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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소음 내려놓고 내 몸에 집중, ‘조용한 걷기’ 뜬다

양희수 기자 soo142@naver.com

등록 2026-09-08 10:39

발의 감각 보행 속도 등 자신 움직임에 집중

‘로우도깅’에서 확산된 '디지털 디톡스’ 유행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이어폰도 끼지 않은 채 걷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음악과 영상, 메시지 알림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의 호흡과 발걸음, 주변 환경에 집중하는 이른바 '조용한 걷기'다. 최근에는 걷는 동안 스마트폰과 음악을 쓰지 않는 방식이 디지털 디톡스와 마음 챙김을 위한 생활 습관으로 소개되고 있다.


2024년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로우도깅(raw-dogging)'도 같은 흐름에 닿아 있다.

로우도깅은 본래 장거리 비행에서 영화나 음악 등 기내 엔터테인먼트를 이용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행위를 가리키는 인터넷 유행어로, 최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루함을 견디는 것'으로 의미가 넓어졌다.

다만 '로우도깅 걷기'가 의학적으로 정립된 운동법은 아니다. 


주목할 부분은 명칭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습관 자체다. 

화면을 확인하거나 음악에 몰입하지 않으면 발이 지면을 딛는 감각, 보행 속도, 호흡, 좌우 몸의 움직임을 평소보다 의식하기 쉬워진다. 걷기를 단순한 이동이나 걸음 수 달성의 수단이 아니라 자기 몸을 살피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걸음 수 보다 중요한 ‘걷는 방식’

 

걷기 열풍과 함께 '하루 몇 보를 걸어야 하는가'에 관심이 쏠려왔지만, 건강한 신체 활동의 기준을 특정 걸음 수 하나로 정하기는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에게 일주일 150~300분의 중강도 유산소 신체 활동을 권고하고 있으며, 걷기 역시 대표적인 신체 활동에 포함된다. 65세 이상에게는 여기에 균형과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함께 권고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걸음 수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신체 상태와 체력에 맞게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다.

보행에서는 속도와 보폭, 좌우 균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지나치게 큰 보폭으로 발을 내딛거나 몸이 한쪽으로 반복해 쏠리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같은 속도와 보폭을 적용할 수는 없다. 나이와 체격, 다리 길이, 관절의 움직임, 근력과 균형 능력에 따라 편안하고 안정적인 보행 방식은 달라진다.


자세도 마찬가지다. 상체를 지나치게 앞으로 숙이거나 뒤로 젖히기보다 자연스럽게 세우고, 시선은 발밑에 고정하기보다 진행 방향을 바라보는 편이 좋다. 어깨와 팔에 불필요하게 힘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발 역시 억지로 특정 방식으로 디디려 하기보다 지면을 안정적으로 딛고 체중을 자연스럽게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걸을 때 통증이 반복되거나 한쪽 다리만 유난히 피로하거나 몸이 한쪽으로 쏠린다면, 걸음 수를 늘리기에 앞서 자신의 보행 습관부터 점검해야 한다.

 


야외 활동 늘면서 ‘신발 선택’ 중요

 

걷기와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에는 신발 선택도 중요해진다. 걷기 좋은 신발이 반드시 쿠션이 가장 두껍거나 밑창이 가장 단단한 제품을 뜻하지는 않는다. 개인의 발 형태와 보행 특성, 걷는 장소에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다.

신발을 고를 때는 발가락이 지나치게 눌리지 않고 움직일 공간이 있는지, 뒤꿈치가 신발 안에서 과도하게 들리지 않는지, 밑창이 걷는 환경에서 적절한 접지력을 주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시간 걷는다면 처음부터 장거리에 나서기보다 짧은 거리에서 착용감과 발의 변화를 살피는 편이 안전하다. 발바닥이나 발가락, 발목에 통증과 불편함이 반복된다면 신발뿐 아니라 보행 방식과 운동량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신발의 형태와 구조가 보행과 균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는 있지만, 특정 디자인 하나가 모든 사람에게 가장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국 자신의 발과 보행 특성에 맞는 선택이 관건이다.

 


무리하지 않고 오래 걷는 것이 중요

 

'저속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운동에서도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걷기도 다르지 않다. 무조건 빠르게 걷거나 하루 목표 걸음 수를 채우는 데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속도로 걷고 보행 중 몸의 균형과 움직임을 살피며 통증 없이 지속할 수 있는 수준에서 운동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용한 걷기'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행위 자체가 특별한 치료법이어서가 아니라, 잠시 외부 자극을 줄이고 내가 어떻게 걷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다.


걷기는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잘 걷는 것은 단순히 발을 앞으로 옮기는 일과 다르다. 

속도와 보폭, 좌우 균형, 자세, 신발이 함께 작용한다. 이제 걷기의 기준도 '몇 걸음을 걸었는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다. 많이 걷는 것에서 잘 걷는 것으로, 저속노화 시대의 걷기는 걸음 수를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내 몸에 맞는 방식으로 꾸준히 걷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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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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