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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인터뷰: 조항조②] “노래는 내 삶의 온기… 세월이 흘러도 다시 듣고 싶은 가수로 남고싶다”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9-15 11:59

“‘고맙소’엔 아내와 가족을 위한 미안함이 담겨

출세나 인기욕심 없어 노래로 마음 전달할 뿐”

“연예인 되려고 노래하는 것 같은 신인들 많아

스타병에 빠지면 진정한 노래를 부를 수 없어”

“AI가 미안함, 말하지 못한 한숨까지 대신 못해

완벽한 소리보다 사람의 체온이 더 오래 남아

음정보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 감성 보컬의 거장, 레전드 조항조 인터뷰 ②끝

 

2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지나 ‘남자라는 이유로’로 시대의 마음을 어루만진 조항조. 그의 음악 인생은 ‘거짓말’, ‘만약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 그리고 ‘고맙소’로 이어졌다. 

발표한 노래들이 세대를 넘어 사랑받으며 대중가요계를 대표하는 가수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황제’나 ‘거장’ 같은 수식어 앞에서 손사래를 친다.

조항조가 노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화려한 기교나 완벽하게 보정된 음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살아오며 가슴에 품은 사연, 미처 말하지 못한 미안함과 고마움, 목소리를 타고 다른 사람에게 건너가는 따뜻한 체온이다.

 

인터뷰 1부가 록 밴드 ‘서기 1999년’에서 출발해 긴 무명 생활과 미국 체류를 거쳐 ‘남자라는 이유로’의 주인이 되기까지를 다뤘다면, 2부에서는 그의 노래에 깃든 가족 이야기와 음악 철학, 오디션 시대의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 AI 음악과 K트로트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담았다.


20년 가까운 무명 시절을 딛고 ‘남자라는 이유로’로 사랑받기 시작한 조항조. 이후 ‘거짓말’, ‘만약에’, ‘사랑찾아 인생찾아’, ‘고맙소’ 등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대중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왔다. /사진=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맙소, 아내에게 뒤늦게 건넨 마음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 ‘고맙소’는 조항조에게 유난히 각별한 노래다. 

후배 김호중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러 다시 주목받은 이 곡에는 조항조가 지나온 세월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배어 있다.

두 사람이 부른 ‘고맙소’는 결이 다르다. 조항조는 김호중의 노래를 “성악 발성에서 나오는 힘이 있고 잘 부른 노래”라고 평가했다. 이어 자신의 노래에는 삶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호중이는 성악 발성에서 나오는 힘이 있고 노래를 잘했어요. 저는 그냥 제 삶을 집어넣었던 것이죠.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아내를 생각하며 불렀습니다.”

조항조는 노래를 고를 때 가사를 먼저 본다. 

멜로디뿐 아니라 그 노래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일 공감대가 있는지를 살핀다. 그래서 대표곡 가운데 어느 한 곡만 특별히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선택한 모든 노래에 저마다의 이유와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사를 먼저 보고, 멜로디 라인을 보고, 그 노래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를 봅니다. 많은 분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곡이면 선택하죠”

 

‘고맙소’가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백에 머물지 않고 세대를 넘어 사랑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힘겨운 세월을 함께 견딘 부부에게는 서로를 향한 뒤늦은 인사가 되고, 부모와 자식에게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감사가 된다. 조항조의 삶에서 출발한 노래가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에게 감사는 아내 한 사람에게만 향하지 않는다. 긴 세월 자신을 버티게 한 가족과 노래를 함께 품는 말이다.

“제가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올 수 있었던 데는 가족의 힘이 컸고, 노래가 있어서 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히트곡 가운데 ‘고맙소’는 조항조에게 유난히 각별한 노래다. 후배 김호중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러 다시 주목받은 이 곡에는 조항조가 지나온 세월과 가족을 향한 마음이 배어 있다./사진=MBM '인생앨범-예스터데이'

 

드러내지 않았던 가족과 ‘돌싱’ 오해

 

조항조의 가족은 오랫동안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반인인 아내가 연예 활동을 하더라도 가족과 가정사를 공개하지 말자고 부탁했고, 조항조는 그 약속을 지켰다. 

가족 이야기를 거의 하지않다 보니 한때 ‘돌아온 싱글’이 아니냐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생겼다.

