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처음 시험 재배된 곳은 ‘부산 영도’

배성식 기자

등록 2025-12-22 21:17

영조 때 조선통신사 ‘조암’에 의해 일본으로부터 전래

보리고개 시절 목숨을 구해주는 ‘구황작물’

필수 아미노산과 세포 손상과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도 풍부

 겨울철 간식 / 사진 출처 = 이하나,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상식 관련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


문제: 다음 가상 대화가 이루어진 시기의 생활 모습으로 옳은 것은?




정답은 “2번”

 

‘홍경래의 난(1811년)’과 5일장(시장) 번성 등의 대화와 보부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림 속의 시기가 ‘조선 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먹을 만드는 ‘소’는 고려 시대의 특수 행정 구역이고, 검정 고무신은 일제 강점기에 신었고, ‘건원중보’는 고려 성종 때 만들어진 금속 화폐이다.

 

지금은 기호식품이지만, 고구마와 감자가 조선 후기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을 때는 기근을 극복할 수 있는 구황작물로 각광 받았던 귀한 식품이였다.

특히 일본에서 전래 된 고구마가 국내에 들어왔을 당시 이름은 ‘감저’였다. ‘달콤할 감(甘)’ 자에 ‘사탕수수 또는 마 저(藷)’ 자를 썼는데 생긴 건 마와 닮고, 맛은 달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 씨(조엄)가 가져온 감자라고 해서 ‘조저(趙藷)’라고도 했으며,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고구마를 감저라고 부른다. 당시 고구마 종자의 도입은 고려시대 문익점이 목화씨를 도입한 것에 버금가는 성과로 평가했다.

60년 뒤에 국내에 들어온 감자는 ‘북부 산간지역에서 재배된다.’라고 하여 ‘북저(北藷)’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구마에 대해서 ‘정조실록’에도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연해 지방 고을에는 이른바 고구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고구마는, 명나라의 서광계가 편찬한 ‘농정전서(農政全書)’에 처음 보이는데 칭찬을 하며 말하기를 ‘그것은 조금 심어도 수확이 많고, 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가뭄이나 황충(蝗蟲, 메뚜기 떼의 피해)에도 재해를 입지 않고, 달고 맛있기가 오곡과 같으며, 힘을 들이는 만큼 보람이 있으므로 풍년이든 흉년이든 간에 이롭다’고 하였습니다. 수천 마디를 늘어놓으며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말한 것을 보면 그 말이 반드시 속인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고구마 종자가 우리나라에 나온 것이 갑신년이나 을유년 즈음이었으니 지금까지 30년이나 되는 동안 연해 지역의 백성들은 서로 전하여 심은 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중간 생략)

이 곡물은 단지 민절 지역에서만 성하고 우리나라가 종자를 얻은 것도 일본에서였으니, 이것의 성질이 남방의 따뜻한 지역에 알맞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구마는 농사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조금만 심어도 수확량이 많아서 먹을거리가 황폐화된 상태에서 목숨을 구해주는 작물이라는 뜻의 ‘구황(救荒, 구할 구, 거칠 황)작물’로 각광을 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구황’이라는 용어가 980여 기록될 만큼 구황작물은 먹을거리가 특히 부족했던 겨울과 봄까지 우리 조상들의 목숨을 이어지게 한 중요한 작물이었다.

 

고구마는 칠레,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로 15세기 말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들어왔고, 16세기 후반에 중국, 일본 등 아시아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1519년 초상화


고구마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건 조선 영조 때라고 한다. 고구마가 처음 한반도에 들어온 건 부산과 관련이 있는데, 당시 부산에서 가장 큰 행렬은 부산에서 출발하는 조선통신사 행렬이었다. 


일본 에도시대 ‘쇼군(將軍, 막부 우두머리)’을 만나기 위해 1763년(영조 때)에 일본으로 조선통신사로 갔던 예조참의 ‘조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보고 보관법과 재배법을 익히고 대마도와 토양이 비슷하고 인근에 왜관이 있는 부산 절영도(지금 영도)에서 시험 재배를 시작했다.


 조선통신사 내조도 / 사진 출처 = 일본 고베시립박물관


그의 통신사 기행문인 <해사일기(海槎日記)>에서도 “고구마는 굽거나 삶아서 먹을 뿐만 아니라, 생으로도 먹을 수 있어서 흉년 때 밑천으로 좋을 듯하다.”라고 기록하면서 고구마의 보관법과 재배법까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조엄 선생 초상화와 해사일기 / 사진 출처 = 부산역사문화대전

고구마라는 이름도 대마도 방언인 ‘고코이모(孝行藷)’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사쓰마이모’라고 하는데, 식량이 없던 대마도에서 병약한 부모를 고구마로 봉양했던 이야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시험 재배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후 전국으로 확대했는데 처음에는 구황작물보다는 소위 말해 ‘부자들의 별식’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조엄기념관(강원도 원주시)


과거 구황 작물의 하나였던 고구마가 지금은 간단한 식사 대용이나 다이어트 음식으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특히 눈 오는 겨울밤 입김을 불며 먹는 군고구마는 겨울 간식의 대표주자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고구마를 삶거나 굽는 등 조리방식에 따라 적절한 품종이 있고, 국내에서 재배되는 고구마 대부분이 일본의 외래 품종(대표 품종은 베니하루카)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약 40%를 차지하는 국내 품종도 우리가 부르는 일반적인 명칭과는 별도로 다양하고 생소하다.

밤고구마를 대표하는 품종 ‘진율미’는 식감이 부드럽고 단맛도 강한 편이며 국내 밤고구마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호박고구마 품종의 ‘호감미’, ‘풍원미’, ‘호풍미’ 등은 부드러운 식감에 구웠을 때 당도가 32브릭스(Brix) 이상이며 베타카로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외래 품종보다 병해충에 강하다.

꿀고구마를 대표하는 ‘소담미’는 쪘을 때 감미도(단맛의 정도)가 19.1로 일본 꿀고구마 대표 품종인 베니하루카의 16.6보다 높고, 저장성도 뛰어나 수확 후 이듬해 7월까지 9개월 이상 장기 저장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주로 고구마순을 얻기 위해 재배하는 ‘통채루’는 고구마 줄기 껍질이 연해 벗기지 않고 통째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국산 고구마 주요 품종 / 사진 출처 = 농촌진흥청 

삶아 먹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던 1990년대까지는 전분 함량이 높은 밤고구마에 대한 선호가 높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전자레인지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수분함량과 베타카로틴(고구마 속 색이 옅은 주황색) 함량이 높아 조리 후 선명한 노란색(호박과 비슷한 색)을 띠는 ‘호박고구마’가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에어프라이’ 덕분에 밤고구마, 호박고구마뿐만 아니라 단맛이 높은 꿀고구마,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진한 자색을 띠고 있는 ‘자색고구마’ 등 여러 종류의 고구마가 인기가 있다. 

특히 검붉은 자색의 껍질과 주황색 속살의 ‘자색 고구마’에는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세포 손상과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과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돼 발암물질을 억제하고 암 예방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고구마 종류 / 사진 출처 = '푸드마이너' 블로그


전문가들에 의하면 고구마를 식사 후 디저트처럼 먹기보다는 오후 간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탄수화물 과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고구마는 단순한 탄수화물이 아닌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이 조화를 이룬 식품으로 조리법과 섭취 타이밍만 잘 지키면 체중 관리, 장 건강, 혈당 조절까지 동시에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군고구마는 100g당 약 120kcal 정도이며,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이 좋다.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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