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숙윤 교수에게 듣는 AI 시대 기술, 음악의 미래
AI가 슬픈 노래의 공식을 익힐수록, 슬픔을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의 목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린다. 기술이 마침내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믿어온 예술과 감정의 문턱까지 넘어섰다.
몇 줄의 문장을 입력하면 AI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인다. 편곡과 노래까지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 특정 가수의 목소리와 창법을 닮은 노래도 어렵지 않게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술은 갈수록 정교해지는데, 사람들은 오히려 ‘진짜 사람의 이야기’를 더 찾는다. 음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노래보다 한 번 숨을 고르고, 때로는 목이 메는 사람의 목소리에 마음을 내준다. AI가 슬픈 노래의 공식을 익힐수록, 슬픔을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의 목소리는 더 선명하게 들린다.
트롯뉴스가 AI 전문가이자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 정책 연구자로 활동하는 이숙윤 교수를 만나 기술이 바꿀 음악의 지형과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포용, 100년 트로트의 기록과 세계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차가운 기술의 언어를 다루는 공학자에게 ‘노래란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뜻밖에도 따뜻하고 오래 남았다.
“사람들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소리만 듣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목소리를 가진 사람의 인생과 해석을 함께 듣기 때문입니다.”
트롯뉴스가 AI 전문가이자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산학협력중점 교수, 정책 연구자로 활동하는 이숙윤 교수를 만나 기술이 바꿀 음악의 지형과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포용, 100년 트로트의 기록과 세계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사진=이숙윤 교수 제공
‘세월’을 부르는 AI가 늙어본 적은 있나?
강원도 영월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이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반도체·전자공학을 공부하고 2007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에서 AI와 디지털 기술 교육을 연구하며, 기술을 성능이나 산업의 문제에만 가두지 않고 삶의 조건과 접근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지체장애인 당사자로서 이동권과 접근권, 돌봄·노동·교육 문제를 정책 의제로 다뤄왔고, 조국 혁신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포용적 디지털 전환을 주장해왔다.
그에게 AI는 사람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람과 필요를 ‘놓치지 않는 기술’이어야 한다. 통합돌봄 현장에서 AI가 최종 판단자가 아니라 사람과 서비스를 이어주는 연결자가 돼야 한다는 생각도 같은 맥락이다.
공학자의 음악 취향은 의외로 트로트에도 맞닿아 있었다. 이 교수는 심수봉의 노래를 좋아한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그때 그 사람’이 떠오른다고 했다.
“비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가사가 저절로 와닿았던 곡이에요. 노래도, 글도, 사람도 요란하지 않은데 오래 남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로 그 ‘오래 남음’이 AI 음악과 사람의 노래를 가르는 지점일지 모른다.
AI는 수많은 음악을 학습해 슬픈 화성과 멜로디, 호흡과 떨림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트로트 가수 특유의 꺾기와 시김새도 어렵지 않게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목소리와 마음에 남는 목소리는 같지 않다고 말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성격, 감정을 표현하는 고유한 톤 앤드 매너(Tone and Manner)가 담깁니다. 같은 가사도 어떤 사람은 담담하게, 어떤 사람은 절절하게 부르지요. AI는 비 오는 날의 목소리를 만들 수는 있지만, 비 오는 날 누군가를 기다려본 기억은 없습니다.”
AI에게는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있어도 슬픔을 통과한 시간이 없다. 이별을 노래할 수는 있지만 떠나보낸 사람이 없고, 세월을 부를 수는 있지만 늙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래를 들을 때 목소리만 듣지 않는다. 그 가수가 걸어온 길과 그 노래를 불러야 했던 이유까지 함께 듣는다. 특히 사랑하고, 헤어지고, 기다리고, 견뎌온 삶을 노래하는 트로트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 설득 해야!
AI가 몇 분 만에 작사와 작곡, 편곡, 데모 제작까지 해내는 시대다.
