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상징하는 수호신, ‘해치(해태)’ : 선악을 판단하고 재앙을 막아 복을 가져다주는 상상의 동물

배성식 기자

등록 2025-12-11 21:46

1894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때 설치

2008년 서울시 공식 상징물 ‘해치(Haechi)’

 광화문 앞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해치'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좌우로 서 있는 특이한 동물은 일반인에겐 ‘해태’로 더 잘 알려진 동아시아 고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 ‘해치(獬豸)’이다.

예로부터 용, 봉황처럼 세상에 없는 동물을 가상으로 만들어서 이름까지 붙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를 부여한 동물들이 있다.


 민화 속의 해치


‘해치’도 마찬가지로 전설 속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로 사람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옮고 잘못된 것을 판단할 수 있어 탐관오리나 나쁜 관리들을 의도적으로 노려보게끔 만들어졌다.

 

‘해태’라는 말은 중국의 해치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중국의 고서인 이물지(異物誌)에 의하면 “해태의 모습은 양과 비슷하게 생겼고 뿔이 한 개 돋아 있으며, 그 성질은 충직(忠直)하고 옳고 그름을 능히 구별할 줄 알아 사람들이 다투고 있을 때는 옳지 못한 자를 가려내어 그를 해쳤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고대 중국(초나라)에서는 궁궐을 지을 때 해치를 세우고, 법관의 의복에 해치의 모습을 장식하고, 법관은 ‘해치관’이라는 모자를 썼다.

 

광화문이 처음 세워질 때(1395년 태조 4년)는 해치가 없다가 1894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경복궁 중건 때 잦은 화재를 막기 위해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 풍수에 광화문 앞에 만들어졌다. 

궁궐의 다른 석조물과 비교했을 때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조각기법도 뛰어난 걸작으로 경복궁 중건에 참여했던 이세욱의 작품이다. 두 눈을 부릅떴지만 살벌하게 무섭지 않고 해학적인 표정과 함께 위엄을 갖춘 당당한 자세가 일품이다.


 1895년 경복궁 앞의 '해치'
원래 이 해태상은 현재 자리보다 80~90m 정도 앞에 있었다. 조선 시대 당시 사헌부 앞자리였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광화문에 조선총독부가 들어서면서 해태상은 철거되었고, 1925년에 총독부 건물 서편 청사 담장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광복 이후 광화문이 복원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오게 되었다.

 

 광화문 사헌부 터


이처럼 ‘해치’는 재앙을 막고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수(神獸)로 여겨져 조선 시대에는 주로 궁궐 입구에 세워졌고 재상이나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은 광화문 해태상의 꼬리에 손을 얹어 마음을 바로잡는 풍속이 있었다. 

선과 악을 가려낼 줄 안다는 상징성 덕분에 조선 시대에는 사헌부의 수장인 대사헌 흉배에 새겨졌고, 오늘날 국회의사당과 대검찰청에 해치상이 있다.

 

 국회의사당 '해치'


2019년 2월에 방영된 드라마 <해치>에서도 주인공 ‘박문수(배우: 권율)’는 조선 시대 관리들을 감찰하고 법을 집행하는 사헌부(지금의 검찰)의 수장인 대사헌으로 나온다. 박문수가 입는 관복을 자세히 보면 가슴과 등에 해치 문양이 새겨져 있다.


 드라마 <해치> 대사헌 복장 / 사진 제공 = SARAM Ent.


국내에서 발견된 해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백제 무령왕릉(501~523)에서 발견된 국보 ‘진묘수’이다. 높이 31.5㎝, 길이 48.5㎝, 너비 22㎝ 크기로 중국의 장례 풍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무덤을 지키는 역할을 하며 악귀를 내쫓는 의미를 지녔다. 

이것이 해태라고 알 수 있는 단서는 머리에 사슴뿔 모양의 쇠뿔이 달려 있다는 점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 해태상이 중국에서 유래한 해태의 조형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이전에 제작된 것으로 동북 지역에서 전설로 떠돌던 내용을 전해 들었던 백제인이 백제 고유의 미술적 감각으로 만든 우리 고유의 해태라는 것이다.


 우리 고유의 해태 '진묘수' / 국립공주박물관 소장

 

이 동물의 이름은 ‘해치’로 쓰고 읽기는 ‘해태’로 읽었다고 예상된다. 

그 예로 1945년에 창립한 해태제과의 전신인 ‘해태제과합명회사’의 1955년 광고를 보면 신문 위쪽에 해태의 이미지와 함께 아래에는 회사 상호(해태製菓合名會社)가 있다. 이는 지금 해태제과주식회사의 사명과 로고가 여기에서 왔다고 추측할 수 있다.

 

 '롯데제과합명회사' 광고 - 1955년 경향신문

 롯데제과주식회사 홈페이지


서울시는 2008년에 ‘해치(Haechi)’를 공식 상징물로 지정하고 서울 공식 굿즈(GOODS)로 판매하고 있다. 

8m 크기의 분홍색 ‘해치 Advertising Balloon’도 광화문, DDP, 인사동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DDP에 설치된 해치 Advertising Balloon / 사진 제공 = 서울시

 


배성식 기자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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