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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뛰는데 발걸음은 더 빠르게?… 슬로우 러닝 속도 역설

양희수 기자 soo142@naver.com

등록 2026-10-11 18:59

옆 사람과 대화 가능한 편안한 속도

분당 180보에 맞추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걷기 리듬이 중요

 슬로운 조깅은 보폭을 짧게 유지하면서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달리기는 빠를수록 좋을까? 

적어도 슬로우 러닝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걷는 것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면서 발걸음은 경쾌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느리게 달리는데 발은 더 자주 내딛는다니, 얼핏 모순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달리기의 속도를 결정하는 간단한 원리가 숨어 있다. 바로 보폭과 걸음 수의 관계다.

 

 

걷는 속도로 달리는데, 발은 왜 더 빨리 움직일까?

 

슬로우 러닝은 기록이나 속도보다 편안하게 지속할 수 있는 운동 강도에 초점을 맞춘 달리기다. 슬로우 조깅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건강정보 매체에서는 대체로 시속 4~6km 정도를 슬로우 조깅의 예시 속도로 소개한다. 성인의 보통 걷기 속도와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수준이다.

그러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옆 사람과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달리는 것이 기본이다. 누군가에게는 시속 4km가 적당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보다 느리거나 빠른 속도가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속도를 늦추면서도 달리기의 리듬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보폭에 있다. 달리기 속도는 한걸음에 이동하는 거리와 1분 동안 내딛는 걸음 수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속도라면 보폭이 짧아질수록 발을 더 자주 내디뎌야 한다.

 

실제로 계산해 보자.

시속 4km로 이동하면 1분 동안 약 66.7m를 나아간다. 이때 1분에 180보를 내디딘다면 한걸음에 이동하는 거리는 약 37cm다.

 

반면 같은 속도로 분당 120보를 내디딘다면 한 걸음은 약 56cm가 된다. 속도는 같지만, 발걸음의 모습은 상당히 달라지는 셈이다. 슬로우 조깅에서 흔히 권장하는 분당 170~180보의 리듬도 이러한 원리와 관련이 있다. 보폭을 짧게 유지하면서 발을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다.

 

 

걸음 수를 늘렸더니, 무릎에 가해지는 부담이 달라졌다

 

짧고 빠른 발걸음은 단순히 달리는 방식의 차이일까? 실제로 관절에 작용하는 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1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연구팀은 건강한 일반 러너 45명을 대상으로 달리기 걸음 수와 관절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트레드밀에서 같은 속도로 달리도록 하면서 평소보다 걸음 수를 5% 또는 10% 늘리거나 줄이도록 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평소보다 걸음 수를 5% 늘리자 착지 초기 무릎관절이 흡수하는 기계적 에너지가 약 20% 감소했다. 걸음 수를 10% 늘렸을 때는 약 34% 감소했다. 고관절에서도 걸음 수를 10% 늘린 조건에서 에너지 흡수량이 유의하게 줄었다.

 

반대로 걸음 수를 10% 줄였을 때는 무릎과 고관절, 발목에서 에너지 흡수량이 모두 증가했다.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보폭이 짧아지고, 몸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폭과 전진을 방해하는 제동 충격량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 흡수량은 관절과 주변 근육이 착지 과정에서 수행하는 기계적 일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를 실제 충격이나 부상 위험이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37편의 연구를 모아 분석해도 비슷한 결과

 

이러한 경향은 후속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22년 국제학술지 ‘스포츠 메디신 오픈(Sports Medicine – Open)’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 고칠 및 메타분석은 달리기 걸음 수와 관련된 연구 37편을 종합했다.

분석 결과, 걸음 수를 늘리면 보폭이 짧아지고 무릎이 착지 과정에서 최대로 굽혀지는 각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관절의 움직임과 무릎을 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관절 모멘트 등 일부 생체역학적 지표에서도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달리는 속도가 같더라도 발걸음의 리듬을 조절하면 하체 관절에 작용하는 기계적 요구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걸음 수를 늘리기만 하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메타분석에 포함된 37편 가운데 실제 부상 관련 임상 결과를 평가한 연구는 2편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건강한 러너의 관절 움직임이나 힘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였다.

연구진 역시 걸음 수 변화가 부상 예방이나 운동 수행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이들 연구는 주로 일반적인 달리기 속도에서 진행됐다. 걷기와 비슷한 속도의 슬로우 러닝에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려면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분당 180보를 맞춰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다.

분당 170~180보는 슬로우 조깅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권장 리듬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야 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키와 다리 길이, 평소 달리기 습관, 근력과 체력 수준에 따라 편안한 걸음 수는 달라진다.

실제로 걸음 수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오히려 움직임이 어색해지거나 운동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2022년 메타분석에서도 걸음 수 증가가 운동을 더 힘들고 어색하게 느끼게 할 가능성이 보고됐다.

처음부터 180보를 맞추려고 애쓰기보다 평소 자연스럽게 달리는 리듬을 확인하고, 보폭이 지나치게 길다면 조금씩 줄여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 분당 150보로 달리는 사람이라면 무리해서 곧바로 180보를 맞추기보다 155~160보 정도로 가볍게 조절해 볼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 적합한 최종 목표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예시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맞추느라 숨이 차거나 몸에 불필요한 긴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천천히 달리는 기술, 핵심은 속도와 리듬의 균형

 

슬로우 러닝을 시작한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자.

먼저, 옆 사람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속도를 유지한다. 다음으로 발을 멀리 뻗기보다 짧고 자연스러운 보폭으로 움직인다. 마지막으로 걸음 수는 정해진 숫자를 억지로 맞추기보다 자신의 몸에 맞는 경쾌한 리듬을 찾는다. 빠르게 달리기 위해 보폭을 넓히는 것과 달리, 슬로우 러닝은 느린 속도에서도 달리기의 움직임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물론 느리게 달린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관절 부담이 없거나 부상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운동 중 통증이 생긴다면 속도와 운동량을 조절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이것이 슬로우 러닝의 역설이다. 천천히 달리기 위해서는 발걸음을 작고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분에 몇 보를 뛰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달렸느냐다.

 

그렇다면 짧은 보폭을 유지하면서 발은 어떻게 착지해야 하는지, 뒤꿈치부터 닿아야 하는지, 발 앞부분부터 닿아야 하는지 등 다음 편에서는 슬로우 러닝의 착지 방법과 주의할 점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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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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