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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샐러드] “왜 초밥은 꼭 두 개씩 나올까?” 초밥 두 점에 담긴 뜻밖의 역사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9-04 22:47

‘스시’의 어원에는 식초의 의미

스시의 시작은 ‘맛’이 아니라 ‘보존’

19세기 초에 오늘날의 스시 형태로 결정

생선과 밥의 크기·두께·산미·지방감 등의 조화

담백한 흰살에서 붉은살, 기름진 생선 순으로



한국에서 초밥은 이제 특별한 날에만 찾는 음식이 아니다. 

신선한 재료와 새콤한 밥,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한 끼라는 매력으로 일상적인 외식 메뉴가 됐다. 특히 회전초밥은 다양한 종류를 조금씩 맛보는 재미까지 더하며 젊은 층부터 가족까지 사로잡았다. 하지만 익숙한 만큼 오해도 있다.

 

 

스시는 곧 날생선일까?

 

답은 아니다. ‘스시’의 중심은 생선이 아니라 식초를 더한 밥, ‘샤리’에 있다. 그 위에 생선과 해산물은 물론 달걀과 채소 등 다양한 재료인 ‘네타’를 올린다. 날생선은 네타의 한 종류일 뿐이다.

스시’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에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일본어의 고어 ‘酸し(すし)’, 즉 ‘시다’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따라서 스시를 단순히 ‘식초와 밥’의 합성어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스시의 시작은 ‘맛’이 아니라 ‘보존’이었다

 

스시의 뿌리는 일본보다 훨씬 오래전 동남아시아의 벼농사 지역(메콩강)에서 생선을 소금과 쌀로 발효·보존하던 음식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쌀은 발효를 돕는 재료였고, 발효가 끝난 뒤에는 생선만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형태가 벼농사의 재배법과 함께 일본으로 전해진 뒤 일본의 환경과 식문화에 맞게 변화했다. 

일본에서는 적어도 8세기 후반의 기록에서 스시가 확인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나레즈시’의 원형도 이 시기에 형성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는 빨라졌다. 발효에 걸리는 시간을 줄인 ‘나마나레’ 등의 방식이 등장했고, 마침내 생선과 밥을 함께 먹는 형태로 발전했다. 에도시대에는 식초를 이용해 발효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는 ‘하야즈시’가 등장하면서 오늘날 스시의 방향이 결정됐다.

 


에도(현재의 도쿄)에서 드디어 ‘한 점’이 탄생하다.

 

에도막부 시대(17세기 초)가 열리고, 1657년 메이레키 대화재로 에도의 약 70%가 불타면서 도시는 대대적인 복구에 들어갔다. 전국 각지에서 기술자들이 몰려들자 음식장사도 활기를 띠었고, 특히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기를 끌었다.

이때 기존의 누름 초밥과 달리, 식초를 섞은 밥을 손으로 쥐고 그 위에 생선 등을 올린 ‘니기리즈시’가 등장해 서민들의 한 끼로 자리 잡았다. 와사비와 함께 오늘날과 같은 니기리즈시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다만 최초의 창시자가 누구인지는 여러 설이 있어 특정 인물로 단정하기 어렵다.


 19세기 후반 부터 '니기리즈시(쥠 초밥)'이 생겨나서 오늘날 초밥의 형태를 이루게 되었다. / 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R) 흥미로운 것은 당시의 초밥이 지금보다 훨씬 컸다는 점이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에도시대 니기리즈시는 오늘날보다 밥의 양이 약 세 배나 많았다. 지금의 초밥 한 점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큼직했다. 

한두 점만 먹어도 든든한, 말 그대로 한 끼 식사에 가까운 음식이었다.

 

 

그런데 왜 초밥은 두 점씩 나올까?

 

참치 두 점. 연어 두 점. 새우 두 점. 

오늘날 초밥집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기에는 전후 일본의 쌀 부족과 위탁가공제도가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는 식량 통제가 이어졌고, 초밥집들은 쌀을 자유롭게 구하기 어려웠다. 

이때 손님이 쌀을 가져오면 초밥집이 이를 가공해 초밥으로 만들어주는 ‘지참미 위탁가공제도’가 시행됐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기준이 만들어졌다.

