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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⑤] 문워크에서 군무까지…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 혁명과 ‘보는 트로트’의 시대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7-16 14:33

공연 연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문워크’

음악이 귀 만이 아닌 눈으로의 경험 세계로

뮤직비디오를 홍보영상에서 종합예술로 격상

정적인 트로트도 응원봉 물결에 댄스까지 진화

트로트 반짝이 의상, 조명 등 ‘마이클’ 무대 유사

트로트 세계화를 위해 감동을 주는 무대 중요

[트롯뉴스-트로트문화원 공동 특별기획]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에 말하다


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트롯뉴스와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 공동기획 시리즈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에 말하다 : 소외된 음악이 역사가 되는 법’ 6부작 중 5번째로, 이번엔 문워크로 대변되는 퍼포먼스 혁명과 보는 트로트로 진화하고 있는 한국의 트로트와의 공통의 의미 등을 살펴본다.


 마이클 잭슨이 1995년 9월 8일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공연하고 있다.

마이클 잭슨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Billie Jean’이다. 그런데 ‘Billie Jean’을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만든 것은 노래가 아니었다. 1983년 모타운 25주년 기념 쇼에서 선보인 퍼포먼스였다. 

문워크. 달 위를 걷는 것 같다는 표현이 붙은 그 춤 동작 하나로, 세상은 ‘음악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를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공연 연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세계를 바꿨다. 그 한 장면이 증명한 것은 음악이 귀만의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음악은 눈으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아니, 눈으로 경험할 때 더 강렬해진다는 사실이었다.

 

‘Thriller’ 이후 세상이 달라졌다.


마이클 잭슨이 대중음악에 가져온 변화 중 가장 구조적인 것은 퍼포먼스를 음악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Thriller’(1982) 이전까지 뮤직비디오는 홍보영상에 불과했다.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촬영한 것이 전부였다. 마이클 잭슨은 ‘Thriller’ 뮤직비디오를 14분짜리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좀비들과 함께 춤을 추는 서사가 있고, 영화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전문 메이크업 팀이 투입됐다. 

가장 많이 팔린 VHS 뮤직비디오 기록은 ‘Making of Thriller’와 ‘문워커’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뮤직비디오 자체가 상품이 된 것이다.

 

‘Smooth Criminal’에서 그는 45도 각도로 앞으로 기울이는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을 선보였다. 그것은 특수 신발과 무대 장치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연출이었지만, 관객의 눈에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마법이었다. 마이클 잭슨의 퍼포먼스는 그렇게 계속해서 불가능의 경계를 밀어냈다.

그가 이 모든 것에 쏟은 에너지는 완벽주의의 산물이었다. 앨범 하나를 만들 때 120곡 정도를 쓰고 버리고를 반복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무대 하나를 위해 수백 시간의 연습을 쌓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에게 음악이 단지 직업이 아니라 삶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마이클잭슨의  뮤직비디오는 단지 음악의 시각화가 아니었다. 안무·의상·서사·카메라 언어가 통합된 하나의 종합예술이었다. /사진=마이클잭슨 공식SNS

MTV와 함께 ‘보는 음악’ 시대 열다

 

마이클 잭슨이 퍼포먼스를 혁명적으로 바꾼 시점은 MTV 시대와 정확히 겹친다. MTV는 1981년 개국했고, 음악 산업은 ‘듣는 경험’에서 ‘보는 경험’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 변화에서 마이클 잭슨은 두 역할을 동시에 했다. 

변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변화를 이끌었다. 그의 뮤직비디오는 단지 음악의 시각화가 아니었다. 안무·의상·서사·카메라 언어가 통합된 하나의 종합예술이었다. 이 통합의 문법은 이후 대중음악 전반의 표준이 됐다.

K-POP은 이 문법을 가장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발전시킨 장르다. 

칼군무, 퍼포먼스 중심 무대, 뮤직비디오의 영화적 완성도, 안무 영상과 리액션 영상까지 모두 마이클 잭슨이 열어놓은 길 위에 있다. BTS, BLACKPINK, aespa가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이유 중 하나는 퍼포먼스와 영상의 완성도다. 

그 완성도의 원형은 마이클 잭슨에게서 찾을 수 있다.

