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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K-POP은 안무를 '상품'으로 만들었다… 트로트에도 세계인이 기억할 '문워크'가 필요하다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8-08 11:51

YG “영상69편으로 누적 70억뷰 달성” 발표

안무하나도 독립적 콘텐츠 자산으로 만들어

트로트는 방송 공연직캠 행상영상등 머물러

꺾기, 감정, 호흡,창법등 다양한 IP콘텐츠로

세계인이 기억 할 트로트만의 '한장면' 필요

마이클 잭슨을 떠올릴 때 사람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재생되는 것은 멜로디가 아닐지도 모른다. 한 짝의 흰 장갑, 반짝이는 재킷, 페도라, 그리고 뒤로 미끄러지는 발걸음. 노래를 몰라도 문워크는 안다. 

영어를 몰라도 마이클 잭슨은 안다. 하나의 동작과 이미지가 음악을 넘어 아티스트와 장르를 설명하는 '시각 언어'가 된 것이다.

 

K팝의 세계화 역시 이 같은 시각 언어의 힘을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와 베이비몬스터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영상 69편이 누적 70억 뷰를 기록했다고 8월 6일 밝혔다. 뮤직비디오가 아닌 퍼포먼스 영상만으로 거둔 성과다. 

블랙핑크는 이러한 콘텐츠 전략을 바탕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다.

주목할 것은 70억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하나의 음악을 여러 개의 콘텐츠 자산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트로트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트로트에는 세계인이 기억하고 따라 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가." 어쩌면 지금 트로트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히트곡이 아니라 '트로트의 문워크'일지도 모른다.


블랙핑크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와 베이비몬스터 등 소속 아티스트들의 퍼포먼스 영상 69편이 누적 70억 뷰를 기록했다고 8월 6일 밝혔다. 뮤직비디오가 아닌 퍼포먼스 영상만으로 거둔 성과다. 사진은 블랙핑크 /사진=YG엔터테인먼트  

연습실 영상서 '하나의 작품'으로

 

YG가 설명하는 퍼포먼스 영상의 핵심은 단순하다. 

과거 안무 연습 영상이 동작과 동선을 기록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퍼포먼스 영상은 안무 자체를 하나의 감상 대상으로 끌어올린다. 

세트와 조명, 카메라 워크, 편집을 별도로 설계하고 뮤직비디오에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안무의 디테일까지 입체적으로 담아낸다. 즉, 음악의 부속물로 존재하던 안무를 독립적인 콘텐츠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발생한다. 한 곡이 하나의 영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영상, 안무 영상, 멤버별 콘텐츠, 라이브 영상 등으로 확장된다. 

하나의 노래가 여러 개의 '검색 가능한 콘텐츠'가 되고, 각각의 조회 수가 다시 아티스트의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된다. 70억 뷰라는 숫자 뒤에는 바로 이런 콘텐츠 생산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블랙핑크가 보여준건 노래만 아니다

 

블랙핑크의 세계적 성공을 음악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16년 데뷔 이후 블랙핑크는 강렬한 음악과 함께 안무, 스타일링, 영상미, 무대 연출을 하나의 패키지로 구축했다. 'BLACKPINK'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음악뿐 아니라 특정한 색감과 패션, 표정, 움직임, 무대 이미지가 함께 떠오른다.

이것이 글로벌 콘텐츠 시대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이미지를 이해할 수 있고, 노래를 처음 들어도 동작을 따라 할 수 있다. 

언어는 번역이 필요하지만 움직임은 번역하지 않아도 된다. K팝이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YG의 음악은 음악과 안무, 스타일링, 무대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빅뱅과 2NE1을 거쳐 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로 이어진 YG의 제작 방식에서 퍼포먼스는 음악을 시각화하여 퍼포먼스 영상이라는 별도의 콘텐츠 포맷으로 발전했다/사진=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의 '퍼포먼스 DNA' 집념 결실


이러한 전략의 배경에는 YG 특유의 퍼포먼스 중심 제작 철학도 자리 잡고 있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전문 댄서로 활동했으며, 서태지와 아이들 1집부터 4집까지 전 곡의 안무를 직접 제작했다. 

이후 빅뱅의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 2NE1의 'Fire' 등 YG 대표곡의 안무를 맡으며 감각과 집념을 이어갔다.

블랙핑크 데뷔 시기부터는 음반 제작 일이 바빠지면서 여러 해외 유명 안무가들에게 안무를 의뢰했지만,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안무를 선별하고 직접 편집·수정하는 방식을 취했다. 퍼포먼스 영상 제작에 있어서는 기획, 무대 세트 구상, 현장 안무 수정·지도, 영상 편집까지 전반을 진두지휘했고, 특히 영상 편집은 100% 본인의 손으로 완성했다.

이처럼 YG의 음악은 음악과 안무, 스타일링, 무대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빅뱅과 2NE1을 거쳐 블랙핑크, 트레저, 베이비몬스터로 이어진 YG의 제작 방식에서 퍼포먼스는 단순한 '무대 장식'이 아니었다. 음악을 시각화하는 또 하나의 언어였다. 이것이 퍼포먼스 영상이라는 별도의 콘텐츠 포맷으로 발전한 것이다.

YG는 "음악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제작 철학"이라며,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가 대세인 흐름 속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고집해왔다.

 

그럼 트로트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여기서 트로트의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트로트의 영상 콘텐츠는 상당 부분 방송 무대 클립, 행사 영상, 직캠 등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이 영상들도 팬덤 형성과 아티스트 홍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조회 수와 콘텐츠 자산이 아티스트에게 온전히 축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송사가 제작한 영상은 방송사 채널에, 행사 영상은 행사 주최자나 팬들의 채널에 쌓인다. 가수가 10년, 20년 활동해도 자신의 음악과 퍼포먼스를 장기적으로 축적하는 오리지널 영상 자산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K팝이 하나의 곡을 다양한 영상 콘텐츠로 분화해 글로벌 팬들에게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트로트가 세계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콘텐츠 생산 방식' 자체의 변화인지도 모른다.