 

마트에서 벌어진 작은 해프닝이 엉뚱한 오해로 번진 적도 있었다. 조항조 부부가 친구 내외를 기다리며 시식 코너에 갔을 때 한 시민이 그를 알아봤다. 평소 사람들의 시선이 남편에게 쏠릴까 봐 조심하던 아내는 당황한 나머지 자신이 아내가 아니라고 하고 자리를 피했다. 이를 본 주변에서 ‘아내가 아니라 다른 여성이어서 달아난 것 아니냐’는 황당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부부는 그때마다 사생활을 공개하며 해명하기보다 처음의 약속을 지켰다. 아내는 묵묵히 남편의 음악을 지지했고, 조항조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노래에 담았다. ‘고맙소’가 아내를 생각하며 부른 노래라면, ‘‘사랑찾아 인생찾아’는 아내에게 바친 또 하나의 노래다.

 

가족에 대한 그의 마음에는 고마움만큼 깊은 미안함도 자리한다.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홀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외아들은 세 살이었다. 아버지의 손길이 가장 필요했을 시기에 곁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의 빚으로 남았다.

아들이 네 살 무렵의 일이다. 아이는 아버지가 다시 한국으로 떠났다는 말을 듣고 소리 내 울지 않은 채 차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조항조는 그 이야기를 뒤늦게 듣고 가슴이 무너졌다.

“아빠가 필요할 때 제가 곁에 없었잖아요. 아이가 소리도 내지 않고 창밖을 보며 울었다고 해요. 워낙 속이깊은 아이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곁에 있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사연

 

조항조의 노래에는 아버지를 향한 오래된 한도 흐른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그는 밤무대에서 일하고 있었다.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찾아가고 싶어도 통금이 풀리는 새벽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새벽 4시가 지나 병원으로 달려가던 길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끝내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음악을 하는 아들을 못마땅해했던 아버지였다. 공부나 사업을 하길 바랐지만 아들은 날마다 음악에 매달렸다. 생전에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후회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오래 남았다.

 

“아버지께 참 못했어요. 음악하느라 곁을 지키지 못했죠. 어머니에 관한 노래는 많은데 아버지 노래는 왜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주제로 한 노래를 두 곡이나 불렀다. 조항조의 노래가 유난히 중년의 마음을 파고드는 이유도 이처럼 실제 삶에서 나온 감정에 있다. 

그는 한 남편과 아버지, 그리고 아들로 살아오며 가슴에 묻어둔 미안함을 자신의 호흡으로 꺼내놓는다. 듣는 이들은 그 목소리 안에서 자신의 가족과 지나온 세월을 발견한다.


 

가사는 배우에게 주어진 시나리오

 

조항조는 녹음을 앞두고 무작정 노래를 반복하기보다 먼저 가사의 장면을 그린다. 

배우가 시나리오를 받아 인물의 마음과 행동을 해석하듯 가사는 가수에게 한 사람의 삶을 건네는 대본이라는 것이다.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합니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받는 것처럼 우리는 가사를 보고 메시지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죠. 표정이 아니라 소리로 표현해야 하니까요.”

그는 이 과정을 ‘스케치’라고 불렀다. 

어느 대목에서 숨을 들이쉬고, 어떤 단어를 눌러야 하며, 감정을 얼마나 드러낼지를 머릿속에 그린다. 노래는 글자를 정확한 음정에 얹는 일이 아니라, 가사 속 인물의 사연이 청자에게 전달되도록 소리로 장면을 만드는 작업이다.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은 날 모르나 보다~’라는 말을 그냥 읽으면 안 되잖아요. 이 대목을 어느 정도의 느낌으로 표현해야 듣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처럼 느낄지를 계속 그리는 겁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가수는 음표를 정확히 재현하는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가사 속 삶을 이해하고,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연결한 뒤, 목소리로 한 장면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조항조의 노래에서 가사가 또렷하게 들리고 짧은 한숨까지 의미를 갖는 이유다.


 

이미자가 알아본 기교보다 깊은 소리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는 과거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갈 후배로 주현미와 조항조를 꼽았다. 

팝과 록을 뿌리로 두고 정통 트로트의 전형적인 창법과 거리가 있는 조항조의 이름이 포함된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조항조는 이미자의 노래가 꺾기나 화려한 기교에 기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월이 흘러도 소리를 억지로 꾸미지 않고 마음에 있는 소리를 그대로 전하기 때문에 오래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이미자 선생님은 노래를 갖고 놀거나 기교를 부리기보다 마음에 있는 소리를 그대로 내세요. 제 트로트도 꺾는 기교가 아니라 소리의 표현과 감성으로 봐주신 것 같습니다.”

