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연백 실향민들이 연백시장 스타일로 재현
레트로 감성을 찾으려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강화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은 물론 4,000년 이전의 고인돌부터 근대 개화기까지 마치 ‘한 권의 역사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역사적 유적지가 많다.
강화도 북서쪽에 있는 교동도(인천광역시 강화군 교동면)는 북한과 바로 인접한 작은 섬으로 육안으로도 북녘땅,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이 보일 만큼, 원래 교동도와 연백 주민들은 왕래가 잦았다.

6.25 전쟁 당시 교동도로 잠시 몸을 피했던 연백 주민들은 휴전선이 생기면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자 대룡시장을 고향을 그리워하며 황해도에 있는 연백시장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차로 수월하게 드나들 수 있는 ‘가짜 섬’이 됐지만, 여전히 섬 전체가 민통선 안에 들어 자유로운 출입이 불가능하다.
검문 중인 교동대교 / 사진 출처 = 뉴스1
교동대교 진입 전 군부대가 통제하는 검문소에서 신분 확인을 거친 뒤 출입증을 발급 받아야 섬 출입이 허용되지만, 최근 많은 방송과 SNS 등을 통해서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여행객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대룡시장 내의 벽화
실향민과 가족들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오래된 노포들, 쌍화차를 파는 다방부터 청년들이 운영하는 강정집, 이발소, 세탁방, 시계방, 지금은 약국이라 부르지만, 당시 약방, 떡집 등 옛 감성이 담긴 외관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 등 대룡시장은 마치 1960~70년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으로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다양하다.

처음 시장을 이끌었던 실향민 1세대들이 대부분 돌아가시고 외지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늘면서 예전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지만, 그래도 실향민 후손들이 대를 이어 영업하는 가게도 꽤 남아있다.
화요일은 문을 닫는 가게가 많다.
시장에서 꼭 맛봐야 할 먹거리는 이름부터 흥미로운 ‘강아지 떡’이다.
예로부터 곡창지대였던 연백평야의 품질 좋은 찹쌀로 만든 인절미 맛은 일품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은 군량미 확보를 위해 떡을 만들어 먹지 못하게 하는 상황이 되자, 일본군에게 ‘개가 먹는 떡’이라 속였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특히, ‘청춘부라보’에서는 즉석에서 강아지 떡을 빚어내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데, 길쭉한 타원형 모양으로 떡을 빚어, 안에는 팥을 넣고 겉은 콩가루를 묻힌다.
찹쌀부터 팥, 콩가루 등 떡을 만드는 모든 재료는 교동도에서 난 농산물을 사용하는데, 청춘부라보는 단순한 떡집이 아니라 실향민들이 모이는 사랑방이자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다.
'청춘브라보'에서 강아지 떡을 빚는 모습
1950년대에 문을 열어 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연안정육식당’과 1960년대에 개업해 3대째 운영 중인 ‘대풍식당’도 빼놓을 수 없는 실향민 가게다. 두 곳 모두 백 년 가게 인증 식당으로 연안정육식당에서는 질 좋은 한우와 돼지고기를, 대풍식당에서는 황해도식 냉면과 국밥을 맛볼 수 있다.
연안정육식당의 제육볶음과 된장찌개
대풍식당 황해도식 냉면
대룡시장에서 먹어야 또 다른 메뉴는 레트로의 끝판왕 쌍화차. 특히 레트로 감성 가득한 대룡시장에서는 다방에서 쌍화차를 먹는 게 유행이다. 한약재에 각종 견과류와 달걀노른자까지 동동 띄운 쌍화차는 ‘마신다’보다는 ‘먹는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교동다방, 궁전다방, 제일다방, 길다방 등이 유명하다.
궁전다방과 쌍화차
대룡시장 최고의 간식은 호떡이다. 특히, 각종 TV 방송과 SNS를 통해서 유명해진 ‘뚱이호떡’은 항상 대기 인원이 많다.
뚱이호떡
대룡시장 여행을 추억할 기념품을 챙기려면 ‘교동 스튜디오’와 ‘송화칩스’에 들러보자.
교동 스튜디오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고 흑백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교동 스튜디오
송화칩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복고풍의 다양한 음료와 스낵을 판매하는 대룡시장의 핫 플레이스이다.
뉴트로(새로운 ‘new’와 복고풍 ‘retro’의 혼성어) 감성의 ‘기름병 밀크티’와 ‘깡통 감자 칩’으로 유명하다.
수제 감자, 고구마 칩 스낵카페 '송화칩스'
밀크티, 커피, 약쑥라테 등 각종 음료는 시장 방앗간에서 종종 보던 기름병에, 가마솥에서 튀겨내는 감자 칩, 고구마 칩은 페인트통 같은 깡통에 담아내 더욱 눈길을 끈다.
강화도 파머스 마켓
교동도 관광 안내와 전시, 체험, 농산물 판매가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 ‘교통제비집’은 교동도 여행 출발점으로 시작해도 좋다.
제비가 연백평야의 흙을 물고 와 교동에 제비집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름으로, 실제 교동도 실향민들은 당신들은 가지 못하는 고향 땅을 오가는 제비들을 귀한 손님으로 여겼다.
교동도 관광 안내 센터 '교동제비집'
대룡시장 인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속옷 차림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오징어 게임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 교동초등학교가 있다.
'오징어 게임'의 시작을 알리던 장면 교동초등학교 / 사진 출처 = 넥플릭스 캡쳐
화개산의 대형 전망대에서는 2~3km의 갯벌과 바다가 섞인 강화만 건너편에 황해도 연백군 연안읍 일대의 마을을 살필 수 있다.
화개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연백평야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기자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