 마이클잭슨은 특유의 '문워크'등으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전세계의 팬들을 열광시키며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완성했다/사진=공식홈페이지


트로트에는 왜 '문워크'가 없을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트로트를 처음 접한 외국인이 단 한 번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이클 잭슨에게는 문워크가 있었다. 플라멩코에는 강렬한 발구름과 손동작이 있다. 탱고에는 서로를 끌어안는 아브라소와 특유의 스텝이 있다. 

K팝에는 군무와 포인트 안무가 있다. 그렇다면 트로트에는 무엇이 있는가.

꺾기? 물론 트로트의 창법은 매우 독특하다. 하지만 창법은 눈으로 보기 어렵다. 어깨를 들썩이는 춤? 장구? 한복? 부채? 이런 요소들은 이미 다양한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에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전통 소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전통을 보여주는 것과 새로운 문화적 기호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트로트의 세계화에는 한국적인 요소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반복하고, 따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트로트의 무기는 '춤'이 아니라 '목소리'

 

그렇다고 트로트가 K팝처럼 댄스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트로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목소리와 감정 표현이다. 꺾기, 밀고 당기는 프레이징, 떨림, 호흡, 한(恨)과 흥을 오가는 감정선. 이것은 다른 장르가 쉽게 복제하기 어려운 트로트만의 음악적 자산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보이게' 만들 것인가다. 

예를 들어 한 명의 가수가 밴드와 함께 노래하는 원테이크 라이브를 하나의 독립적인 브랜드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다. 

가수의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변화와 표정, 손동작, 호흡을 카메라가 따라가는 방식이다. 또는 트로트의 독특한 창법을 짧은 영상 콘텐츠로 만들 수도 있다.

"한국 트로트의 꺾기란 무엇인가?"

"왜 이 한 음에서 감정이 폭발하는가?"

"이 노래를 한국인은 왜 슬프다고 느끼는가?"

이런 콘텐츠는 단순히 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라는 문화의 사용법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된다.

 


'트로트의 문워크'를 개발해야 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장르의 문법이다. 

가수가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고, 팬들이 따라 할 수 있으며, 짧은 영상으로 잘라 SNS에 올릴 수 있고, 외국인이 언어를 몰라도 흉내 낼 수 있는 것. 이를 꼭 춤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다. 동작일 수도 있고, 손짓일 수도 있고, 몸의 리듬일 수도 있으며, 의상이나 소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트로트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누구나 한 번 보면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K-TROT'이라는 장르를 설명할 때 음악적 특징만 설명하는 시대에서 벗어나 "이것이 K-TROT의 움직임이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상징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적인 것'보가 ‘한국의 것’이 중요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가 있다. 

세계화를 위해 무조건 한복과 부채, 장구, 전통 문양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문화 콘텐츠는 전통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전통의 DNA를 현대적으로 변형한 것인 경우가 많다.

K팝도 한국 전통음악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적인 음악과 패션, 안무 속에 한국적인 정서와 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녹여낸다. 트로트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기보다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화는 과거를 전시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현재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개최된 ‘2026 박지현 콘서트 쇼맨쉽 시즌2 'SHOWMANSHIP SEASON 2'에서 마이클잭슨의 문워크를 보여주고 있다/사진=쇼7

트로트도 '콘텐츠 IP'로 진화해야

 

트로트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음원 중심의 사고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 곡이 발표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콘텐츠 체인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음원 → 뮤직비디오 → 퍼포먼스 영상 → 라이브 → 숏폼 → 안무 → 인터뷰 → 창법 콘텐츠 → 팬 참여 콘텐츠

특히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콘텐츠가 아티스트와 제작사가 직접 보유하고 관리하는 오리지널 IP 자산이 되는 것이다. 

K팝의 강점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음악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글로벌 플랫폼에 축적하는 산업 구조에 있다. 트로트 역시 이제 이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세계화는 '번역'이 아니라 '기억'이다

 

트로트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해외 공연, 외국어 번역, 글로벌 음원 유통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순서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먼저 세계인이 기억할 수 있는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마이클 잭슨을 모르는 사람도 문워크를 기억한다. 

K팝 노래의 가사를 모르는 사람도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한다. 그것이 문화가 국경을 넘는 방식이다. 트로트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인이 한국어 가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한국어를 몰라도 보고 듣고 따라 할 수 있는 트로트의 시각 언어와 몸의 언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콘텐츠 포맷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트로트의 다음 100년을 준비해야

 

트로트는 이미 충분한 음악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수많은 명곡이 있고, 독특한 창법이 있으며, 강력한 팬덤도 있다. 한국인의 삶과 희로애락을 담아낸 서사도 있다. 부족한 것은 어쩌면 그것들을 세계인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압축하는 새로운 문화적 기호인지도 모른다.

K팝이 세계화 과정에서 음악을 넘어 안무와 패션, 영상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냈다면, K-TROT도 이제 그 작업에 나설 때다. 

단순히 '한국적인 트로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한 번 보고 기억하고, 한 번 듣고 따라 하고, 한 번 따라 한 뒤 다시 공유하고 싶은 트로트. 그것이 진정한 K-TROT의 출발점일 수 있다.

마이클 잭슨에게 문워크가 있었고, K팝에는 포인트 안무가 있었다. 

이제 트로트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세계인이 기억할 트로트의 한 장면은 무엇인가." 트로트의 세계화는 어쩌면 그 질문에서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트로트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히트곡이 아니라 '트로트의 문워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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