  

트로트 무대의 퍼포먼스 진화

 

한때 트로트 무대는 정적인 장르의 상징이었다.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서서 감정을 담아 부르고, 관객은 그 목소리의 깊이를 듣는 데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노래의 맛은 감정과 호흡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트로트는 다르다. 

무대는 움직이고, 조명이 쏟아지고, 영상이 깔리고, 안무가 더해지고, 관객은 응원봉을 흔든다. 트로트는 이제 공연이고, 쇼이고, 하나의 콘텐츠다.

2026년 박지현 콘서트는 오프닝부터 마이클 잭슨식 퍼포먼스를 결합해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We Can Do It’과 마이클 잭슨 댄스를 결합한 오프닝은 트로트 공연이 장르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미스트롯4’ 전국투어 콘서트 서울 공연에서는 특허 응원봉 기술이 도입돼 객석 전체가 빛의 물결로 변했다.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시각적 체험 공간이 됐다. 이 변화는 K-POP에서 익숙했던 응원봉 문화가 트로트로 완전히 확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장민호, 영탁, 박서진, 전유진의 무대를 보면 이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각자의 색은 다르지만 공통으로 무대를 하나의 완성된 장면으로 만드는 감각이 강하다. 지금의 트로트 스타들은 곡을 부르는 사람이 아니라, 공연 전체를 설계하는 사람에 가까워졌다.

 

 

트로트 댄스는 아이돌 춤과 다르다

 

트로트의 퍼포먼스화를 두고 “아이돌 따라 하기”라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평가다.

트로트는 본래 감정이 강하고 관객과의 교감이 중요한 장르다. 여기에 안무가 추가되면 감정의 표출이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무대 이동이 생기면 서사가 생기고, 조명이 바뀌면 감정의 색이 달라진다. 

트로트 가수들이 춤을 본격적으로 넣기 시작한 것은 노래를 약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래의 힘을 더 멀리 전달하기 위해서다. 

 

퍼포먼스는 장식이 아니라 전달 방식이다.

마이클 잭슨도 같은 원리로 작동했다. 

그에게 춤은 음악의 부속이 아니었다. 음악과 춤이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된 전체였다. ‘Billie Jean’ 무대에서 노래와 몸짓이 완전히 일치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관객의 기억에 각인된다. 트로트도 지금 그런 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1980년대 쇼 무대와 마이클의 만남

 

마이클 잭슨이 한국 트로트 무대에 준 영향은 직접적이었다. 1980년대 방송국 무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마이클 비디오를 참고했다.”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당시 트로트 가수들이 화려한 반짝이 의상, 레이저 조명, 무대 동선, 관객 호응 제스처를 강화한 배경에는 마이클 잭슨이 보여준 퍼포먼스 언어가 있었다.

음악다방과 나이트클럽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댄스곡이 끝나면 어김없이 트로트 메들리가 이어졌다. 

당시 나이트클럽 밴드들은 마이클 잭슨의 편곡 기법을 트로트에 도입했다. 강한 베이스라인과 신시사이저 사운드는 트로트를 더 현대적이고 춤추기 좋은 음악으로 만들었다.

 

장르는 달랐지만, ‘무대는 하나의 거대한 쇼여야 한다.라는 인식은 공유됐다. 마이클 잭슨이 그 인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한국 트로트 무대는 그것을 한국식으로 흡수했다.


마이클 잭슨이 한국 트로트 무대에 준 영향은 직접적이었다. 1980년대 방송국 무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마이클 비디오를 참고했다.”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사진=마이클잭슨 공식SNS

트로트 세계화를 위한 필요조건

 

마이클 잭슨이 남긴 교훈 중 하나는 퍼포먼스가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는 것이다. 

그의 음악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람도 문워크를 보면 충격을 받는다. 언어를 몰라도 몸의 언어는 이해된다.

트로트의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비롯한 세계화 전략에서 퍼포먼스 고도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트로트가 세계 관객에게 전달되려면, 한국어 가사가 이해되지 않아도 무대 자체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마이클 잭슨이 전 세계를 압도한 방식이었다.

지금 트로트는 그 가능성의 문 앞에 서 있다. 마이클 잭슨이 문워크 하나로 세계를 바꿨듯, 트로트도 그런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보는 음악에서 체험하는 음악으로. 그것이 트로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 이번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이 모든 변화와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 바로 ‘아카이빙’의 문제를 짚는다. 기록되지 않으면 트로트도 역사가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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