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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빈아와 ‘빛나는 별’] 24명의 작은 불씨가 수만의 ‘빛나는 별’로…관객이 낳고 팬덤이 키운 가수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5-05 15:53

오디션 탈락, 경연결승 문턱에서 좌절

“우리가 지켜주자” 연민과 연대로 뭉쳐

‘가수의 실패와 재도전’의 서사를 공유

팬 카페와 지역커뮤니티 생태계 구축

자체개발 굿즈 12분만에 완판 신화도

□ 트로트 팬덤탐구 : 그들이 사는세상 / 16, 손빈아와 ’빛나는 별’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주 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지리산 줄기가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 안은 그 고요한 산골에 노래 잘하고 살갑기로 소문난 소년이 있었다. 훗날 그 소년이 대한민국 트로트 오디션 역사에 유일무이한 대기록을 남길 줄은 하동 사람들도 미처 몰랐다.

그러나 이 서사는 비단 한 명의 천재적인 가수가 탄생한 영웅담이 아니다. 쓰라린 실패의 순간마다 무대 밑에서 함께 눈물 흘리고, 묵묵히 밤하늘을 밝혀준 이들이 있었기에 완성된 ‘공동의 기록’이다. 

트롯뉴스 기획 시리즈 ‘트로트 팬덤탐구’ 열여섯 번째 주인공은, 가수 손빈아(본명 손용빈)와 그의 곁을 지키는 단단한 동반자, 팬덤 ‘빛나는 별’과 ‘용비단’이 함께 써 내려간 눈부신 연대기다.

 

팬덤 싹 틔운 ‘하트 하나’의 눈물

 

1992년생인 손빈아는 소설 속 최씨 가문 사람들이 삶의 한(恨)과 생명력을 붙들고 살아낸 땅, 하동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예총 하동지회장 손종인 씨의 3남 1녀 중 둘째인 그는 일찍이 노래 재능을 보였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학 졸업 후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3교대 노동자로 일하며 새벽 4시의 차가운 불빛 아래서 청춘을 보냈다. 대형 사고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죽기 전에 노래를 해야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2017년 제9회 청소년 트로트 가요제 대상을 거쳐 2018년 정규 1집 ‘다듬이’로 데뷔 했지만 무명의 시간은 길었다. 대중에게 처음 각인된 건 TV CHOSUN ‘미스터트롯’ 시즌1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100인 예선 탈락. 단 ‘하트 하나’가 모자랐다.


미스터트롯3 / 사진=손빈아 SNS

놀라운 것은 이때부터 팬덤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오디션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가수가 무대 뒤에서 고개를 숙일 때, 소수의 팬들은 브라운관 앞에서 함께 가슴을 쳤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고 진심인 가수를 우리가 지켜주자.’ 이 애달픈 ‘하트 하나’의 결핍은 가수에게는 오기의 불씨가 되었고, 팬들에게는 맹목적인 지지가 아닌 ‘연민과 연대’로 뭉치는 강력한 모티브가 되었다.

 

‘용비단’의 탄생과 서사의 공유

 

손빈아 팬덤의 구조는 매우 독특하고 유기적이다. 

공식 팬클럽 ‘빛나는 별’과 그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싹을 틔운 서브 운영 조직 ‘용비단(용은 본명인 손용빈을 의미함)’이 이중 레이어를 이루고 있다.

초창기 용비단이 처음 결성되었을 때, 그 인원은 고작 24명에 불과했다. 한 줌도 안 되는 작은 커뮤니티. 그러나 이 24명은 손빈아가 2020년 SBS ‘트롯신이 떴다2’에서 준결승 1위 후 최종 4위를 기록하고, ‘미스터트롯2’에서 본선에 진출했다가 또다시 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모든 과정을 온몸으로 함께 겪어냈다.

일반적인 팬덤이 가수의 성공(화력)에 기대어 팽창한다면, 용비단은 ‘가수의 실패와 재도전’이라는 서사를 공유하며 결속했다. 

