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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평생 술 좀 팔아 본 남자, 이젠 한국문화를 팔고 싶어요”… 한국형 ‘탱고 하우스’ 꿈꾸다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8-03 13:49

막걸리서부터 위스키까지 술이라면 다 팔아봐

‘30년 영업’ 마치고 산티아고 순례길서 재충전

우여곡절 끝 광안리 한식 전통주 주점 떠 맡아

술 전문가 전공 살려 입소문 타며 지역 명소로

“한국 음악과 문화 전통주 등 체험형 매장 구상”

라이브와 함께하는 ‘트로트 포차’ 변신 계획 중

□ 부산 광안리 '광안야행' 장용진 대표

 

부산 광안리 바다 끝, 파도 소리와 함께 정갈한 퓨전 한식과 전통주로 입소문을 탄 한국식 주점 ‘광안야행(廣安夜行)’이 있다. 이곳은 평범한 술집이 아니다. 

금복주·경주법주·페르노리카코리아·수석무역·골든블루를 거치며 소주·맥주·위스키·와인·사케·막걸리까지 거의 모든 술을 팔아본 ‘술 영업 인생 30년’ 장용진 대표가 “술 좀 팔아본 남자”에서 “한국문화를 파는 남자”로의 새로운 변신을 준비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1000km 완주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현재 운영 중인 광안야행을 향후 ‘한국형 트로트 포차’로 발전시키겠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지역 양조장의 특산주와 한국적인 음식, 그리고 라이브 트로트 공연과 지역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문화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트롯뉴스는 트로트의 학문적 정립과 역사 서사 구축, 공연 인프라의 양성화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트로트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평생 술을 팔아온 영업맨이 이제 지역 문화를 팔겠다고 나선 이 전환의 의미를, 트롯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광안야행' 장용진 대표가 맥주 브랜드 스텔라 퍼펙서브대회 에서 '푸어링(POURING)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본인 제공


술을 좋아해 술 회사에 입사하다

 

장용진 대표의 술 인생은 대학 시절의 사소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술을 워낙 좋아했던 그는 선배가 술 회사에 다니며 후배들에게 멋있게 술을 사주는 모습을 보고 “술 회사에 가면 술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라는 단순한 로망을 품었다. 

1990년대 중반 조선맥주와 오비맥주, 오비시그램에 모두 지원서를 넣으며 그의 커리어는 본격적인 술길 위에 올랐다.

“94~95년도에 조선맥주, 오비맥주에 계속 원서를 넣었어요. 오비시그램과 오비맥주 둘 다 지원했다가, 친구에게는 오비시그램 가라고 추천하고 나는 오비맥주를 선택했죠. 그런데 95년 3월 오비맥주 최종 심사 이후 페놀 사태가 터지면서 최종 면접이 지연됐고, 저는 결국 다른 회사로 먼저 들어가게 됐습니다.”

 

페놀 사태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지 못한 경험은 결과적으로 그의 진로를 더 넓게 만들었다. 1997년 그는 우연한 기회에 대구의 금복주·경주법주에 입사하면서 지방 소주·약주 시장을 경험했고, 2000년에는 32살 최연소 경남사무소 소장을 맡으며 젊은 나이에 현장을 책임지는 자리까지 경험했다.

“그때는 선배들이랑 나이 차이가 15~20년씩 났어요. 목표 매출이 100이면 제가 보기엔 조금만 더 하면 120도 가능한데 선배들은 80~90에서 멈추더라고요. 왜 그런지 젊을 땐 이해가 안 됐는데, 지나고 보니 ‘적당히 조절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지방 소주 회사에서 그는 ‘오너 마인드’를 몸으로 체험했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을 돌며 박스 진열을 직접 체크하는 회장, 체육학과 출신 오너들이 몸으로 영업을 지도하는 풍경은 그에게 지방 주류 산업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각인시켰다.

 

 

“술이라면 안 팔아본 술이 없다.”

 

금복주·경주법주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친구의 소개로 위스키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페르노리카코리아에 입사한다. 로열 살루트, 발렌타인 등 수입 양주를 판매하는 이 회사에서 그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위스키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동아제약 계열 수석무역으로 옮겨 와인과 J&B 위스키, 송죽매 사케, 타이거·기린·블랑 생맥주 등 다양한 제품군을 영업했다. 2004년 부산 센텀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서 와인 파티를 열어 월 1억 원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와인 소믈리에, 커피 바리스타 등 물 관련 자격은 다 땄어요. 사실 와인이나 커피나 다 비슷해요. 산미가 있고, 알코올 유무 정도 차이일 뿐 술과도 연결될 수 있죠.”

