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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88세 현역가수’ 쟈니리가 남긴 뜨거운 안녕… “너무 어려웠던 내 일생 공개 망설여졌다”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4-23 13:57

조갑출·장미화·임희숙·태진아 등 참석

회고록 ‘뜨거운 안녕’ 출간 기념 공연

전설들과의 인연 소개하며 과거 소환

후배들 “마지막날 까지 무대 지키시길”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아트홀의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만큼 꽉 들어찼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의 관객들이 저마다 진심을 담은 눈빛으로 무대를 바라봤다. 

이날 이곳은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었다. 한국 대중가요사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류하는, 살아있는 아카이브 그 자체였다.

9순(90세)을 눈앞에 둔 88세 대한민국 최고령 현역 가수 쟈니리의 음악 인생을 집대성한 회고록 ‘뜨거운 안녕’ 출판 기념 헌정 공연. 전설의 드러머 조갑출, 소울의 대모 임희숙, 에너지의 아이콘 장미화, 트로트 대부 태진아, 대한가수협회 박상철 회장까지, 이 땅의 대중음악이 낳은 거장들이 한 선배를 위해 모였다.

 원로가수 쟈니 리의 회고록  '뜨거운 안녕' 출판기념 공연에 모인 후배들이 쟈니 리 와의 과거를 회상하며 잠시 추억여행 토크를 진행했다.  좌로부터 조갑출, 장미화, 쟈니 리, 임희숙, 태진아/사진=트롯뉴스

한편의 대하드라마 같은 일생 

 

쟈니리의 생애는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사의 투영이다. 

중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과 북한을 거쳐 남하하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가수의 길을 걷기까지. 그 파란만장한 여정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와 다름없다.

쟈니 리는 처음엔 그는 회고록 출판을 완강히 거부했다.

“너무 어렵게 살아왔기 때문에, 내 일생을 폭로하는 일이라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를 설득한 이는 50년 지기 후배 조갑출이었다. 

“형님, 합시다”라는 한마디에 결국 마음을 열었다. 막상 공연이 이 규모로 성사되자 정작 쟈니리 본인이 가장 놀랐다.

 

전후 폐허 속에서 노래로 삶의 희망을 찾았던 그는 80세가 넘은 나이에 MBC ‘복면가왕’ 무대에 올라 심사위원들을 충격에 빠뜨리며 가왕에 올라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지금도, 이름 없는 작은 업소의 무대에서 매일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를 다듬고 있다.

 

쟈니 리  자서전 출판기념 콘서트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는 소울대모 임희숙(사진위)와  트로트 대부 태진아(사진아래) 이들은 이날  토크 콘서트를 통해 쟈니 리 와의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트롯뉴스 

"무대 위에서 눈을 감으 실 듯" 

 

이날 공연의 기획과 총괄 연출을 맡은 조갑출은 국민가수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세상에 내놓은 연예계의 기획자이자, 쟈니리와 미국 시절부터 그룹 사운드 ‘조커스'를 함께 했던 50년 지기이다.

그는 담담하게, 그러나 묵직하게 말했다.

“가수의 꿈은 무대 위에서 눈을 감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러 가지 환경으로 그러지 못한다. 90을 바라보는 쟈니리 선배는 그 어려운 걸 실천할 수 있는 분인 것 같다. 부러운 일이다.”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대부분은 이루지 못하는 그 꿈을, 쟈니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으로 살고 있다.

 

태진아에게 200불을 빌린 사연은?

 

트로트 황제 태진아가 쟈니리를 처음 만난 건 1972년, 지방 쇼단체를 떠돌던 무명 시절이었다. 밥값도 없어 굶기 일쑤였던 그 시절, TV에서나 보던 쟈니리가 공연장에 나타났다.

“처음 실물로 봤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멋있더라고요. 귀걸이를 두 개씩 했는데, 저는 지금까지도 자신이 없어서 못 해봤어요.”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의 인연은 태평양을 건넜다. 태진아가 뉴욕 맨해튼에서 부인과 함께 이탈리아 리테일 샵을 운영하던 시절, 쟈니리는 하와이에서 날아와 그의 디너쇼에 참석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그런데 이튿날, 맨해튼 쇼핑몰을 거닐던 쟈니리의 눈에 500달러짜리 이탈리아 구두가 들어왔다. 수중엔 400달러밖에 없었다. 그는 태진아를 떠올렸다.

