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 놀던 채석강만큼이나 아름다워서 빌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수면 아래로 보이는 암반의 색이 영롱해서 붙여진 이름 '채석강' / 사진=배성식 제공
‘전북 부안’은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1권을 집필하며 전남 강진과 ‘남도 답사 일번지’를 겨룰 만큼, 빼어난 자연과 깊이 있는 문화유산을 함께 품은 곳이다.
‘부안(扶安)’이라는 이름에는 두 고을의 역사가 겹쳐 있다.
조선 태종 16년(1416년), 부령(扶寧)과 보안(保安)이 하나의 고을로 합쳐지며 두 이름에서 한 글자씩을 취해 ‘부안’이라 이름 붙였다. 지금도 부안 곳곳에는 두 고을에서 이어져 온 지명과 유적을 비롯해 오랜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다.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채석강’
얼핏 들으면 한강, 낙동강처럼 강(江)으로 들린다. 그런데 바닷가 절벽 암반이다. 채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에 취해 강물 속의 아름다운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태백이 놀던 채석강만큼이나 아름다워서 빌렸다고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해수면 아래로 보이는 암반의 색이 영롱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특히 닭이봉 한 자락에 마치 늙은 어미 코끼리의 발바닥처럼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이면서 형성된 퇴적암층이 절경이다. 이곳의 지질은 선캄브리아대 화강암, 편마암이 기저층을 이루고 있고, 중생대 백악기인 약 7000만 년 전에 퇴적한 성층으로 바닷물의 침식으로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 겹겹이 층을 이루고 있어 자연의 신비감을 느끼게 한다.
수만 권의 책을 쌓은 듯한 채석강 / 사진=배성식 제공
닭이봉은 높지 않고 길이 가파르지 않아 쉽게 올라갈 수 있으며 차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 전망대에서는 격포항과 격포 해수욕장, 그리고 멀리 고군산군도가 시원하게 보인다.
채석강을 제대로 보려면 물이 빠지는 썰물 때가 좋다. 격포항에서 격포 해수욕장까지 2km 정도 바닷가를 걸으며 채석강의 퇴적암도 보고 중간에 있는 해식동굴까지 보려면 썰물 때가 좋다. 특히 썰물 때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낙조와 노을은 서해에서 최고의 일몰 장소로 꼽힌다.
서해 최고의 해넘이 장소 ‘적벽강’
채석강 반대편으로 자리하는 적벽강은 중국의 소동파가 지은 시에 나오는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붉은 바위가 깔린 듯한 해안은 퇴적암 절벽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또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변산의 적벽강과 채석강은 국내 최고의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구불구불 해안선을 따라 노을을 보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며 ‘마실길’을 따라 아름다운 해안가를 걷는 것도 좋다.
국내 최고의 낙조를 조망할 수 있는 변산반도 / 사진=부안군
마실길은 변산반도의 해변 쪽으로 난 약 66km에 이르는 8개의 트레킹 코스로, 부안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적벽강의 절벽 위로는 서해의 수호신인 개양할미의 사당인 수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매년 4월 중순이면 유채꽃이 한가득 피는 장관을 보려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화장기 하나 없이 곱게 늙은 절 ‘내소사’
내소사는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약 600m의 전나무 숲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으로 피해를 입은 사찰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삭막했던 사찰 입구에 생기를 더하고자 조성한 숲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곧고 울창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길은 사계절 내내 청량한 풍경을 선사하며, 고즈넉한 사찰의 정취와 어우러져 내소사를 대표하는 산책길로 자리 잡았다.
특히 그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내소사 일주문에서 천왕문에 이르는 600m의 전나무 숲길 / 사진=배성식 제공
백제 무왕 때(633)에 ‘혜구두타’ 스님이 산문을 연 뒤 몇 차례 중창을 거쳐 지금에 이른 천년 고찰로,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절집 앞에는 수령이 10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당당히 서 있다.
조선 중기 건축양식의 정수로 인정받는 내소사 대웅보전은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를 끼워 짜 맞췄다. 특히 화장기를 쫙 뺀 것 같은 대웅보전의 연꽃과 국화 문양의 꽃 창살 사방연속무늬는 내소사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우리나라 장식 문양 중 최고로 평가되는 꽃 창살은 고유의 나무 빛깔과 나뭇결 위에 그대로 수놓아져 있어 절제의 미가 돋보인다.

조선 중기 건축양식의 정수로 인정받는 내소사 대웅보전은 못 하나 박지 않고 나무를 끼워 짜 맞췄고, 대웅보전의 꽃 창살은 우리나라 장식 문양 중 최고로 평가되고 있다. / 사진=배성식 제공
상감청자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부안청자박물관’
2002년 부안 앞바다 비안도 해역에서 3000여 점이 넘는 청자가 발굴되었다. 수백 년 동안 바다 밑에서 잠자던 고려인들의 예술품이 빛을 본 것이다. 많은 이들이 환호했고, 특히 부안사람들에게는 청자 본고장의 자긍심을 높였다. 부안에서 최고 수준의 청자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것은 청자 생산에 필요한 요건을 두루 갖춘 탓이다.
부안은 고려 문신 이규보가 왕실의 재목을 관리하는 관직을 변산에서 지냈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해 땔감이 풍부하고 질 좋은 흙이 있었으며, 최상품의 청자를 실어 나를 해상교통이 잘 갖춰진 곳이다. 밖에서 보는 청자박물관이 단순히 비췻빛(비취는 옥을 의미) 도자기 모양의 박물관으로 보였다면 실내로 들어가면 청자의 비췻빛과 고려자기의 디자인, 고려의 벽화 등으로 인테리어된 세련미가 반전 매력을 뽐내고 있다.
