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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밀폐’가 빚어낸 은빛 숲의 속삭임, 강원도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3-05 13:39

‘자작자작’ 타는 소리에서 태어난 이름

70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만든 은빛 숲의 장관

피톤치드 가득한 숲의 여왕

산을 지키기 위해 조성된 숲




예로부터 “인제 가면 언제 오나”라는 말이 있을 만큼 강원도 인제는 깊은 산속의 오지로 알려져 있다. 향로봉과 응봉산, 설악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드물었고, 그 덕분에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물 또한 맑게 보존됐다.

 

인제를 대표하는 자연 생태관광지인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조림(종자를 뿌리거나 나무를 심어 산림을 형성)을 통해 조성된 숲이지만, 마치 원시림과 같은 장관을 이루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숲으로 손꼽힌다. 1974년부터 1995년까지 약 138헥타르의 면적에 69만 그루의 자작나무가 심어져 오늘날의 숲을 이루었다. 

숲에는 7개의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으며, 숲속 교실과 전망대, 생태 연못, 인디언 집, 나무다리와 나무 계단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등산과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원대리 자작나무숲의 사계절


자작나무(Birch)는 햇빛을 좋아하는 ‘극양수’이자 빠르게 자라는 ‘속성수’로, 높이 20~30m까지 곧게 자란다. 햇볕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나무의 꼭대기 가지인 우듬지만 남기고 아래쪽 가지들은 스스로 떨어뜨리는데, 이때 생긴 검은 자국이 하얀 나무 껍질 위에 점처럼 남아 자작나무 특유의 무늬를 만든다.


 자작나무 특유의 무늬


‘숲의 여왕’이라 불리는 자작나무숲은 활엽수 가운데 피톤치드를 가장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계절에 따라 봄에는 싱그러운 연둣빛, 여름에는 청아한 초록빛, 가을에는 눈부신 황금빛으로 물들며, 겨울에는 눈 덮인 하얀 숲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일정한 높이와 굵기의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어 위로는 하늘이 보이지만, 좌우로는 시야가 쉽게 트이지 않는 독특한 숲의 풍경을 형성한다.


순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자작나무는 예술가들에게도 사랑받아 왔다. <절규>로 유명한 화가 ‘에드바르 뭉크’와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 역시 작품 속에서 자작나무를 즐겨 그렸으며, 한국에서는 1930년대 시인 ‘백석’이 함경도를 여행하며 자작나무를 뜻하는 <백화(白樺)>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 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뭉크(좌)와 클림트(우)의 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 자작나무 

하얀 나무 껍질과 곧고 단단한 자태 때문에 자작나무는 예로부터 영험한 나무로 여겨져 신성시 되었다. 목질이 단단하고 질이 좋으며 잘 썩지 않고 벌레가 먹지 않는 특징 덕분에 집의 대들보와 기둥, 문살 같은 건축 재료는 물론 조각 재료와 장작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특히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은 얇게 벗겨지고 베툴린 성분이라는 기름기가 많아 쉽게 썩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와 양산 통도사 <팔만대장경> 원판 제작에도 자작나무 껍질이 활용되었다. 

자작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맑게 하는 장점도 있지만, 햇빛을 강하게 필요로 하는 특성 때문에 다른 수목과는 함께 자라기 어려운 편이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

 양산 통도사 팔만대장경 목판


자작나무숲의 입구인 안내소에서 약 3.5km의 숲길을 따라서 오면 비로소 하얀 자작나무 숲에 닿는다. 숲길은 경사가 비교적 가파른 윗길(원정임도, 약 80분)과 완만하게 이어지는 아랫길(원대임도, 약 60분)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 체력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수령 20년이 넘는 자작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장관이 펼쳐진다. 


등산로 중간에는 2023년 겨울 한파로 피해를 입은 3.4헥타르의 부지에 신혼부부 100쌍을 초청해 함께 나무를 심어 조성한 새로운 숲도 만날 수 있다.

  신혼부부 100쌍이 심은 나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순백의 자작나무가 집중적으로 자라는 구간을 지나는 1코스(자작나무 코스)로, 주차장에서 약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자작나무숲 코스 중 별바라기숲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연간 약 25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다. 산허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 길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다만 산불 예방과 산림 보호를 위해 일부 기간에는 입산이 통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산림청 공식 웹사이트나 자작나무숲 안내소를 통해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원대리 자작나무숲 안내도 

겨울철에는 입산 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제한되며, 눈과 얼음으로 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등산화와 아이젠, 스틱 등 안전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차 요금은 승용차 기준 5,000원이지만 같은 금액의 ‘인제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옛날 원대막국수

 

자작나무숲 주차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40년 전통의 막국수 전문점이다. 

매일 방앗간에서 직접 제분한 메밀로 당일 사용할 만큼만 면을 만들어 면발이 쫄깃하고 담백하다. 새콤하고 시원한 육수의 물 막국수와 비빔 막국수를 기본으로, 인제 특산물인 곰취를 곁들인 수육과 감자전, 들깨칼국수 등 강원도의 향토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자작나무숲 인근 '원대막국수' 

최근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감독 박찬욱이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묵밥집’으로 언급하며 다시 화제가 되었다. 배우 이병헌과 방송인 전현무를 비롯해 홍명보 감독, 야구선수 김광현 등 여러 유명 인사들이 찾은 곳이다.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자작나무숲길 1113 / 매주 화요일 휴무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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