조항조의 창법도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기보다 가슴 안에서 한 번 삭인 뒤 단정한 음성으로 건넨다. 록과 팝에서 출발한 목소리가 우리 가요의 정서와 만나 ‘트로트 발라드’라는 고유한 색깔을 만든 배경이다.

 

2013년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는 그 색깔이 세대를 넘어 확장된 전환점이었다. 당시 드라마 OST는 주로 발라드 가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이 노래의 성공 이후 트로트의 정서를 품은 노래가 OST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조항조는 기억했다.

“그 노래가 그렇게 크게 될 줄 몰랐어요. 그때 더 출세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면 기회를 붙잡으려고 난리를 쳤겠죠. 그런데 저는 그런 욕심이 없었습니다. 지금 보면 바보지요.”

그는 웃으며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똑같다”고 덧붙였다. 유행이나 성공을 계산하기보다 자신의 목소리로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골라 부르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3년 KBS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OST로 조항조의  ‘사랑찾아 인생찾아’가 선정되면서 그동안 발라드가수 영역이었던 드라마 OST에도 트로트풍의 노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계기가 되었다/사진=KBS '왕가네 식구들'

 

노래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새로운 스타를 쏟아내고 젊은 가수들은 놀라운 발성과 기교를 선보인다. 인터넷에는 발성법과 감정 표현을 가르치는 정보가 넘쳐나고, 음원은 정교한 보정을 거쳐 완성된다. 그러나 조항조는 기술의 발전과 별개로 가수가 먼저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좋은데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아요. 아티스트의 마음으로 부르기보다 연예인이 되려고 노래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노래보다 박수받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죠.”

그가 경계하는 것은 박수 자체가 아니라 순서다. 진실한 마음을 노래에 담은 결과로 박수가 따라오는 것과 박수를 얻기 위해 소리를 꾸미는 것은 다르다. 빠르게 얻은 인기와 함께 찾아오는 ‘스타 의식’에 흔들리면 가수로서의 중심도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20년 후에도 노래하려면 다른 것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음악 세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스타병 같은 것이 생기면 진정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서 자기 위치가 흔들리는 것 같아요.”

오디션 심사에서도 특정 창법을 정답처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꺾기를 많이 해야 좋은 트로트가 되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취향이 모든 청중의 판단을 대신할 수도 없다.

“노래에는 정답이 없어요. ‘이렇게 불러야 한다’고 정해진 규정도 없습니다. 자기가 가진 색깔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가 기억하는 후배의 무대 가운데 하나는 어린 유지우가 아주 어린 시절 부른 ‘고맙소’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 우연히 영상을 발견한 조항조는 어린아이가 억지로 감정을 넣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깨끗한 소리 하나로 감동을 전하는 모습에 놀랐다. 그는 “감동은 기교와 테크닉을 억지로 집어넣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MBN '무명전설'의 마스터로 참여하고 있는 조항조는  참가자들에게 가장 따뜻하고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선배 심사위원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진=MBN '무명전설'

 

AI는 극복하지 못하는 호흡과 온기

 

AI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시대가 열렸다. 작곡가가 건네는 가이드 음원도 사람의 노래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다. 음정과 박자는 빈틈이 없고 감정 표현마저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인간 가수에게만 남는 영역은 무엇일까.

조항조도 최근 작곡가들에게 AI로 만든 가이드 음원을 받는다. 너무 완벽하게 부른 가이드를 들으면 자신이 어떻게 이보다 더 부르느냐고 농담하기도 한다. 작곡가들은 그의 색깔대로 불러달라고 주문하고, 녹음을 들은 뒤 호흡과 온기가 다르다고 말한다.

“AI 가이드가 너무 완벽해서 ‘이렇게 노래를 잘해 놓으면 가수가 어떻게 부르느냐’고 해요. 그런데 제 방식대로 부르면 작곡가들이 ‘호흡이나 온기가 다르다. 체온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AI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완성도 높은 소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살아오며 겪은 무명의 시간과 가족에 대한 미안함, 말하지 못한 한숨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청중은 음정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를 만든 한 사람의 시간을 함께 듣는다.