그렇다면 작곡가와 작사가, 가수의 자리는 줄어드는 것일까? 이 교수는 역할이 사라진다기보다 경쟁의 기준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제작 기술 자체는 AI가 훨씬 잘 다루게 될 겁니다. 그러면 사람의 역할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서 ‘무엇을, 왜 만들 것인가’를 선택하고 판단하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앞으로의 작곡가와 작사가는 단순히 곡을 빨리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의 정서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먼저 알아차리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힌트다.
지금 대중이 어떤 이야기에 공감하는지, 어떤 목소리로 위로받고 싶은지를 읽는 감각이 경쟁력이 된다. 가수에게도 기술적 완성도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내가 왜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를 자신의 삶과 목소리로 설득해야 한다.
옛노래 재현 ‘복원’, ‘창작’ 명확히 해야!
AI 시대의 논쟁은 창작을 넘어 권리의 문제로 이어진다.
남진이나 나훈아처럼 오랜 세월 독자적인 창법을 쌓아온 가수의 음색과 표현을 AI가 그대로 복제한다면, 그것은 음악적 계승일까 권리 침해일까?
이 교수는 모든 음악이 앞선 세대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특정 가수의 목소리와 표현을 그대로 복제해 마치 그 사람이 만든 것처럼 소비하게 하는 일에는 분명한 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기준은 세 가지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었는가, AI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는가, 경제적 가치가 발생했을 때 원작자와 권리자에게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는가다.
고인의 목소리를 다시 살릴 때에는 ‘복원’과 ‘새로운 창작’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훼손된 옛 음원을 정비해 당시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려주는 것은 문화유산 보존에 가깝다. 반면 고인이 생전에 부른 적 없는 노래를 그의 목소리로 만들어 발표하는 순간, 그것은 새로운 창작이자 별도의 윤리 문제다.
생전 동의가 없다면 유족과 권리자의 동의, AI 사용 사실의 표시, 상업적 이용과 보상 원칙이 뒤따라야 한다.
“AI 규정은 필요하지만, 기술은 너무 빨리 발전하고 제도는 한참 뒤에 따라갑니다. 저작권뿐 아니라 목소리와 얼굴, 정체성을 어떻게 보호할지 서둘러 논의해야 합니다.”
시급한 이유는 AI 음악이 재미있는 실험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가수와 구별하기 힘든 음성이나 영상이 허위 광고와 사기, 명예훼손에 악용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정보 판별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는 더 큰 위험이 된다. 창작의 자유 못지않게 표시 의무와 권리 보호, 피해 구제 장치가 중요한 까닭이다.
이숙윤 교수는 'AI가 좋으냐 나쁘냐'는 추상적인 논쟁을 넘어, 이 기술로 누구의 어떤 불편을 줄이고 어떤 삶을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 사진=이숙윤 교수 제공
트로트 100년, ‘생성’보다 ‘기록’ 중요
AI로 무엇이든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시대지만, 이 교수는 100년 트로트 자산을 위해 AI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생성’이 아닌 ‘기록’을 꼽았다.
“사라지고 있는 옛 음원과 자료부터 디지털화해야 합니다. 단순히 음원 파일만 모아두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수와 작곡가·작사가, 녹음 연도, 시대적 배경, 공연 영상, 인터뷰, 악보까지 서로 연결된 종합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합니다. AI 시대의 문화유산 보존은 음원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음원에 담긴 맥락까지 저장하는 일입니다.”
트로트에는 악보만으로 남기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한 음을 밀고 당기는 호흡, 소리를 흔드는 방식, 꺾고 넘기는 타이밍은 가수와 시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오래된 음원 수천 곡을 AI로 분석해 시대별·가수별·지역별 창법의 특성을 데이터화한다면, 지금은 감각적인 언어로만 설명되는 트로트의 소리를 더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다. 후대의 가수와 연구자에게는 정통성을 이해하고 새롭게 계승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단순한 음악 자료실을 넘어선다. 한 곡이 태어난 사회적 배경, 그 노래를 만든 사람들의 삶, 대중이 노래를 받아들인 방식까지 함께 연결해야 비로소 살아 있는 아카이브가 된다.