 

그의 이름 ‘장용진(張溶珍)’도 물과 인연이 깊다. 베풀 장(張), 녹을 용(溶), 보배 진(珍)으로 “물로 만든 보배로운 것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명함에도 한자 이름과 함께 이 훈독이 적혀 있고, 메인 슬로건에는 “술 좀 팔아본 남자”라는 문장이 붙어 있다.

‘술 좀 팔아본 남자’ 답게 그는 ‘솔 좀먹는 남자’였다.

위스키 영업 시절, 그는 송년회나 성수기 때 하루 14~15차까지 달리는 생활을 했다. 

낮 12시부터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는 술자리, 아침 출근과 동시에 신제품 테스팅을 위해 깔리는 술잔들, 그 사이에서 술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삶은 몸과 마음에 적지 않은 부담을 남겼다.


 장용진 대표가 친구들과  한양대 앞에 있는 바(BAR)에서 군복을 입고 파티를 하고 있는 모습, 해당 바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각국 군인들의 군복이 전시되어 있어 당일 파티의 드레스 코드가 군복이었다. / 사진=본인 제공


위스키 ‘골든블루’ 매출 80%를 혼자서

 

수석무역에서 근무하던 그는 부산 전통주 업체 ‘천년약속’ 인수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천년약속’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APEC 정상회의 누리마루 만찬의 건배주로 선정되며 전국적인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이후 회사를 인수한 수석무역은 사명을 ‘수석밀레니엄’으로 변경했고, 훗날 국내 대표 위스키 브랜드인 ‘골든블루’로 새롭게 도약하게 된다.

이후 자동차 부품 사업을 독일 기업에 매각해 수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부산의 한 기업인이 비교적 적은 투자금으로 골든블루를 인수하면서 회사는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았다.

 

장용진 대표는 이 시기 부산·울산·경남·제주·전라도 지역과 유통 부문을 아우르는 조직을 하나씩 구축하며 영업망을 확대했다. 뛰어난 영업력과 조직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영남 본부장에 오른 그는 당시 회사 전체 매출 약 2,000억 원 가운데 약 80%를 책임질 정도의 압도적인 실적을 올린 영업 베테랑으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에서는 룸살롱을 포함해 거의 모든 상권이 골든블루였어요. 초창기 권역 매출의 80% 이상을 제가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오너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회사가 위스키에 이어 맥주 사업에 뛰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정든 술 회사 떠나 인생 2막을 열다

 

그는 당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맥주 사업 진출에 반대했지만, 페르노리카 출신 임원들을 중심으로 덴마크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의 직수입 계약이 추진됐다. 결국, 그는 위스키 영호남 본부장에 더해 맥주 사업 본부장까지 겸임하며 맥주 마케팅과 영업, 물류를 모두 총괄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사업 다변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너의 딸인 부회장이 결재 라인도 아니면서 전화로 강하게 반대하더라고요. 그 순간 참았던 게 한꺼번에 터졌습니다. 그래서 사표를 냈죠.”

회사는 그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22년 전무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붙잡았지만, 코로나 19 이후 물류비가 10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칼스버그 직수입 사업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는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는 술 회사 ‘전무’라는 직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 2막을 향해 길을 나섰다.

 

 

산티아고 순례길서 깨달은 ‘신(信)’

 

퇴사 후인 2022년 봄, 거래처 클럽 회장이 그의 집 근처까지 찾아와 산티아고 순례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에너지 보충을 해야 한다.”라는 권유에 그는 바로 파리 왕복 비행기를 끊었고, 출발 두 달 전부터 집 뒷산을 하루 10~20km씩 걸으며 몸을 만들었다.

 

프랑스 생장에서 출발해 피레네산맥을 넘는 첫 코스부터 난관이었다. 깔창과 양말을 대충 신고 갔다가 2일 차에 심한 물집이 잡혀 33일 여정 내내 밤마다 냉찜질해야 했다.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산불이 나 길이 막히기도 했고, 그 와중에 20대 이탈리아 교환학생, 한국인 청년들, 독일 친구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길에는 천사들이 있어요. 넘어져서 크게 다친 한국인 여성에게 이탈리아 의사·간호사 팀이 즉석에서 치료해주고, 다들 서로 도와주더라고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누구나 고민을 가지고 산티아고에 온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는 30일 코스 중 약 31일을 걸으며 800km 다이렉트 코스를 완주했다. 발톱 하나를 잃었고, 30일 중 27일은 슬리퍼를 신고 걸었다. 

그 여정 중 가장 강하게 남은 단어는 ‘신(信)’이었다.

