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에 떠 있는 사찰, 구례 ‘사성암’

배성식 기자

등록 2025-12-07 19:57

유네스코,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

<1박 2일>, < 추노>, <군도>, <원경> 등 드라마, 영화 단골 촬영지

구름 위의 사찰, '사성암' / 사진 출처 = 임세웅


전남 구례는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33곳’ 중에서 4곳이 선정될 만큼 지리산과 섬진강이 자리 잡아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조계종 19교구 본사인 화엄사를 비롯해 천은사, 연곡사 등 지리산 자락의 사찰 3곳과 지리산을 바라보고 있는 오산(531m)의 사성암이 그곳이다. 

 

산세가 바다거북이 등위에 받치고 있는 산이라고도 해 ‘큰 바다거북 鼇(오)’를 사용한 ‘오산(鼇山)’은 “바위의 형상이 빼어나 금강산과 같으며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렸고, 정상부에는 백제 성왕(544년) 때 ‘오산암(鼇山庵)’이 창건되었다. 이후 원효, 의상, 도선국사, 진각국사가 수행했다고 하여 이들 4명의 고승을 기려 ‘사성암(四聖庵)’이라 고쳐 불렀다. 

통일신라 시대 말 도선국사 이래 고려 시대까지 고승들의 수도처였고, 1630년(인조 8년)에 중건되었고, 화엄사의 말사(종속 사찰)이다.

 

 사성암 사찰 경내 모습


사성암은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소문과 유네스코, CNN이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로 선정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사찰 경내로 들어오면 길은 양쪽으로 갈리는데, 약사전(유리광전)은 오른쪽이고, 소원바위, 지장전, 도선굴, 나한전, 산왕전 등은 왼쪽에 있다. 



 

먼저 오른쪽 암벽 옆으로 정교하게 쌓은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면 사성암의 법당인 ‘유리광전’ 유리 벽 너머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그렸다고 전해지는 약 3.9m의 마애여래입상이 황금색으로 음각되어 있다. 

높이 20m 절벽에 지어진 유리광전은 고려 초기(9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약사여래불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진 전각이다. 마애불을 중앙에 두고 특이한 건축기법으로 법당을 세운 것이다.


 20m 절벽 사이에 지어진 '유리광전' 

‘약사여래부처’가 계신 곳을 유리처럼 맑고 깨끗한 ‘유리광 세계’라고 해서 약사여래를 ‘약사유리광여래’로 부르기도 한다. 사여래불은 모든 중생의 질병 치료, 재앙을 소멸해 준다고 하여 집안에 아픈 사람이 있거나 악재가 있을 때 많이 찾아가 소원을 빈다. 참고로 약사여래불이 들고 있는 작은 상자 안에는 ‘쌀(곡식)’이 들어있다.


 '약사마애여래입상'


사성암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도량’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천하를 바라보는 모습의 부처님 형상을 닮은 ‘소원바위’ 덕분이다. 소원바위에는 뗏목을 팔러 하동으로 내려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세상을 떠난 아내와 아내를 잃은 설움으로 숨을 거둔 남편의 애절한 사연이 전설로 내려오고 있다. 소원지는 1장에 5,000원

 

 '소원바위'


‘53불전(나한전)’이라는 현판이 걸린 법당에는 53불과 오백나한이 함께 모셔져 있다. 금동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하얀 피부의 돌부처들이 가득 자리해 53불을 이루고 있다. 조선 후기에 조성됐는데, 20불은 중간에 사라져 새로 조성했다고 한다. 

 

 '53불전(나한전)'


53불전 좌측에는 승려의 모습으로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머리는 삭발해 두건을 쓴 지장보살과 염라대왕 등 10왕을 모시는 ‘지장전’이 있다.


 지장보살, 염라대왕 등 10왕 

지장전 옆 좁은 사잇길을 넘어가면 삼면이 거대 바위로 둘러싸인 오산 산신을 모시는 ‘산왕전(山王殿)’이 나온다. 산왕전은 산신각으로도 불린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토착화하면서 고유의 민간 신앙인 산신과 도교의 칠성(북두칠성) 신앙 등을 불교가 수용하면서 생겨난 건물이 삼성각(三聖閣)이다. 건물 안에 산신(山神), 칠성(七星), 독성(獨聖)을 함께 모시면 삼성각, 따로 모시면 칠성각, 산신각, 독성각이 된다.


‘독성각’은 나반존자(那畔尊者)라는 독성 님을 모신 당우(사찰 경내에 있는 불전이나 전각 등 불교 신앙의 중심이 되는 건물)로 나반존자는 나한(羅漢) 중의 한 사람으로 혼자서 스승 없이 자기 힘만으로 모든 진리를 깨친 성자(聖者)이다. 

부처나 보살을 두고 나반존자에게 기도를 올리는 이유는 성취가 빨리 이루어진다는 소문 때문으로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형태이다.


 오산의 산신을 모시는 '산왕전'


산왕전 바로 옆에 크고 견고한 ‘도선굴’은 도선 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 많은 촛불이 불을 밝히고 있다. 


도선굴로 들어가 반대쪽으로 나오면 배례석이 있다. 절을 찾은 불자들이 부처님께 합장하고 예를 갖추는 장소인데 오래전 사성암에 불상을 모시기 전 스님들이 배례석에서 화엄사의 부처님을 바라보며 부처님께 예를 올렸다고 한다. 사성암 경내 최고의 돌담이고 전망대이다.


 도선대사가 수도했다는 '도선굴'

  '배례석'


사성암에 올라 둘러보면 굽이굽이 섬진강 물줄기가 휘감아 흐르는 넓은 평야와 구례 시가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천왕봉, 노고단, 반야봉 등 지리산과 연결된 봉우리들이 펼쳐져 있다.


 사성암에서 바라본 섬진강


사성암은 일몰로도 유명하지만, 특히 일교차가 심해지는 가을에 구례읍과 섬진강을 가득 메운 하얀 구름 위에 운해 (구름바다)의 풍경 또한 매우 아름답다.

 

 사성암의 일몰 / 사진 출처 = 임세웅


KBS 2TV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출연자들이 이곳에서 스님들과 족구를 해서 큰 화제가 되었고, <추노>, <토지>, <원경>, <더 킹: 영원의 군주>, <군도> 등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사진 출처 = KBS 예능 <1박 2일> 캡쳐 

 드라마 <추노> / 사진 출처 = KBS 캡쳐


사성암 올라가는 3㎞ 정도 되는 가파른 길은 주중에는 직접 차량을 이용해, 주말에는 아래 주차장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 입구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사성암 순환버스

 

♠ 전남 구례 '사성암'

주소 전남 구례군 사성암길 303

교통편 순환버스 왕복 3,400원(13세 이하 2,900원), 5분 소요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저작권자© 트롯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배성식

배성식

기자

여기에 광고하세요!!

트롯뉴스
등록번호서울 아56004
등록일자0025-06-20
발행인박강민 이진호
편집인박강민
연락처02)552-9125
이메일trotnewspool@gmail.com
주소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64길 13, 6층 610a
트롯뉴스

트롯뉴스 © 트롯뉴스 All rights reserved.

트롯뉴스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