조항조는 AI가 팝이나 발라드에서는 오히려 더 능숙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한국 가요 특유의 감성을 호흡 깊숙이 실어 보내는 데는 아직 사람의 영역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기술보다 더 화려하게 부르려 하기보다 자신만의 삶과 색깔을 소리에 담는 것이 AI 시대 가수의 자리가 되는 셈이다.

 

K트로트 세계화 가능성과 방안은

 

K팝의 성공으로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이 커졌다. 

그렇다면 트로트도 세계인의 음악이 될 수 있을까. 조항조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K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K-트로트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팝과는 접근 방식이 달라요. 트로트에는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와 민족성이 들어가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접근하기가 쉽다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K팝은 세계 대중음악의 공통 문법인 팝(POP)을 기반으로 해 국경을 넘어 따라 부르고 재현하기 쉽다. 반면 트로트는 한국어의 억양과 정서, 고유한 창법이 긴밀하게 얽혀 있다. 나훈아의 전통적인 창법처럼 외국 청자에게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그 소리를 그대로 따라 부르게 하는 데는 장벽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샹송이나 각국의 민속음악이 고유한 정서를 유지한 채 다른 나라의 사랑을 받듯, 공감 가능한 노래가 한 곡씩 국경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

 

조항조가 해외에 알리고 싶은 자신의 노래로 꼽은 곡은 ‘고맙소’다. 

오랜 세월 곁을 지켜준 사람을 향한 감사는 문화와 언어가 달라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어 ‘고맙소’의 무게와 정서를 영어의 ‘Thank you’만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고맙소’를 그냥 ‘Thank you’라고 하면 노래의 프레이징도, 정서도 잘 맞지 않아요.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이 있다’는 뜻을 살려 ‘I owe you’처럼 의역해야 하나 생각해 봤는데 쉽지 않더군요.”

 

그의 이야기는 K-트로트 세계화의 핵심이 단순한 번역이나 팝 스타일의 모방에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국적 정서를 지키면서도 다른 문화권의 청자가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언어와 음악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무엇을 K-트로트라고 부를 것인지, 전통성과 보편성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화려한 칭호보다 ‘가수’로 남고싶어

 

조항조는 지금도 좋은 노래를 찾고 녹음한다. 

최백호가 작사하고 작곡한 ‘간혹’도 녹음을 마쳤다고 전했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곡 뒤에는 그가 아끼는 노래도 많다. ‘천상화’, ‘주먹을 쥐지 마라’, ‘그냥’을 이야기할 때면 모든 곡의 가사를 다시 들여다봐 달라는 마음이 묻어났다.

“좋은 노래가 정말 많아요. 방송에서 부를 기회가 없고 알려지는 데 한계가 있어 묻힌 곡도 있죠. 제가 아끼는 곡들이라 어느 노래든 후배들이 불러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트로트 황제’라는 말은 자신의 옷이 아니라며 웃었다. 화려한 칭호보다 세월이 지난 뒤에도 노래가 다시 불리는 가수를 바랐다.

“세월이 가도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가수, 다시 한번 듣고 싶은 가수로 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방송에서는 “멋있고 서사가 있는 노래를 부르는 시인 같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의 노래에서 가사가 늘 중심에 놓이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표현이다.

 

조항조에게 가수는 선택한 직업이 아니라 운명이다. 가수가 되기 위해 노래한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노래가 너무 좋아 계속 부르다 보니 가수가 됐다.

“지금 나이에 노래 없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오늘의 조항조는 노래 속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제 삶에서 노래를 빼버리는 것은 숨을 끊으라는 것과 같죠.”

 

‘남자라는 이유로’가 힘겨운 가장의 눈물을 대신 흘렸다면 ‘고맙소’는 긴 세월 곁을 지킨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였다.  그의 노래는 후배들에게도 질문을 남긴다. 박수보다 먼저 지켜야 할 마음은 무엇인지, 완벽한 기술보다 오래 남는 한 사람의 체온은 무엇인지.

 

조항조는 오늘도 마이크 앞에 선다. 노래가 좋아 가수가 된 사람의 호흡과 온기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깊어져 누군가의 외로운 마음으로 건너간다. <끝>


조항조는  자신이  팬들에게  “세월이 가도 다시한번 듣고싶은 가수, 멋있고 서사가 있는 노래를 부르는 시인 같은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 사진=우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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