“거기서 갖고 온 글자가 믿을 신(信)자 하나입니다. 내가 진짜 믿으면, 그 믿음이 확실해지면 종교를 떠나서든 사람이든 꿈이든 이루어지더라고요. 확신을 가지고 계속 두드리면 이루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장용진 대표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주류회사를 퇴사하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훌쩍 떠나서,  31일 동안  800km 다이렉트 코스를 완주했다. / 사진=본인 제공


“주점 동업을 합시다!” 뜻밖의 제안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매일 수영과 등산을 병행하며 몸과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길을 추천했던 거래처 회장으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주점을 하기에 정말 좋은 자리에 가게가 나왔는데 함께 해봅시다.” 뜻밖의 제안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동업을 망설였다. 평생 주류 영업만 해왔을 뿐 외식업이나 프랜차이즈 운영 경험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를 권해준 데 대한 고마움과 함께 새로운 분야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는 일본 후쿠오카 등을 직접 찾아 선술집과 외식 문화를 둘러보며 시장조사를 마친 뒤 동업 계약을 체결했다.

처음에는 일본식 선술집 형태로 문을 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전통주와 한식을 중심으로 한 지금의 콘셉트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동업자와 갈등, 결국 가게를 떠 맡다

 

운영 과정에서 동업자와의 갈등이 생겼고, 매출까지 감소하면서 결국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를 직접 인수하게 됐다. 

“처음 동업자로부터 가게를 인수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습니다. 주류만 알던 제가 가게 운영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한 달 정도 지켜보니 제 이름으로 시작한 가게가 점점 무너지는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직접 맡기로 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지금의 ‘광안야행’이 탄생했다. 


 장용진 대표가 운영하는 '광안야행'에 부울경 지역에서 가장 큰 양조장인 '맑은내일' 박중혁(사진위 왼쪽) 대표가 찾아왔다. 장 대표는 최근 취미 활동으로 'SUP'에 푹 빠져 있다. (사진 아래) / 사진=본인 제공

광안리 해변 앞에 자리한 이 퓨전 한식 주점은 부산·경남 지역의 전통주와 막걸리, 다양한 한식 안주를 선보이며 ‘광안리 감성 술집’, ‘전통주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저희는 ‘좋은 술은 여행하지 않는다.’라는 콘셉트로 운영합니다. 부산과 경남 인근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와 전통주를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술은 너무 멀리 이동하면 맛도 변하고 스트레스도 받거든요. 그런데 운영을 해보니 술만으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올 만한 무언가가 하나 더 필요했습니다.”

 

그 고민의 해답은 뜻밖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광안리에서 활동하는 버스킹 팀들의 요청으로 약 나흘 동안 가게 앞에서 공연을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그는 그때 처음으로 ‘음악과 술이 만나면 훨씬 큰 시너지가 난다.’라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후 이를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미각 청각 마음까지 위로받는 장소로”

 

트롯뉴스가 장용진 대표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 획일적인 음악이 흐르는 일반 주점과 달리, 그가 구상하는 공간은 삶의 애환을 달래온 음악과 따뜻한 음식과 술,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포차의 정서와 어우러지는 무대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정을 나누는 포장마차 특유의 감성에 라이브 공연을 더 해, 손님들이 미각과 청각은 물론 마음까지 위로받고 돌아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특히 트로트 시장은 아직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팬덤 규모도 생각보다 훨씬 크고요. 어느 날 광안리에서 같은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은 아주머니 수십 명이 지나가는 걸 봤어요. 무슨 행사인가 싶어 물어봤더니 트로트 가수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더라고요. 그때 ‘이런 분들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포차를 만들어도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 술을 팔아온 그의 시선은 이제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랜 세월 주류업계에서 쌓아온 영업 경험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얻은 ‘믿음(信)’의 가치가 만나, 그는 이제 술이 아닌 문화를 파는 사람을 꿈꾸고 있다.

 

 

누구나 함께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그가 그리는 그림은 단순한 술집이 아니다. 

스페인의 플라멩코가 와인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탱고가 한 잔의 술과 함께 그 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렸듯, 광안리 바닷가의 ‘광안야행’ 역시 한국인의 흥과 한이 담긴 트로트를 매개로 세대와 지역을 넘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이 꼭 대형 공연장에서만 울려 퍼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포차 한편에서도 자연스럽게 라이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트로트를 더욱 가까이에서 접하고 대중화하는 새로운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광안야행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은 트로트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트롯뉴스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광안리의 밤은 오늘도 깊어가고 있다. 

그리고 평생 술을 팔아온 한 남자가 이제는 술이 아닌 사람과 문화, 그리고 트로트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공간을 꿈꾸며 또 다른 인생 2막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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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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