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에일리언스'는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인으로 활동해 온 정체성의 고민과 포부를 이방인에 빗대 풀어낸 트랙이다.
타인이 정한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스스로의 기준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메시지가 곡 전반을 관통한다. 보이콧 선언의 취지와 노랫말이 정확히 겹치면서 팬들이 이 곡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아미는 엑스(X) 등 소셜미디어에 '#WeStandWithBTS', 'Proud_of_BTS' 등의 해시태그를 확산시키며 지지를 표명했다. 팬덤이 팀의 전환점마다 특정 곡을 차트에 다시 올리는 방식으로 응답해 온 흐름의 연장선이다. 지난해 12월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2018년 발표곡 '앙팡맨(Anpanman)'을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에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지는 팬덤 밖으로도 번졌다.
에픽하이 타블로에 이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SNS에 지지 의사를 밝혔고, 5집 작업에 참여한 미국 프로듀서 마이크 윌 메이드잇도 응원을 보탰다.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보이콧 결정을 응원한 매기 강 감독 인스타그램/사진=매기 강 인스타그램
그래미 “분리 아니라 확대” 해명
파장이 커지자 시상식 주최 측이 직접 나섰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 레코딩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30일 성명을 내고 방탄소년단의 불참 소식이 안타깝다면서도 "음악 창작자로서 그들의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메이슨 CEO는 신설 부문의 취지에 대해 아시아 대중음악의 깊이와 다양성을 조명하기 위한 것이며, 아시아 음악을 따로 구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약 1만5000명 규모의 투표인단에게 평가받을 기회를 넓히는 조치라는 것이다.
핵심 쟁점인 본상 배제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재즈나 컨트리처럼 장르 부문에 출품하더라도 올해의 레코드·앨범·노래 등 본상 심사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장르 부문과 주요 부문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명이 논란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규정상 배제되지 않는 것과 실제 심사에서 동등하게 평가받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반론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래미는 오랫동안 비백인 아티스트에게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지난 2월 열린 제68회 시상식에서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운드트랙 '골든(GOLDEN)'이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한 부문 수상에 그쳤고, 로제의 '아파트(APT.)'는 무관에 머물렀다.
지역 장르 특성무시한 분류 문제
이번 사안의 본질은 트로피가 아니라 분류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음악을 나눌 권한을 갖는가 라는 물음이다.
한국·일본·중국의 대중음악을 '아시안 팝'이라는 하나의 상자에 담는 순간, 각 지역이 100년 가까이 축적해 온 장르의 역사와 미학적 차이는 지워진다. 트로트와 일본 엔카가 오랜 기간 서구 음악사 바깥에 놓여 왔던 사정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 대중음악을 개별 장르가 아닌 지역 묶음으로 취급하는 관성은 시상식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선택이 실제로 그래미의 기준을 움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최고 권위를 자임해 온 시상식이 아시아 아티스트의 불참 선언에 CEO 명의의 성명으로 응답했다는 사실 자체가,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설 부문이 첫 시상을 치르기도 전에 대표성 논란에 휘말리면서, 제69회 그래미가 이 부문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시상식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