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변비를 개선하려고 걷기를 시작했다면 한 번쯤 떠올릴 질문이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그대로라고 해서 변화가 없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변이 덜 딱딱해졌는지, 힘을 덜 줘도 배변할 수 있는지, 보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줄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변비는 배변 횟수뿐 아니라 변의 상태와 배변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걷기 후 장의 활동에 변화가 나타났다는 연구가 있다. 일본 후지타보건대 연구팀은 건강한 청년 21명에게 트레드밀에서 20분간 걷게 한 뒤 전자청진기로 장음을 측정했다. 그 결과 걷기를 마친 1~2분 뒤 장음 지수가 걷기 전보다 약 두 배 높아졌다. 장에서 소리가 나는 시간의 비율과 분당 소리 횟수도 증가했지만, 이러한 변화는 일시적이었다.
다만 이를 두고 장의 움직임이나 소화 속도가 두 배 빨라졌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측정한 것은 장에서 발생하는 소리다. 장음에는 내용물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움직임뿐 아니라 장 내용물을 섞는 움직임도 반영될 수 있다. 실제 배변이 쉬워졌는지까지 확인한 연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걷기를 포함한 운동을 꾸준히 하면 변비 증상은 달라질까?
2005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평소 신체 활동이 적고 만성 변비가 있는 45세 초과 성인 43명을 대상으로 운동 효과를 살펴봤다. 운동군은 하루 30분 빠르게 걷기와 11분간의 가정 운동을 12주 동안 병행했다.
그 결과 운동을 시작한 군에서는 배변할 때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단단한 변을 보는 경우, 배변 후에도 덜 본 듯한 느낌이 나타나는 비율이 줄었다. 대장 전체 통과 시간도 평균 79.2시간에서 58.4시간으로 단축됐다.
다만 걷기와 다른 운동을 함께 시행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가 걷기만으로 나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화장실에 가는 횟수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1991년 건강한 성인 1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 참가자들은 각각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 자전거 타기, 앉아서 쉬기를 번갈아 했다. 전체 장 통과 시간은 휴식 기간에 평균 51.2시간이었지만 자전거를 탄 기간에는 36.6시간, 달린 기간에는 34.0시간으로 짧아졌다. 그러나 배변 횟수와 대변 무게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이 연구는 걷기가 아닌 달리기와 자전거 운동을 대상으로 했지만, 장 통과 시간과 실제 배변 횟수가 서로 다른 지표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운동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화장실에 간 횟수만이 아니라 배변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과 변의 상태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운동이 배변 횟수보다 배변의 편안함을 더 크게 개선한다는 사실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운동과 변비의 관계를 살펴본 전체 연구 결과도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 변비 환자 680명이 참여한 무작위 대조 연구 9편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운동군이 대조군보다 변비 증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연구마다 운동 종류와 평가 방법이 달랐고 편향 위험도 높았다. 연구진 역시 운동의 실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식후 산책에 대한 기대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식후 시속 4㎞로 걸었을 때 위 내용물의 절반이 비워지는 시간이 123분에서 107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더부룩함을 비롯한 소화불량 증상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위가 빨리 비워진다고 해서 곧바로 속이 편해지거나 변비가 개선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어떻게 걷는 것이 좋을까? 우선 자신의 체력에 맞춰 규칙적으로 걷는 습관부터 시작하면 된다. 하루 20~30분을 목표로 삼을 수 있지만, 이를 변비 개선 효과가 보장되는 운동 시간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운동이 익숙하지 않다면 짧은 시간씩 나눠 걷고, 몸이 적응하면 조금씩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걷기를 시작했다면 배변 횟수와 함께 세 가지 변화를 살펴보자. 변이 전보다 덜 딱딱해졌는가? 배변할 때 힘을 덜 줘도 되는가? 화장실을 다녀온 뒤 남아 있는 듯한 느낌이 줄었는가?
걷기는 식이섬유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변을 참지 않는 습관과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변비 관리 방법이다. 다만 생활습관을 개선해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혈변이나 이유 없는 체중 감소, 지속적인 복통이 동반된다면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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