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팔경의 제1경 도담삼봉 / 사진=배성식 제공
지역별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치가 좋거나 유명한 곳을 꼽아 8경이니 9경이니 정해서 부르지만, 조선 시대부터 전해지는 ‘팔경’은 관동팔경과 단양팔경 두 곳 뿐이었다.
특히 단양은 예로부터 산과 물이 어우러진 빼어난 자연 경관으로 이름난 곳으로, 남한강과 소백산이 빚어낸 단양팔경은 수려한 절경과 고즈넉한 풍광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산수로 손꼽힌다.
송강 정철은 단양팔경에 대해 “나는 듯 뛰는 듯 솟아오르는 듯하니, 참으로 수려하다. 연꽃을 꽂아 놓은 듯, 백옥을 묶어 놓은 듯, 남한강을 박차고 일어나는 듯” 하다며 <관동별곡>을 통해 찬사를 보냈다.
제1경 도담삼봉(島潭三峰)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이 유유히 흐르는 가운데 우뚝 솟은 세 개의 봉우리, 바로 ‘도담삼봉’이다.
남한강이 크게 S자로 휘돌아가는 곳에 세 개의 봉우리가 섬처럼 떠 있어 ‘삼봉’이라 불렸으며, 섬을 품은 호수와 같은 모습에서 ‘도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세 봉우리는 당당한 풍채의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양옆에 척봉(처봉)과 처첩봉(첩봉)이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장군봉과 척봉만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남편은 첩을 보게 되었고, 첩이 애를 가져 부른 배를 남편 쪽으로 향하자, 화가 난 처가 돌아섰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처첩봉은 장군봉을 향하고 있고, 척봉은 장군봉을 등지고 있는 형상이다. 장군봉의 ‘삼도정’이라 불리는 육각 정자는 도담삼봉의 운치를 더한다.
앞서 송강 정철을 비롯해 퇴계 이황, 겸재 정선(삼도담도), 호생관 최북(단구승유도), 단원 김홍도(도담삼봉도), 가야 이방운(도담도) 등 조선 시대의 많은 문인과 화가들이 그 아름다움을 시와 그림으로 남겼다.
도담삼봉은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과도 인연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정도전의 호 ‘삼봉(三峰)’이 도담삼봉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지만, 현재는 서울 삼각산(북한산)의 백운대·인수봉·만경대에서 유래했다는 견해가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북 특유의 남종화풍으로 도담삼봉을 그린 '단구승유도' / *남종화풍*은 중국에서 비롯하여 주로 문인이 그린 그림으로, 사물을 정교하게 그리기 보다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표출하는 화풍도담삼봉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삼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음악에 맞춰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는 음악 분수를 감상하거나, 조선 시대 나룻배를 재현한 황포돛배를 타고 도담삼봉 주변과 석문 아래까지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제2경 석문(石門)
도담삼봉에서 음악 분수대를 지나 10분 정도 상류 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전망대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접어든다. 이 길을 따라 300m쯤 오르면 무지개를 닮은 석문이 너른 품을 활짝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석문은 자연의 솜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형미가 돋보인다. 울창한 수풀로 한껏 치장하고 멋들어진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있다.
도담삼봉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동양에서 가장 큰 석문 / 사진=배성식 제공
그 풍경 속에 또 다른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둥그렇게 열린 석문 안에 남한강의 시원한 풍경이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탁 트인 남한강의 풍경도 매력 있지만 이렇게 특별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모습도 왠지 신비스러우면서도 색다르다. 남한강의 물길을 따라 보트를 타며 바라보는 석문의 풍경도 역시 일품이다.
동양에서 가장 큰 석문이라고 한다. 도담삼봉과 석문은 붙어 있어서 1시간이면 2코스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제3경 구담봉(龜潭峰)
단양팔경의 세 번째, 네 번째 풍광을 만나기 위해서는 도담삼봉에서 차량으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장회나루에서 유람선을 타야 한다.
장회나루 건너편 강선대 아래, 퇴계 이황과 애틋한 사랑을 나눴다는 두향의 묘가 보인다.
