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장편애니상’‘주제가상’ 2관왕 쾌거
누적시청 5억회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흥행
컵라면-김밥등 한국문화 저변확대로 이어져
K-콘텐츠의 영토 확장이 거침없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골든글로브와 그래미에 이어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까지 평정하며 글로벌 문화 지형도를 다시 쓰고 있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 한식과 전통문화 등 한국적 삶의 양식을 세계 주류 문화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K-팝 기반 콘텐츠 ‘그랜드슬램’
‘케데헌’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디즈니의 ‘주토피아 2’, 픽사 스튜디오의 ‘엘리오’ 등 글로벌 애니메이션 명가의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이뤄낸 쾌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이번 수상은 한국 콘텐츠의 ‘시상식 그랜드슬램’ 완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에서 K-팝 장르 최초로 수상하는 역사를 썼고, 마침내 아카데미까지 석권했다.
영화평론가 윤성은 씨는 “골든글로브, 그래미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것은 우리의 노래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데 그치지 않고 작품과 곡의 완성도까지 인정받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콘텐츠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 작품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K-무속과 팝의 절묘한 변주
‘케데헌’은 악령 사냥꾼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령 보이그룹 ‘사자보이즈’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K-팝과 무속 신앙을 엮은 신선한 설정으로 세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진정한 자아 찾기라는 메시지와 개성 있는 비주얼, 이성에게 반하면 눈에서 팝콘이 튀어나오는 코믹 요소 등이 작품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흥행 성적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이후 글로벌 누적 시청 5억 회를 넘기며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대 콘텐츠 가운데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비평가 점수 기반의 토마토 지수 91%, 일반 관객 점수인 팝콘 지수 89%로 비평과 대중성 양면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음악 역시 돌풍의 핵심이었다. OST 타이틀곡 ‘골든(Golden)’은 K-팝 장르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정상을 동시에 석권했으며, 극 중 그룹 사자보이즈의 ‘소다 팝(Soda Pop)’에 맞춰 춤을 추는 챌린지는 SNS를 뜨겁게 달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생활 속으로 파고든 K-컬처
이번 수상의 진정한 의미는 콘텐츠 성취를 넘어 한국 문화 전반의 저변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작품 속에서 헌트릭스 멤버들은 컵라면과 김밥을 즐기고, 국밥으로 속을 달래며, 목소리 회복을 위해 한의원을 찾는다.
무속 신앙 요소인 저승사자, 도깨비, 당산나무 등은 물론, K-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응원봉과 한국어로 쓰인 손팻말 등이 자연스럽게 화면을 채운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등장했고, 라면과 김밥 등 K-푸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지난달 뉴욕타임스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들이 급증하면서 UC버클리, 아칸소대 등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한국어·한국 문화 강좌를 잇따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파급 효과도 뚜렷하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남산 YTN서울타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극 중 캐릭터를 닮은 조선시대 민화의 까치 호랑이 배지는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굿즈로 자리 잡으며 지난해 약 9만 개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등장한 '케데헌' 속 호랑이 캐릭터 더피 [EPA=연합뉴스 ]
'K-브랜드' 새로운 이정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케데헌’은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가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쌓아온 막대한 영향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케데헌’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 전반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씨는“케데헌 은 로컬 문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시작한 이 거대한 흐름은 이제 영화관과 스크린의 경계를 훌쩍 넘어섰다. 전 세계인의 식탁과 거리, 그리고 언어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K-컬처는 ‘케데헌’을 기점으로 또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신드롬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세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한국을 향하고 있다.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