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젊은 오빠’ 남진이 이번에는 사랑이 아니라 세월을 노래했다.
남진은 지난 12일 방송된 TBS FM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3부 ‘점심먹고 디저트쇼’에 출연해 지난 7월 20일 발표한 신곡 ‘지금까지 사는 동안’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대표곡 ‘님과 함께’도 함께 부르며, 어느덧 60년을 맞은 자신의 음악 인생과 삶에 대한 이야기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이날 방송의 무게중심은 단연 신곡 ‘지금까지 사는 동안’에 쏠렸다. 그런데 이 노래, 지금까지 남진이 불러온 노래들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가수 남진이 지난 12일 방송된 TBS FM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3부 ‘점심먹고 디저트쇼’에 출연해 7월 발표한 신곡 ‘지금까지 사는 동안’을 라이브로 선보였다. 사진은 남진(사진오른쪽) '허리케인 라디오 진행자 최일구씨(사진왼쪽)/사진=빠블로 기자
매년발표 신곡들 인생후반 요약
흥미로운 것은 남진의 최근 발매곡 목록이다.
2020년 ‘오빠 아직 살아있다’, 2023년 ‘이별도 내것’, 2024년 ‘다 내탓이요’, 2025년 ‘오로라 연인’, 그리고 2026년 ‘지금까지 사는 동안'.
'아직 살아있다’는 선언에서 출발해 ‘내 탓이요’라는 성찰을 지나 ‘지금까지 사는 동안’이라는 회고에 닿는다. 의도한 기획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든의 가수가 해마다 낸 신곡 제목들이 결과적으로 한 사람의 후반생을 요약하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12일 방송된 TBS FM ‘최일구의 허리케인 라디오’ 3부 ‘점심먹고 디저트쇼’에 출연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좌로부터 빠블로기자. 남진. 최일구앵커/사진=파블로 기자
‘젊은 오빠’가 부르는 성숙한 사랑
남진을 떠올리면 ‘님과 함께’, ‘가슴 아프게’, ‘미워도 다시 한번’이 먼저 나온다.
1960~70년대 청춘의 심장을 뛰게 했던 노래들이다.
그런 남진이 여든을 넘겨 부르는 ‘지금까지 사는 동안’은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 젊은 날의 사랑이 “당신을 사랑한다”는 감정이었다면, 지금의 사랑은 “당신과 여기까지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에 가깝다. 고백이 아니라 인사다.
그래서 이 노래의 주인공은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다.
긴 세월을 함께 견뎌온 모든 부부의 이야기다.
목소리도 달라졌다.
젊은 시절의 남진에게 목소리가 ‘청춘의 에너지’였다면 지금은 세월의 무게다. 이 노래에서 그는 굳이 힘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노래가 헐거워지지 않는 것은, 남진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서사이기 때문이다.
신곡과 ‘님과함께’ 60년 세월
이날 방송에서 남진은 신곡과 함께 ‘님과 함께’도 라이브로 불렀다.
한쪽에는 인생의 황혼에서 바라본 부부의 사랑이, 다른 한쪽에는 한국 대중가요사에서 가장 강렬했던 청춘의 에너지가 있다.
두 곡이 한 무대에서 이어지는 순간, 남진의 60년이 한 편의 압축된 콘서트가 된다.
여든을 넘긴 나이에 자신의 노래를 직접 라이브로 소화해내는 모습은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과거형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제 인생을 노래하는 가수로
이날 방송에서는 자기관리와 인생 이야기도 이어졌다.
남진은 오랜 활동의 비결로 철저한 건강관리와 함께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가짐’을 꼽았고, 후배들에게도 건강한 삶과 마음을 비우는 태도를 조언했다.
스타에게 욕심은 대개 에너지다. 그러나 60년을 달려온 남진이 말하는 것은 정반대 지점이다. 더 많이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는 것. 함께 살아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신곡의 정서와 정확히 오버랩 된다.
‘님과 함께’를 부르던 청춘의 스타가 이제 ‘지금까지 사는 동안’을 부른다.
청춘을 노래했던 가수가 인생을 노래하는 것이다.
남진의 60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숫자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음악 인생을 확인하는 이정표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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