“진아야, 200불만 빌려줘라.”

구두를 손에 넣은 쟈니리는 그 구두를 애지중지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구두를 벗고 맨발로 걸으며, 구두를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그토록 아끼던 구두를 결국 어디선가 잃어버렸다는 후일담에 객석은 웃음이 터졌다.

쟈니리는 그날 디너쇼의 성공에 고무되어 “장사 그만두고 한국에 가서 노래를 다시 할면 어떨까요”라고 묻는 태진아에게 충고했다고 한다.

“무슨 노래야. 장사나 해서 열심히 살아라.”

그 무명 청년이 훗날 트로트 황제가 되리라는 것을, 그때의 쟈니리는 알 수 없었다. 태진아는 쟈니리의 결혼식에 초청도 받지 않았는데 찾아가 노래를 불러줬고, 미국 디너쇼에서도 선배를 모셨다. 쟈니리는 “돈을 많이 벌어 사돈에 팔촌까지 집을 사줄 만큼 심성이 착한 후배”라며 각별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쟈니 리  회고록 출판기념회에는 많은 후배가수들이 축하공연을 통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위로부터 그룹 '둘 다섯'멤버 이철식, '멀어져간 내사랑'의 조문철, 이날 공동사회를 맡은 가수 우린/사진=트롯뉴스

“얼굴예쁜 장미화 말하는 건 깡패”

 

장미화는 쟈니리를 “자니 오빠”라 부른다. 수십 년을 함께한 동료이자 선배에 대한 애칭이다. 그는 40대 아들이 자신의 디너쇼에 쟈니리를 꼭 초청해달라고 부탁할 만큼, 세대를 초월한 팬덤이 실재한다고 전했다.

“이 나이에 그 가창력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사람도 없어요. 우리는 일이 없으면 집에서 목이 쉬고 있다가 한번 나가려면 3일은 튜닝해야 해요. 오빠는 매일같이 하세요.”

매일 걷고, 매일 노래하며 폐활량을 관리하는 쟈니리의 철저함. 그것이 9순앞에서도 현역의 가창력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쟈니리는 장미화에 대한 첫인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고 이쁜 얼굴에 말하는 걸 보니 완전 깡패야. 깜짝 놀랐어.”수십 년 세월이 녹아든 두 사람의 티격태격이, 이날 가장 따뜻한 장면 중 하나였다.

 

임희숙이 선물한 CD는 '자장가'

 

소울의 대모 임희숙은 짧지만 가장 진한 소감을 남겼다. 자신이 선물한 재즈 CD를 쟈니리가 매일 자장가처럼 들으며 잔다는 사실에 웃음이 번졌다. 이어 그는 조용히 말했다.

“항상 꽃길만 걸으시고, 무대 위에서 하늘나라에 가시기를 기도합니다.”

그것은 후배가 선배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경의였다.

한편 이날 쟈니리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꽁지머리’를 자르고 나타났다. 

90세를 눈앞에 둔 나이에 새로운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그 자체가 무언의 선언이었다. 이 사람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쟈니 리 가  본인의 '뜨거운 안녕' 회고록에 트롯뉴스를 위한 기념사인을 하고 있다/사진=트롯뉴스

박상철회장 “음악인들 필독하길” 

 

대한가수협회 박상철 회장은 공연 도중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회고록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글자 하나하나가 가슴에 쏙쏙 박혀 들어왔습니다. 이 시대 모든 음악인과 팬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쟈니리의 회고록 ‘뜨거운 안녕’은 한 가수의 개인사를 훌쩍 넘어선다. 

재즈와 팝, 트로트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음악 DNA를 온몸에 새긴 그의 존재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어떤 텍스트로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살아있는 증언이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미덕이라 말한다. 

그러나 진정한 거장은 박수가 잦아든 뒤에도 묵묵히 무대를 지키며 노래의 생명력을 연장한다. 9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목소리를 갈고닦으며 대중 앞에 서는 쟈니 리의 열정은, 트로트의 세계화와 한국 대중음악의 아카이브를 꿈꾸는 이 시대에 가장 강력한 이정표로 남는다.

용산아트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박수 소리는, 노가수의 긴 여정에 보내는 찬사이자 우리 음악의 찬란한 미래를 향한 응원이었다. 

쟈니리의 ‘안녕’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무대 위에서 영원히 타오르는, 뜨거운 현재진행형이다.

 

쟈니 리 회고록 '뜨거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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