음원만 남기고 사연을 잃는다면 노래의 절반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트로트 유네스코 등재 정부 지원 필요”
트로트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구상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적극적인 견해를 보였다. “100년 된 트로트와 한국 대중음악은 추진할 가치가 있습니다. 탱고도 등재됐는데 왜 안 되겠습니까? 다만 민간의 열정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정부가 정책적으로 예산을 마련하고 연구와 교육 시스템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트로트의 유산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설명하려면 ‘오래된 인기 장르’라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세대와 지역을 넘어 어떻게 전승됐는지, 공동체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오늘날에도 어떻게 재창조되고 있는지를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결국, 아카이브 구축과 학술 연구, 전승 교육은 유네스코 등재와 별개의 일이 아니라 그 출발점이다.
이숙윤 교수는 시니어에게 필요한 AI는 복잡한 명령어를 외워야 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저 말하면 알아듣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사진=이숙윤 교수 제공
K-트로트 세계화, 중요한 것은 ‘정서’
트로트의 해외 진출에서 AI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다국어 번역과 자막, 현지 언어에 맞춘 발음과 가창, 국가별 반응 분석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로트는 가사를 직역하는 순간 중요한 무엇이 빠져나가기 쉬운 음악이다. ‘정’, ‘한’, ‘님’, ‘세월’ 같은 말은 사전 속 대응어만으로 정서를 온전히 옮기기 어렵다.
“AI가 해야 할 일은 단어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노래가 가진 정서를 다른 문화권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옮기는 것입니다. 한 곡을 여러 언어와 발음, 문화적 맥락에 맞춰 시험하고 현지 팬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도 있겠지요.”
이 교수가 말하는 세계화는 트로트를 외국 음악처럼 바꾸는 일이 아니다. 트로트다움을 지키면서 이해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가사 뒤의 시대와 관계, 감정까지 전달하는 ‘문화 번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해외 팬의 재창작도 새로운 한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
팬이 자기 언어와 경험으로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은 문화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물론 원곡의 정체성을 훼손하거나 권리를 침해할 위험은 있다. 그러나 투명한 표시와 정당한 이용 원칙이 갖춰진다면, AI를 활용한 번안과 커버, 재해석은 K-트로트가 새로운 청중과 만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트로트 팬덤은 디지털 전환의 현장
국내 트로트 팬덤은 이미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현장이다.
60대와 70대는 물론 80대 팬도 스트리밍과 투표, 영상 공유에 참여한다. 과거 젊은 세대의 문화로 여겨졌던 팬덤 활동이 시니어의 일상이 됐다.
다만 AI 가수와 실제 가수를 구별하기 어려운 영상도 빠르게 늘고 있어, 팬들에게 AI 콘텐츠를 식별하는 법과 안전하게 즐기는 법을 알려주는 미디어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버추얼 가수에 대해서도 세대별 감각은 다르다.
이 교수는 플레이브와 아바(ABBA)의 버추얼 공연 사례를 들며, 가상 인물과 오랫동안 교감해온 젊은 세대는 그들을 실존 가수 못지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라디오 속 목소리만으로 가수를 사랑한 세대가 있었듯, 새로운 세대는 화면 속 가상 존재와 감정을 쌓는다. 다만 기술만 갖췄다고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팬의 마음을 움직일 서사와 음악, 지속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
AI가 어느덧 시니어 삶에 들어오다
이숙윤 교수는 기술의 화려함보다 기술이 놓치는 사람을 더 오래 바라본다.
그가 칼럼에서 내세운 표현도 ‘다정한 AI’다. AI가 좋으냐 나쁘냐는 추상적인 논쟁을 넘어, 이 기술로 누구의 어떤 불편을 줄이고 어떤 삶을 지킬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어 붙인 이름이다. 시니어에게 필요한 AI는 복잡한 명령어를 외워야 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저 말하면 알아듣는 기술이어야 한다.