쌀 한 홉(약 180mL, 종이컵)으로 초밥 열 개. 당시에는 손님이 가져온 쌀 한 홉으로 10개의 초밥을 만들어주는 방식이 1인분의 기준으로 활용됐다. 이 제도가 전후 니기리즈시의 크기와 보급에 영향을 준 것은 자료로 확인된다. 다만 오늘날 초밥이 두 점씩 나오는 이유가 바로 이 제도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두 점 단위는 초밥의 크기가 작아지고 여러 종류를 골고루 맛보는 식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정착한 보이는데, 한 점은 아쉽고, 세 점은 많다. 두 점이면 다음 초밥으로 OK.

이때 생강 절임인 ‘가리’는 네타가 아니라 초밥 사이에 입안을 정리해 다음 맛을 더 선명하게 한다.

 

 

“밥알이 몇 개고?”

 

초밥의 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회장은 초밥을 먹다 묻는다.


“밥알이 몇 개고?”

극 중에서는 초밥 한 점에 밥알 320개라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진 /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갭쳐

이 장면은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신라호텔 일식당에서 초밥의 밥알 수를 물었다는 일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신라호텔 조리부장이었던 이병환 씨가 전한 일화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은 점심에는 320알, 저녁(술 마실 때)에는 280알 정도가 적당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다만 이것을 초밥의 공식적인 기준이나 일본 스시의 정설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초밥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밥알의 숫자가 아니다.

 

샤리(밥)의 양과 온도, 식초의 비율, 쥐는 힘, 그리고 네타와 샤리의 균형. 좋은 초밥은 이 모든 요소가 한 점 안에서 맞아떨어질 때 완성된다.

 

스시는 만드는 방식에 따라서도 모습이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니기리즈시’는 손으로 식초밥을 쥔 뒤 그 위에 네타를 올린다.

'마키즈시'는 김 위에 초밥과 다양한 재료를 올려 돌돌 말아 만든다. 

우리의 김밥과 비슷한 형태다. 

'데마키즈시'는 김을 원뿔 모양으로 말아 밥과 재료를 넣고 손으로 들고 먹는다. 

일본에서는 유명하진 않지만, 해외에서 익숙한 캘리포니아 롤은 밥이 바깥으로 나오도록 만든 우라마키의 대표적인 형태다. 같은 스시라도 지역과 시대,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니기리즈시(왼쪽 맨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마키즈시', 사케와 페어링, '데마키즈시' / 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O) 

맛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동작

 

스시를 먹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간장은 밥이 아니라 네타 쪽에 살짝 찍는 것이 기본이다. 샤리에 간장이 직접 닿으면 간장을 과하게 흡수해 맛의 균형이 무너지고 밥도 쉽게 흐트러진다.

스시는 젓가락으로 먹어도 되고 손으로 먹어도 된다. 특히 니기리즈시는 원래 손으로 먹는 음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손으로 집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초밥에도 먹는 순서가 있는데, 보통 담백한 흰살에서 붉은살, 기름진 생선 순으로 가면 맛의 변화가 잘 느껴진다.


 니기리즈시는 원래 손으로 먹는 음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손으로 집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 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O) 

반드시 피해야 하는 예절도 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다른 사람의 접시에 직접 건네는 것. 이는 일본의 장례 의식과 관련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특히 일본인과의 식사 자리에서는 삼가는 것이 기본이다.

 

와사비는 톡 쏘는 맛에는 항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식중독을 완벽히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타마고(계란)는 스시 장인의 실력을 평가하는 메뉴가 되기도 하고, 연어 초밥은 일본의 생연어의 기생충 우려로 비교적 최근에 자리 잡은 초밥 메뉴이다.

시스와 함께 마시면 좋은 음료는 녹차(현미 녹차)가 좋고, 사케나 화이트 와인, 샴페인도 페어링이 좋다.

 

 

생선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우리는 초밥을 보면 참치의 붉은빛, 연어의 선명한 색, 새우의 곡선 등 생선부터 본다. 

화려한 것은 생선이지만, 스시를 완성하는 것은 샤리(밥)이다.

다음에 초밥 한 점을 집어 들었다면 생선 아래의 작은 밥을 한번 들여다보자.


 스시에 잘 어울리는 반주는 사케 / 사진=일본정부관광국(JNTO) 

그 안에는 수백 년에 걸쳐 변해온 조리법과 시대의 상황, 그리고 한 점의 균형을 맞추려는 요리사의 기술이 들어 있다. 초밥 한 점은 작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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