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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한강에는 골프장이 있었다네 : 1968년 개장한 ‘한강 뚝섬골프장’

배성식 기자 ssbae100@naver.com

등록 2026-03-11 11:21

1954년에 개장한 뚝섬 경마장에 박 대통령의 제안

1968년 문을 연 국내 퍼블릭 골프장의 시작

LPGA 박세리도 이곳에서 자주 연습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공원 ‘서울숲’이 조성

 뚝섬골프장


서울 한강 변에 골프장이 있었다고 하면, 골프 경력이 오래된 중·장년층 골퍼들은 “아, 그곳!” 하고 금세 떠올리겠지만 젊은 골퍼들에겐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불과 2004년까지만 해도 한강 변에는 '뚝섬골프장'이라는 골프장이 존재했다. 1968년 6월 문을 연 이곳은 사실상 대한민국 퍼블릭 골프장의 출발점이라 할 만한 곳이었다. 

지금 그 자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공원인 '서울숲'이 들어서 있다.


 서울숲


뚝섬에는 조선시대에 군마(군사용 말)를 키우는 말 목장이 있었고, 1954년에는 경마장이 개장되었다. 당시 경주말이 부족하여 조랑말이 달렸다고 한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현장을 시찰하던 중 경주로 안쪽에 남아 있던 넓은 잔디 공간을 보고 골프장을 만들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후 공사는 빠르게 진행됐고, 도심 한복판의 이색적인 골프장이 탄생했다. 1989년 과천 경마장 개장으로 뚝섬 경마장은 사라졌다. 


 1954년에 개장된 '뚝섬 경마장'

 

초기 뚝섬골프장은 약 6만㎡(약 1만8천 평) 부지에 7홀 규모로 조성됐다. 같은 해에는 44타석 규모의 연습장과 2층 클럽 하우스도 들어섰고, 3년 뒤에는 9홀로 확장되면서 이름도 ‘뚝섬 골프 연습장’에서 정식으로 ‘뚝섬골프장’으로 바뀌었다.


도심과 가까운 입지에 시설도 제법 갖춰져 있었지만, 무엇보다 큰 매력은 이용료였다. 평일 1라운드 1만4천 원, 주말 2만1천 원이라는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많은 골퍼의 사랑을 받았다. 2002년 한 해에만 약 11만8천 명이 이곳을 찾았고, 하루 평균 350명 정도가 한강 변에서 라운드를 즐겼다. 

아침 일찍 골프를 치고 출근하다가 지각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훗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박세리 역시 이곳에서 골프 실력을 다지던 시절이 있었다.


 뚝섬골프장

 

그러나 이런 풍경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4년 서울시가 뚝섬 일대를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뚝섬골프장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서울시는 골퍼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상암 월드컵공원 안에 새로운 대중 골프장인 ‘난지골프장’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1998년 7월에는 U.S. 여자오픈에서 박세리가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자 대한민국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녀가 만들어낸 이 역사적인 순간은 당시 1997년 IMF 금융 위기로 깊은 시름에 잠겨 있던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희망을 안겨 주었다.

이후 박세리를 보며 골프 선수의 꿈을 키운 이른바 ‘세리 키즈’가 등장했고, 이를 계기로 골프는 국민적 관심을 받는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골프 인구도 빠르게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난지골프장 조성에 대한 기대와 관심 역시 커져 갔다.


1998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 / 사진 = USGA 폼페이지

 

난지골프장은 약 19만5천㎡(약 5만9천 평)의 넓은 부지에 9홀 코스와 48타석 연습장, 넉넉한 주차장까지 갖춘 현대식 골프장으로 계획됐다. 2004년 준공을 앞두며 많은 골프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개장을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프장 개발과 운영을 맡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서울시 사이에서 그린피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애초 사업계획서에는 이용료를 1만5천 원으로 책정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공단 측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3만3천 원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처음 약속한 가격을 지켜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심지어 이용료를 1만5천 원으로 고정하는 조례까지 개정했다. 이에 반발한 공단은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4년에 걸친 재판 끝에 공단이 승소했지만, 상황은 다시 뒤틀렸다. 공원화를 공약으로 내건 새로운 시장이 당선되면서 서울시는 결국 계약 자체를 파기하고 골프장을 공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그 결과 공단에 이미 투입된 공사비와 위약금 등을 포함해 약 185억 원을 지급하고, 추가로 40억 원을 들여 공원 조성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200억 원이 넘는 공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골프장은 결국 문을 열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된 셈이다.

 

 난지골프장 / 사진 = 연합뉴스

아이러니하게도 난지골프장에서 라운드를 경험한 골퍼들도 존재한다. 소송이 진행되던 2005년부터 공단이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했기 때문이다. 하루 55팀씩 선착순 예약으로 운영됐는데, 인터넷 예약 경쟁률이 150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2008년 문을 닫기 전까지 약 11만 명이 넘는 골퍼들이 이곳에서 무료 라운드를 즐겼다. 이용자들의 평가는 매우 좋았다. 비록 9홀이었지만 전장이 길고 잔디 관리도 훌륭해 회원제 골프장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단순히 사라진 골프장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 정책과 정치적 판단이 어떻게 한 시설의 운명을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노동자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하겠다.”라는 구호로 시작됐던 계획은 결국 공원 조성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그 사이에서 오랫동안 골퍼들의 사랑을 받았던 뚝섬골프장은 사라졌고, 대안으로 마련됐던 난지골프장 역시 정식 개장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난지골프장의 한 홀 면적 안에 18홀을 압축해 만든 '월드컵공원 파크골프장'이 들어섰다.


 월드컵공원 파크 골프장


배성식 / 여행작가


평소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모아 2022년에 아빠들을 위한 주말 놀거리, 먹거리 프로젝트 <아빠와 함께하는 두근두근 보물찾기>를 발간하였다.

2024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일본 최대의 언론사 그룹인 여행요미우리출판사를 통해 한국의 관광명소와 외국인들이 꼭 경험해 볼 만한 곳들을 소개한 ‘한국의 핫 플레이스 51’을 일본어 <韓国のホットプレイス51>로 공동 발간했다.

이메일 ssbae100@naver.com / 인스타그램 @k_stargra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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