충주호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는데, 시와 가야금에 능하고 매화를 사랑했던 두향. 풍기군수로 떠나는 퇴계에게 매화를 선물했고, 퇴계는 그 매화를 평생 곁에 두고 길렀다고 한다. 훗날 퇴계의 부음을 들은 두향은 남한강에 몸을 던져 생을 마쳤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두향이 선물한 매화는 안동 도산서원 입구에 남았다고 한다.
‘매한불매향(梅寒不賣香)’ - 매화는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퇴계가 평생 마음에 새겼다는 이 말이, 두 사람의 사랑과 함께 오래 마음에 남는다.
배에 올라 한참을 가다 보면 깎아지른 듯 장엄한 기암절벽 위에 마치 커다란 거북 한 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는 것 같은 형상의 바위를 만날 수 있다. 거북 무늬가 있다고 하여 ‘구담’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 아담한 봉우리는 욕심도 많아 가깝게는 제비봉과 금수산을 끼고, 멀게는 월악산을 바라보고 있다.
충주호 수상 관광 코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나 경관을 자랑한다.
커다란 거북 한 마리가 절벽을 기어오르는 모습의 바위 '구담봉' / 사진=배성식 제공
구담봉의 풍광을 두고 퇴계 이황은 “중국의 소상팔경이 이보다 나을 수 없다.”라며 극찬했다.
소상팔경은 중국 후난성의 동정호로 흘러드는 상강(湘江)과 그 지류인 소수(瀟水) 주변 일대 700km에 펼쳐지는 8가지 풍경을 의미하는데, 특정 장소라기보다는 날씨와 계절,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물가의 여러 풍광을 묘사한 것이다.
사이트(www.chungjuho.com)를 통해 장회나루에서 청풍나루까지 오가는 왕복선을 예매해야 옥순봉과 구담봉을 볼 수 있다. 왕복 시간은 90분 정도이다.
제4경 옥순봉(玉筍峰)
장회나루에서 청풍나루까지 가는 물길에서 구담봉의 꿈결 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계속 유람선을 달리다 보면, 희고 푸른빛을 띤 바위들이 힘차게 솟아올라 있다. 마치 대나무 싹과 같이 보이는 단양 최고의 풍광으로 손꼽히는 '옥순봉'을 만나게 된다.
기암절벽의 모습이 마치 대나무의 새 순처럼 닮았다는 '옥순봉' / 사진=배성식 제공
영화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김명민과 오달수가 패러글라이딩 장면을 촬영했다. KBS 예능 <남자의 자격>으로 명성을 얻으면서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5경 사인암(舍人巖)
‘사인암’은 고려말 단양 출신의 ‘사인’이라는 벼슬에 있던 ‘우탁 선생’이 당시 이곳에서 머물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수려한 절경을 간직한 덕분에 운선구곡(雲仙九曲)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치 해금강을 연상케 하는 사인암의 풍광은 어떤 뛰어난 예술가가 그와 같은 솜씨를 부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암벽 위에 선연한 격자무늬, 마치 어깨 위 날개처럼 도드라진 노송의 어우러짐은 정적인 동시에 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는 이의 가슴을 한바탕 뒤흔들어 놓을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가을이면 70m 높이의 웅장한 기암절벽과 오색으로 물든 단풍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절경을 빚어낸다. 절벽을 감싸듯 펼쳐지는 단풍의 화려한 자태는 단양의 가을 풍경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장면으로, 사진 작가와 화가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명소로 손꼽힌다.
고려말 '사인'이라는 벼슬에 있던 '우탁 선생'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사인암 / 사진=배성식 제공
추사 김정희는 사인암의 모습에 매료되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한 폭의 그림과 같다.’라고 예찬했고, 조선 최고의 화원이라 칭송받던 단원 김홍도는 사인암의 기암괴석들을 10여 일 고민해도 그 모습을 그림에 담지 못해 1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그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만큼 복잡 미묘한 매력을 가진 곳이다.