부안청자박물관 / 사진=부안군
관람객은 1층 안내 데스크에서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요청할 수 있으며, 오디오 가이드와 휠체어, 유모차도 대여할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고려청자를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기기 좋다.
관람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청자 역사실과 청자 명품실을 먼저 둘러본 뒤, 1층으로 내려와 청자 제작실, 청자 체험실, 기획전시실 순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전국 최대 규모의 반사망원경이 있는 ‘부안 청림천문대’
부안 청림천문대는 폐교를 활용해 숙박 시설과 운동 시설뿐만 아니라 최신 천문관측 시설을 갖추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1000m 반사망원경 및 8m 완전 개방형 돔, 최고의 투과율과 밝은 별을 관측할 수 있는 150mm 최고급 쌍안경, 보조 망원경 9종과 3차원 영상으로 천문현상 및 우주여행을 체험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어, 학생은 물론 전문인을 대상으로 천체 교육과 별자리 연구도 가능한 수준이다.
국내 웬만한 별자리 천문대 수준을 넘어서며, 부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족 여행 코스다.
송홧가루와 햇볕이 빚은 천일염 ‘곰소염전’
곰소염전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로 조선 시대에는 줄포만에서 곰소만까지 화염(바닷물을 끓여 만든 소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1940년대 일제가 부안 지역을 군항으로 사용하려고 제방을 축조하면서 육지가 된 지역이다. 그때 곰소에 염전이 만들어졌고, 광복 이후부터 천일염을 생산했다.
곰소에는 염전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낡고 오래된 목조 창고 건물들이 보인다. 곰소염전은 한때 쇠락하다가, 몇 해 전부터 천일염이 알려지면서 그 규모가 차츰 커지는 추세다.
염전 종사자들이 일하는 시기는 3~10월인데 볕이 가장 왕성한 여름에 나는 소금을 가장 좋은 소금으로 친다.
직접 작업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더라도 전통 방식으로 소금밭을 만들어놓은 풍경은 부안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곰소염전에서 찍은 흑백 사진은 인생 최고 장면이 될 수도 있다.
천일염 생산지인 '곰소염전'를 배경으로 흑백 사진은 인생 최고의 장면이 될 수 있다. / 사진=배성식 제공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줄포만 노을빚 정원’
줄포만(곰소만) 노을빚 정원은 2003년부터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와 우포리 일원의 침수 방지를 위해 줄포만의 갯벌을 막아 만든 공원으로 2010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특히 줄포만 습지보호 지역은 자연 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염생식물인 갈대, 나문재 등이 서식하고 도요새와 두루미, 백로 등 물새들의 서식처로서 보전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갈대숲 10리길, 야생화단지, 바둑공원, 바람 동산, 거북 포석정, 생태 온실관, 갯벌 생태관, 조각공원, 소원의 벽 등이 조성돼 있다. 생태 보트 체험, 오리배 페달 보트, 자전거 타기, 파크 골프장, 낚시체험,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거리가 있다.
캠핑장과 카라반 주차장,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 가족 단위의 캠핑객이나 청년층에게 인기가 많다. 황홀한 서해의 낙조와 밤하늘의 청명한 달빛과 별빛, 줄포만 갯벌의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구석구석 여행하는 ‘부안 택시 관광’
부안군은 최근 관광 패턴이 단체 방문보다 가족ㆍ친구 단위의 소규모 여행객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대응하는 동시에 다양한 관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관광 택시를 운행한다. 부안 관광 택시는 사전 예약제로 운행되며, 3시간, 5시간, 6시간으로 코스별로 요금이 책정되어 있고, 이용금액의 거의 절반가량을 부안군에서 지원한다.
관내 거주자는 이용이 제한되며 예약은 부안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부안의 추천 음식
밥 한 공기 뚝딱! 맛있게 버무린 전라도 인심 ‘곰소젓갈 백반’
윤기가 자르르한 부안 쌀로 갓 지은 밥 한 숟가락에 짜지 않고 담백한 곰소젓갈을 한 젓가락 올려 먹으면 이내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14~16가지에 이르는 젓갈이 상에 올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안쌀로 갓 지은 밥과 14~16가지 젓갈로 즐기는 남도 밥상 '곰소젓갈 백반' / 사진=배성식 제공자연산 백합의 신선한 맛! ‘백합죽’
백합은 부안의 특산품으로서 조선 시대부터 진상품으로 올린 식품으로 30여 가지 영양소와 다량의 철분이 들어 있어 여성들의 빈혈과 숙취 해소에 좋다. 백합은 횟감이나 찜, 구이 요리로도 일품이며 죽으로 요리하면 담백한 맛이 배가되어 더욱 구수하다.
겨울철 최고의 맛 ‘설(雪)숭어’
‘설(雪)숭어’는 겨울 첫눈이 내릴 무렵 바다에서 잡은 숭어를 일컫는 말이다. 겨울철 숭어는 살이 단단해지고 지방이 올라 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한층 깊어진다. 특히 부안에서는 겨울철에 잡히는 가숭어를 ‘설숭어’라 부르며, 해마다 열리는 ‘설숭어 축제’에 맞춰 제철 별미를 맛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정 뽕잎으로 만든 부드럽고 진한 매력 ‘뽕잎 바지락죽’
부안은 예로부터 청정 해역에서 서식하는 바지락으로 유명하다. 변산반도 연안에서 채취되는 육질이 좋고 해감이 필요 없는 자연산 바지락을 재료로, 신선한 채소, 부안 쌀, 그리고 아미노산·칼슘·철분 등의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뽕잎을 넣어 만든 ‘뽕잎 바지락죽’은 맛이 담백하고 영양도 풍부하다.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