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음은 모두에게 똑같은 11자가 아니다. 내 무릎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걸음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 사진 제공=모션커넥티드 인스타(@walkingtrainer)
“발끝을 나란히 두고 11자로 걸으세요.”
걷는 자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듣는 조언이다. 발끝이 바깥을 향하는 팔자걸음이나 안으로 모이는 안짱걸음은 고쳐야 한다는 인식도 익숙하다. 그렇다면 발끝을 똑바로 맞추기만 하면 무릎에 좋은 걸음이 될까?
무릎 관절염 연구가 내놓은 답은 다르다. 사람마다 무릎에 부담을 덜 주는 발끝 방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같은 자세를 권하기보다 개인의 무릎 상태에 맞춰 걸음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2022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바이오메카닉스》에 발표된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무릎 안쪽에 관절염이 있는 환자 107명에게 평소보다 발끝을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5도, 10도씩 돌려 걷도록 했다.
그 결과, 모두에게 동일한 방향과 각도를 적용했을 때 무릎 안쪽 하중을 나타내는 지표가 5% 이상 감소한 사람은 조건에 따라 23~57%였다. 반면 개인별로 가장 효과적인 각도를 찾아 적용하자 그 비율은 70%까지 높아졌다. 같은 보행 교정이라도 개인에 맞게 조절할수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통증 완화 가능성도 후속 연구에서 확인됐다.
2025년 《랜싯 류머톨로지》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내측 무릎 관절염 환자 68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1년간 관찰했다. 한 집단은 무릎 부담을 가장 많이 줄이는 발끝 각도로 걷는 훈련을 받았고, 다른 집단은 평소 발끝 각도를 유지하도록 했다. 그 결과 개인별 각도를 적용한 집단에서 무릎 안쪽 통증과 하중 지표가 더 크게 감소했으며, 통증 점수의 집단 간 차이는 1.2점이었다.
이는 개인에게 맞춘 보행 교정이 일부 무릎 관절염 환자의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연구에서 측정한 하중 지표는 무릎에 실리는 부담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것이며, 통증 개선이나 관절염 치료 효과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팔자걸음도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발끝을 바깥으로 향해 걸을 때 무릎 안쪽 하중을 나타내는 일부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내측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팔자걸음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는 뜻은 아니다. 발끝의 모양만으로 무릎에 좋은 걸음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얼마나 걸어야 할까? 하루 만 보를 채워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2025년 《랜싯 퍼블릭헬스》에 발표된 연구는 57개 연구를 검토하고 31개를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7,000보를 걷는 사람은 2,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위험이 47%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다만 관찰연구를 종합한 결과이므로 걸음 수가 사망 위험의 차이를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7,000보 역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무적인 목표는 아니다.
결국, 걷기는 무조건 많이, 또는 정해진 자세로만 해야 하는 운동이 아니다. 걸음 수와 함께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는 보행 방식을 살펴야 한다. 특히 무릎 통증이 지속된다면 발끝을 억지로 11자에 맞추기보다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필요하다면 보행분석을 통해 무릎에 부담을 주는 걸음걸이를 파악하고 교정할 수 있다.
좋은 걸음은 모두에게 똑같은 11자가 아니다. 내 무릎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맞는 걸음을 찾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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