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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임희숙이 뿜어낸 소울의 정수… 신곡 ‘K-아가씨와 건달’ ‘K-아버지’가 전하는 시대적 메시지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8-03 15:26

‘소울대모’ 임희숙 신곡으로 음악적 뿌리 회귀

‘K-아가씨..’ 히트곡제조기 안치행 작사 작곡

“오랜만에 마음드는 장르..세상믿고 내놓았다”

예우회 회장 조갑출의 총괄기획으로 세상에

‘한국 소울의 대모’ 임희숙이 77세의 나이에 신곡 두 곡을 동시에 내놓았다. 

지난 7월 발표된 ‘K-아가씨와 건달’과 ‘K-아버지(Father)’는 단순한 원로 가수의 컴백이 아니다. 평생을 흑인 소울과 블루스, 재즈에 바쳐온 거장이 자신의 음악적 뿌리로 회귀해 완성한 결정판이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장르를 부르게 됐다.”라는 본인의 말처럼 60년 음악 인생이 비로소 제 옷을 입은 무대다.


 ‘한국 소울의 대모’ 임희숙이 77세의 나이에 신곡 두 곡을 동시에 내놓았다. 사진은 가수 임희숙 신보 [K 아가씨와 건달 / K 아버지] 자켓


이태원 풍경 담은 'K-아가씨와 건달’

 

첫 곡 ‘K-아가씨와 건달’은 경쾌한 4/4박자 스윙 재즈를 기반으로 한 팝 블루스다. 

걷는 듯한 워킹 베이스 라인과 블루지한 기타 리프 위에서, 임희숙은 정직하게 박자를 타는 대신 밀고 당기는 특유의 레이드백(laid-back) 스윙감으로 곡을 요리한다. 

이태원 골목길에서 짝퉁 명품을 걸치고도 공주 행세를 하는 아가씨와 그를 사랑하는 건달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그린 가사를, 허스키한 음색과 세련된 리듬 감각으로 풀어내며 한국식 재즈 블루스의 품격을 보여준다.

이 곡은 ‘유행가 제조기’로 불리며 최헌의 ‘오동잎’, 김트리오의 ‘연안부두’ 등을 만든 베테랑 안치행이 작사·작곡하고 김기표가 편곡했다. 

기획자 조갑출이 오래전 안치행에게 받아 간직해 온 곡이 임희숙의 음색을 만나 비로소 세상에 나온 사연도 흥미롭다.


 

절제에서 절규로 'K-아버지’ 그리다

 

두 번째 곡 ‘K-아버지(Father)’는 정반대의 무게를 지닌다. 

8분의 12박자 다크 블루스로, 흑인 영가와 리듬앤블루스의 어법 위에 아버지의 헌신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얹었다. 홍사진이 작사·작곡하고 정기송이 편곡했다.

주목할 것은 1절을 영어로 부르는 과감한 구성이다. 

새벽 어둠 속에 묵묵히 길을 나서는 아버지의 모습을 영어 가사로 먼저 노래한 뒤 2절에서 한국어로 이어받는 이 설계는, K팝의 글로벌 감각을 성인가요 어법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임희숙은 “글로벌 시대에 맞춰 1절을 영어로 불렀다.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곡이 생겨 좋다.”라고 의미를 밝혔다. 

인순이 등 후배들이 이어온 ‘아버지 노래’의 계보를 국경 너머의 보편 정서로 확장한 ‘K-아버지’인 셈이다.

보컬의 서사도 압권이다. 절제된 흉성으로 시작해 곡이 진행될수록 차오르다, 후반부 “아버지”를 부르짖는 샤우팅에서 폭발한다. 

전주부터 후주까지 보컬과 대화하듯 주고받는 애절한 일렉트릭 기타 솔로의 콜 앤 리스폰스(Call & Response)는, 한국 소울이 도달할 수 있는 감성의 깊이를 증명한다.


 

 샘 쿡에서 손목인까지 60년 소울 여정

 

임희숙의 음악적 정체성은 한국 가요사의 깊은 유산에 닿아 있다. 

1966년 ‘마냥 행복해’로 데뷔할 당시 한국 대중음악의 거목 손목인에게 배웠고, 시대를 앞서간 손석우에 사사하며 트로트와 재즈, 블루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을 익혔다.


결정적 각성은 중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흑인 소울의 선구자 샘 쿡(Sam Cooke)의 노래를 접한 순간이다. 임희숙은 “모든 음악에 샘 쿡이 있었다.”라고 회고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조차 샘 쿡을 들으며 가수를 꿈꿨을 만큼 소울·재즈·팝·로큰롤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로, 1964년 총격으로 생을 마감하며 케네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더불어 총탄에 쓰러진 1960년대 미국의 상징적 인물로 남았다. 


그 샘 쿡의 영혼을 동양의 여성 가수로서 처음 받아 안은 이가 임희숙이었다. 이후 미8군 무대에서 흑인 소울과 리듬앤 블루스를 몸으로 익힌 그는 박인수와 함께 한국 소울의 개척자로 자리 잡았고, ‘진정 난 몰랐네’,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같은 명곡으로 그 깊이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이번 신곡이 각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윙 재즈와 다크 블루스는 임희숙에게 새로운 도전이 아니라 출발점으로의 귀환이다. 

히트곡 무대 뒤편에서 평생 콘서트마다 재즈와 소울 넘버를 불러온 가수가, 77세에 이르러 마침내 자신의 본령을 정면에 내건 것이다.


 '소울대모' 임희숙은 1966년 ‘마냥 행복해’로 데뷔할 당시 한국 대중음악의 거목 손목인에게 배웠고, 시대를 앞서간 손석우에 사사하며 트로트와 재즈, 블루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감각을 익혔다. 사진은 방송 다큐멘타리 촬영 현장 / 사진=임희숙 SNS


“조갑출 회장에 각별한 감사드린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한 이는 예우회 조갑출 회장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윤수일의 ‘사랑만은 않겠어요’, 영사운드의 ‘등불’ 등 한국 가요사의 대형 히트곡들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서 결정적 매개자 역할을 해 온 숨은 기획자다. 이번에도 그는 임희숙이라는 가수의 본질을 정확히 읽고 스윙과 블루스라는 최선의 옷을 입혔다. 

임희숙은 “조갑출 회장이 아니었다면 이 곡들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각별한 감사를 전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 무대 하고싶다”

 

최근 연극 ‘희수연 선물’ 무대에 서며 식지 않는 열정을 증명한 임희숙은 조만간 본격적인 무대와 방송 활동에 나선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관성적인 가요무대 틀을 벗어나, 감각적인 두 신곡으로 젊은 세대와 직접 소통하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믿고 내놓은 곡이니만큼 활동도 열심히 해야죠. 하지만 그다음은 들으시는 분들의 몫입니다.”

담담한 이 한마디에 60년 차 거장의 품격이 그대로 묻어난다. 

대중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음악 자체의 완성도로 승부하겠다는 거장의 배포다. 77세의 임희숙이 던진 이번 신곡은 트로트와 발라드에 매몰된 한국 성인가요계에 ‘K-소울’이라는 새로운 길을 묵직하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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