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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임영웅 티켓 500만 원? 이제 꿈도 꾸지 마!”… AI 활용해 암표상 끝까지 추적한다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4-03 14:49
티켓 구하려는 효심 악용하는 암표상들
음공협, 암표탐지시스템 도입 적극단속
첨단기술로 흐릿한 사진 올려도 잡아내
당근마켓 카톡 물론 해외플랫폼도 감시
트로트 공연장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에 자신을 잊고 살아온 어머니가, 난생처음 ‘나를 위한 하루’를 허락하는 곳이다. 무릎이 아파도 버스를 갈아타고, 경로 할인 티켓을 손에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 앞에 서는 그 풍경, 그것이 바로 트로트 공연의 본질이다.
그런데 그 간절함을 돈으로 환산한 자들이 있다. 한 장에 500만 원. 평균 국민연금 수급액의 두 달치가 넘는 돈이다.
'음공협'이 AI 암표탐지시스템 'SMAIT'를 개발 도입했다/ AI 활용 이미지
표구입 경쟁 악용 피해 심각
가수 임영웅의 전국 투어 공연이 발표되자마자 티켓 예매 사이트는 마비됐다. 수십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 전쟁 속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몰려들었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암표상들은 공연 당일 한 장에 5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을 불렀다.
“엄마한테 임영웅 공연을 선물하고 싶어서 3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국 예매에 실패했어요. 중고 사이트에는 400만 원짜리 표가 올라와 있고...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한 30대 직장인의 고백이다. 트로트 팬덤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세대 간 연결’이다. 자녀가 부모를 위해 티켓을 구매하거나, 노부부가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암표상들은 바로 이 '효심(孝心)‘을 악용해 가격을 책정한다. 이것이 단순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 우리 사회의 도덕적 근간을 흔드는 범죄로 규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미지 속 텍스트’까지 감지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이하 음공협)가 개발·도입한 AI 기반 암표 탐지 시스템 ’SMAIT (Smart Monitoring AI Ticket System)‘는 이러한 현실에 정면으로 맞선다.
기존 단속 방식의 가장 큰 허점은 ’이미지 게시‘였다. 암표상들은 티켓 정보를 텍스트로 올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으로 올렸다. 자동화된 키워드 필터링 시스템이 이미지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꿰뚫은 수법이었다.
SMAIT는 이 허점을 AI와 OCR(광학 문자 인식,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기술의 결합으로 정면 돌파했다. 흐릿하게 찍힌 사진 속 티켓 일련번호, 좌석 정보, 공연 날짜까지 정밀하게 판독하고, 이를 정가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가격과 조합해 암표 여부를 자동 판별하는 구조다.
AI 학습의 핵심은 ’패턴 인식‘이다. 암표상들이 자주 쓰는 표현, “급처”, “원가 이하”, “직거래 가능”, “DM 주세요”와 같은 우회 문구까지 학습 데이터에 포함돼 있어, 아무리 교묘하게 위장해도 탐지망을 빠져나가기 어렵다.
암표 거래 방지 캠페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제공]
“국경 없는 AI 감시망 가동”
암표 거래의 또 다른 진화는 ‘플랫폼 분산’이다. 단속이 강화된 주요 플랫폼을 피해 틈새 채널로 이동하는 전략인데, SMAIT의 모니터링 범위는 이미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국내 플랫폼으로는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일상적인 중고거래 앱부터, 엑스(X)·인스타그램·카카오톡 오픈채팅까지 실시간 감시 대상에 포함된다.
해외 플랫폼으로는 글로벌 티켓 거래소 티켓마스터(Ticketmaster), 일본의 야후옥션(Yahoo! Auction), 중국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셴위(闲鱼)까지 망 안에 들어와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확산에 따라 임영웅·영탁 등 국내 트로트 스타들의 공연 티켓이 일본·중국·동남아시아 팬들에게까지 유통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어, 해외 플랫폼 모니터링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암표상들은 단속 강도에 따라 플랫폼을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이 있다”며 “SMAIT의 다(多)플랫폼 동시 모니터링은 이 ‘풍선 효과’를 원천 차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경범죄’라는 허점은 숙제
기술적 탐지 시스템의 발전과 함께, 법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한가에 대한 논의도 무르익고 있다.
현행 공연법 제23조는 티켓 부정 전매를 금지하고 있으나, 처벌 수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수백만 원의 차익을 챙기는 암표상에게 이 수준의 처벌이 실효성 있는 억지력을 발휘하는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반복 적발된 전문 암표상이 솜방망이 처벌 후 다시 활동에 나선 사례도 적지 않다.
영국은 2018년 ‘디지털 경제법(Digital Economy Act)’을 통해 봇을 이용한 대량 티켓 구매 자체를 범죄로 규정했다. 미국 역시 다수 주(州)에서 프로스포츠와 공연 티켓의 재판매 마진에 상한선을 두거나 봇 사용을 연방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한민국 트로트 공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처벌 강화와 함께 '봇 구매 행위 자체의 범죄화'를 담은 입법 논의가 본격화돼야 할 시점이다.
고기호 음공협 회장은 “암표는 공연 예술의 가치를 훼손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반사회적 범죄”라며 “SMAIT 시스템의 전면 가동을 계기로 암표 없는 공연 문화를 반드시 정착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업계 정부 팬덤 협력해야
SMAIT의 등장은 분명 반가운 신호탄이다.
하지만 AI 시스템이 아무리 정교해도, 처벌이 약하고 법제도의 그물망이 느슨하다면 암표상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완전히 끊어내기 어렵다.
업계와 팬덤, 그리고 정부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티켓 실명제의 전면 확대, 본인 인증 기반의 입장 시스템 강화, 재판매 플랫폼에 대한 가격 상한 규제,이 모든 제도적 조치가 AI 기술과 맞물릴 때, 비로소 공연장은 건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
임영웅이 무대에서 노래하는 순간, 그 감동은 모든 팬에게 공평하게 닿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공연 문화의 본질이다.
박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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