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광고하세요!!
[기획특집 ④] 한·일 음악 교류, 리메이크 넘어 인류 공동 문화유산 등재라는 더 큰 꿈을 향하여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7-16 15:14
종주국 논쟁 ‘탱고’, 아르헨‧우루과이 공동등재
공통의 기원과 독자적 발전 트로트 엔카도 가능
트로트 엔카의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유산 등재는
단순 교류가 아닌 대중음악을 통한 화해와 연대
□ 기획특집 시리즈 : 트로트 × 엔카 리메이크 방정식
④ 유네스코를 향한 역사적 동행
태연의 ‘만찬가’ 리메이크가 차트를 석권하고, 한일가왕전이 양국 팬덤을 하나의 무대 위에 세운 지금, 트로트와 엔카의 교류는 단순한 음악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 두 장르가 걸어온 역사, 공유하는 정서적 뿌리,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대중 교류가 축적되면, 다음 단계는 국제사회에서의 공식 문화적 인정이다.
바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다.
태연의 ‘만찬가’ 리메이크가 차트를 석권하고, 한일가왕전이 양국 팬덤을 하나의 무대 위에 세운 지금, 트로트와 엔카의 교류는 단순한 음악 비즈니스의 영역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사진=MBN '한일가왕전'
‘탱고’가 보여준 ‘공동등재’의 길
2009년 8월 31일, 유네스코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의 공동 제안을 받아들여 탱고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했다.
탱고는 1880년대 라플라타강 유역에서 두 나라의 접경 지역에서 함께 태어난 장르로, 서로 다른 풍습과 신앙, 의례 등이 통합되고 변형되면서 새롭게 창조된 무형유산으로 평가받았다. 국립무형유산원이 이를 ‘문화가 축적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종목’으로 정의한 것처럼, 탱고는 두 나라가 서로의 역사적 갈등을 내려놓고 공유하는 문화적 뿌리를 앞세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아낸 선례가 됐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탱고의 종주국을 놓고 경쟁했지만, 결국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통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켰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탱고의 종주국을 놓고 경쟁했지만, 결국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통해 세계인의 문화유산으로 승화시켰다. /사진=위키피디아 제공
한·일 역시 트로트와 엔카가 오랜 세월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온 만큼, 경쟁을 넘어 공동 공연과 리메이크, 문화유산 협력으로 새로운 한·일 음악 교류 모델을 만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트로트와 엔카도 같은 논리 구조를 갖는다.
두 장르는 같은 음계, 같은 정서, 같은 시대적 배경에서 형성됐고, 수십 년에 걸쳐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탱고가 라플라타강을 사이에 둔 두 나라의 이야기라면, 트로트와 엔카는 동해를 사이에 둔 두 나라의 이야기다.
트로트와 엔카, 같은 음악적 DNA
트로트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두 장르의 역사적 친연성을 학술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트로트는 1930년대 일본 엔카의 번역·번안곡이 유입된 이후 창작곡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930년대 중반 한국 대중가요의 양식으로 정착됐다.
두 장르 모두 ‘라시도미파’의 단조 5음계를 사용하는 독특한 음계 구조를 공유하며, 이는 두 장르의 음악적 DNA가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음을 보여주는 핵심 근거다.
그러나 트로트와 엔카는 같은 뿌리에서 출발하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화했다.
트로트는 한국의 역사적 경험(일제강점기, 해방, 전쟁, 산업화)을 통과하며 한국 특유의 ‘한(恨)’과 ‘흥(興)’의 정서를 품는 장르로 성장했다.
엔카는 쇼와 시대 일본 서민의 애환과 그리움을 담은 일본 특유의 고마쿠리(코부시) 창법과 함께 독자적인 예술 양식으로 발전했다. 같은 씨앗에서 다른 꽃이 핀 것이다.
바로 이 지점 즉 공통의 기원과 독자적 발전의 공존이 유네스코 공동등재를 위한 가장 강력한 논거가 된다.
공동등재 조건 무엇이 필요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조건이 필요하다.
해당 유산이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제2조의 정의에 부합해야 하고, 문화간 대화에 기여하며 세계 문화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신청 유산에 적절한 보호 조치가 마련돼 있어야 하며, 무엇보다 공동체 내에서 살아있는 문화로 전승되고 있어야 한다.
트로트와 엔카는 이 조건들을 상당 부분 충족한다. 두 장르 모두 현재도 수백만 명의 팬덤을 보유한 ‘살아있는’ 대중음악이다.
한일가왕전은 양국 대중이 서로의 장르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고 공감하는 현장을 만들었고, 현역 아티스트들이 양방향 리메이크를 통해 두 장르를 적극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공동등재를 위해서는 양국 정부 차원의 공식 협력 의사, 학계의 체계적인 학술 연구 축적, 그리고 두 장르의 문화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22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판소리, 종묘제례악 등이 등재된 선례가 있고, 일본 역시 가부키, 가가쿠 등 23개 종목이 등재돼 있다.
두 나라 모두 무형문화유산 등재에 풍부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공동등재 추진의 현실적 토대가 된다.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의 역할
이 큰 그림을 그려가는 데 있어 민간 차원의 선도적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단법인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은 트로트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고, 트로트와 엔카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를 중장기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출범을 알렸고 학계 및 대중음악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자문단과 함께 학술적 기반 마련에도 나서고 있다.
민간 문화기관이 먼저 의제를 설정하고, 학계가 연구로 뒷받침하며, 대중이 음악 소비로 실증하는 구조가 형성될 때 그리고 그 위에 정부 차원의 외교적 협력이 더해질 때 트로트와 엔카의 공동등재는 꿈이 아닌 현실 가능한 의제가 된다.
사단법인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은 트로트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하고, 트로트와 엔카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를 중장기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사진=사단법인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 제공
음악이 먼저, 제도는 그다음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문화적 인정은 언제나 대중의 자연스러운 소비와 교류가 먼저였고, 제도는 그것을 뒤따라 공인했다. 탱고도 수십 년간 라플라타강 양안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한 뒤에야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았다.
트로트와 엔카도 마찬가지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일본 기네스북에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외국 가수의 노래로 등재되고, 김연자와 계은숙이 오리콘 차트 정상에 섰으며, 한일가왕전이 양국 시청자를 하나의 감동으로 묶었다.
그리고 이제 장르는 다르지만, 태연의 ‘만찬가’가 새로운 세대의 교류를 음원 차트 상위등극으로 증명했다.
음악은 이미 경계를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경계를 넘은 음악들을 하나의 인류 공동 유산으로 공식화하는 일이다.
트로트와 엔카가 유네스코를 향해 나란히 걷는 날, 그것은 단순한 두 장르의 등재가 아니라 한일 양국이 식민지와 냉전의 상처를 넘어 대중음악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화해하고 연대한다는 역사적 선언이 될 것이다. (끝)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