제6경 하선암(下仙巖)
삼선구곡(三仙九曲)이라고 하는 선암계곡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바위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다. 그중 '하선암'은 단양팔경 중 제6경으로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가 넓게 마당을 내주고 있다.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앉아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 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3단으로 이루어진 흰 바위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않아있는 형상이 미륵 같다고 하여 부처 바위라고 불리는 '하선암' / 사진=배성식 제공
봄에는 새색시의 발그레한 뺨처럼 진달래와 철쭉이 아름답다. 여름에는 아련한 물안개를,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쌓인 소나무 풍경을 끼고 있다. 이 하선암을 화폭에 담기 위하여 조선 시대 많은 화원이 이곳을 찾았다고 전해진다. 계곡을 아늑하게 감싸 도는 산세의 호젓함,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면 머리끝까지 퍼지는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귀밑머리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 등 표현할 수 없는 하선암의 매력을 마음속에 담아보자.
제7경 중선암(中仙巖)
조선 효종 때의 문신 '곡운 김수중 선생'이 명명(이름을 지은)한 곳이다. 중선암은 삼선구곡의 중심지이자 단양팔경의 제7경에 속하는 곳이다. 태곳적부터 바람이 다듬고 계곡이 씻어낸 하얀 바위들이 옥빛 계류와 선연한 대조를 이루는 경승지다. 밝은 햇살이 계곡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하얀 바위들은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눈이 부시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금세 사라질 것처럼 신비로운 풍경이다.
1717년 충청도관찰사 윤헌주가 쓴 ‘사군강산(四郡江山) 삼선수석(三仙水石)’ 글씨가 있는 중선암 / 사진=배성식 제공
그 모습에 반한 옛 선인들은 감흥을 가슴에 새기는 것도 모자라 바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게 새겨 놓고 떠나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만도 300명이 넘는다고 하니 중선암을 향한 선인들의 열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단양, 영춘, 제천, 청풍 네 개 군(郡)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사군강산 삼선수석’이라는 글씨가 더욱 돋보인다. 약 300년 전에 적은 글씨이다.
제8경 상선암(上仙巖)
단양팔경의 대미를 장식하는 제8경 상선암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의외로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선암에서 59번 국도를 따라 아기자기한 계곡 풍경에 취해 달리다 보면 어느 틈엔가 길 옆구리를 파고드는 상선암의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옆으로 이어진 아치형 다리를 따라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면 층층이 몸을 맞대고 있는 바위 아래로 힘차게 휘돌아가는 계곡물이 보인다. 소박하고 정겨운 한국인의 이웃을 연상케 하는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인상적이다.
아치형 다리를 따라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면 층층이 몸을 맞대고 있는 바위 아래로 힘차게 휘돌아가는 계곡의 상선암 / 사진=배성식 제공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을 따라 약 10km에 걸쳐 이어지는 선암계곡은 가을이면 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며, 굽이굽이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며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어 단풍 명소로 인기가 높다.
여기서 잠깐 - 단양팔경 하루 만에 둘러보는 TIP
단양은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어 조금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루 만에 단양팔경을 다 둘러볼 수 있다.
1. 먼저 해당일 충주호 유람선 출발 시각을 오전 11시 전후로 예매한다.
2. 도담삼봉(1경)과 석문(2경)을 10시 전에 관광을 마치고, 장회나루로 가서 유람선을 이용해 구담봉(3경)과 옥순봉(4경)을 감상한다.
3. 점심 식사 후 사인암(5경)을 산책하고, 하선암(6경), 중선암(7경), 상선암(8경)은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여유 있는 여행을 원한다면 웅장하고 화려한 색의 건물들이 인상적인 사찰 구인사와 한국 최고의 동굴로 천연기념물인 고수동굴, 온달관광지 테마파크 등도 둘러볼 만하다. 패러글라이딩·ATV·남한강 래프팅 같은 다양한 레포츠도 경험할 수 있다.
추천 음식
단양은 마늘이 유명해서 마늘 떡갈비, 마늘 치킨, 마늘 순대 등 음식 앞에 마늘이 많이 들어간다. ‘마늘석갈비막국수(단양로 510)’가 유명하다.
TV 맛집 소개뿐만 아니라 단양 지역 내에서도 유명한 ‘어부네회매운탕(수변로 59)’은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제공한다. 단연 민물고기 중 왕이라고 하는 쏘가리 매운탕을 추천한다.
사인암 인근에는 쏘가리 매운탕 등을 먹을 수 있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다. / 사진=배성식 제공
배성식 / 여행 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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