“어르신들에게 복잡한 AI 이론이나 거창한 기술 교육은 오히려 장벽이 됩니다. 이미 TV 셋톱박스에 ‘오늘 날씨가 어떠냐’고 묻듯, 자연스럽게 생활에 들어와야 합니다. 휴대전화에 말하면 약속과 예약을 알려주고 길을 찾아주는 식이어야지요. AI라는 이름으로 겁을 주기보다 키오스크를 배우듯 일상에서 익힐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문제는 AI 활용 능력의 차이가 곧 경제적·사회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유료 AI 서비스를 여러 개 쓰며 생산성을 높이는 사람과 비용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는 새로운 정보 격차가 생긴다. 교육 기회를 돈으로 사는 ‘AI 사교육’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 AI를 활용해 정견과 포스터, 영상 등을 직접 제작한 경험을 들려줬다. 적은 비용으로 과거라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던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이 사례는 AI가 개인에게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빠르게 벌어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따라서 디지털 학습권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생활권의 문제가 된다. 시니어와 장애인, 저소득층이 AI를 몰라 예약과 금융, 의료와 돌봄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공공 교육과 쉬운 서비스 설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숙윤 교수는 디지털 학습권은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생활권의 문제로 시니어와 장애인, 저소득층이 AI를 몰라 예약과 금융, 의료와 돌봄 서비스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공공 교육과 쉬운 서비스 설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이숙윤 교수 제공
자기 인생의 노래 한 곡 갖는 시대
AI는 음악의 생산비용을 크게 낮췄다.
그 결과 음악은 유명 가수와 전문 창작자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팬이 자신의 사연과 추억을 입력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노래가 만들어진다. 부모의 삶을 자녀가 노래로 남기고, 오래된 사랑과 이별을 자신만의 OST로 간직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단순한 AI 놀이로 보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의 삶을 음악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남기기 어려웠던 시니어에게 노래는 가장 친숙한 생애 기록이 될 수 있다. 기술이 사람의 자리를 빼앗는 대신, 그동안 기록되지 못했던 수많은 삶에 목소리를 주는 셈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낙관만 하지는 않았다. AI가 사용하는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 불필요한 이용을 줄이는 방법도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AI가 만든 결과를 무조건 믿지 않고 출처와 진위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다정한 기술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교육, 이용자의 책임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
AI 노래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 올 것
10년 뒤 트로트가 어떤 모습일지 묻자 이 교수는 쉽게 단정하지 않았다.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빨라 사람과 AI가 만든 부분을 구분하기 어려운 노래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추얼 아티스트와 가상 세계관도 더욱 일상적인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AI가 노래를 흔하게 찍어낼수록 역설적으로 ‘누가 왜 이 노래를 불렀는가’라는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수없이 많은 음악 가운데 사람을 멈춰 세우는 것은 결국 한목소리 안에 담긴 실제의 시간과 사연일 가능성이 크다.
“트로트에는 사랑했고, 헤어졌고, 기다렸고, 견뎌온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이 들어 있습니다.
AI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트로트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의 인생을 사람에게 건네는 것, 그것이 트로트의 힘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그 문장은 오래 남았다.
AI는 수천만 곡을 배우고 어떤 가수의 목소리도 닮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살아낸 단 한 번의 생을 대신 가질 수는 없다. 기술이 눈부실수록 트로트가 지켜야 할 것은 더 분명해진다. 완벽한 소리가 아니라, 그 소리 안에 살아 있는 사람이다.
※ 이숙윤 교수는⋯
이숙윤 교수는 강원도 영월 출신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반도체·전자공학을 전공하고 2007년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정보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로 AI·반도체·디지털 기술 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조국 혁신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체장애인 당사자로서 이동권·접근권·돌봄·노동·교육과 포용적 디지털 전환을 주요 정책 의제로 다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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