“포기하지 않고 오르다 보면 정상에 닿는다”며 삼수에 나선 손빈아의 곁에는, “네가 오를 때까지 우리가 발판이 되겠다”며 버텨준 팬들이 있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24명의 작은 불씨는 수천, 수만의 ‘빛나는 별’로 타올랐다. 2024년 5월, 이들이 팬덤 상징색을 기존 연보라색에서 ‘진한 퍼플(Deep Purple)’로 변경한 것은 단순한 디자인 교체가 아니었다. 

세 번의 오디션을 견뎌낸 가수의 내공만큼이나, 팬들의 사랑과 결속력도 한층 짙고 단단해졌음을 세상에 선언하는 무언의 의식이었다.

 

경연 1500점 만점 신화 기록

 

마침내 ‘미스터트롯3’에서 7년의 묵은 한이 터졌다. 

손빈아는 매 라운드 진·선·미를 놓치지 않는 ‘진선미 콜렉터’로 군림하며 결승에 직행했다. 


 ‘미스터트롯3′ 현역부 팀원 손빈아, 김용빈, 추혁진, 춘길 / 사진=TV조선

직접 편성한 현역부 팀원(김용빈, 춘길, 추혁진) 전원을 TOP7에 올려놓으며 기획력까지 인정받았다. 대망의 결승전, 할머니를 향한 사모곡 ‘연모’로 심사위원 총점 1500점 만점이라는 오디션 사상 초유의 대기록을 썼다.

최종 2위인 선(善)에 오른 그가 “살면서 이 정도로 사랑받고 이쁨받은 적이 없어 낯설다”며 울먹였을 때, 그 누구보다 소리 내어 운 사람들은 그의 곁을 지켜온 팬덤이었다.

결승 전날인 2025년 3월 13일, 손빈아의 고향 하동군은 진풍경이 벌어졌다. 

동네 골목골목과 주요 도로변이 대국민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으로 뒤덮였다. 부친 손종인 씨가 “군민들의 뜨거운 응원에 특별히 감사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이는 손빈아 팬덤이 온라인의 익명성에 갇혀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국구 규모’의 거대한 팬카페 화력과, 가수의 뿌리인 ‘지역 밀착형’ 커뮤니티가 완벽하게 결합하여 온 동네가 하나의 마음으로 가수를 밀어 올리는 끈끈한 생태계를 완성한 것이다.

 

중장년 팬덤의 맹렬한 사랑

 

‘빛나는 별’이 트로트 팬덤 문화에서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그들의 놀라운 ‘행동력’에 있다. 이들은 주 연령층이 중장년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서브컬처형 팬덤 문화’를 완벽하게 흡수하고 진화시켰다.

이들은 단순히 가수의 노래를 듣는 ‘소비자’가 아니라, 팬덤의 정체성을 직접 기획하고 생산하는 ‘공동 제작자’다. 

네임키링, 아크릴키링, 네임응원봉, 야광봉 등 콘서트장을 보라색으로 물들이는 수많은 굿즈가 팬들의 자체 기획으로 탄생했다. 

특히 팬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포토카드 5,000세트가 단 12분 만에 완판된 사건은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우리 가수의 기를 살려주자”는 중장년 팬들의 맹렬한 사랑이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무서운 파급력을 내는지 증명한 셈이다.

 

세계를 향한 나눔실천 행보

 

손빈아가 무대 밖에서 700km의 백두대간을 오르며 ‘트로트계의 엄홍길’이라는 별명을 얻었듯, 그의 팬덤 역시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나눔의 산맥’을 넘고 있다. 

가수를 닮아 팬들의 행보 역시 선하고 우직하다.

이들의 나눔 지도는 세계를 향해 뻗어 있다. 손빈아가 굿네이버스를 통해 카메룬 소녀가장 제시카(9)의 애틋한 사연을 전하자, 팬클럽 회원들은 즉각 응답하여 해외 아동 200명과 1:1 결연을 맺고 정기 후원을 시작했다. 국내 결식 아동을 위한 기부는 물론이다.

가수가 2025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동료들과 붕어빵을 팔아 수익금을 기부하고, 모교인 연암공과대학교의 홍보대사로 나서는 동안 팬덤은 그 뒤를 든든히 받쳤다. 


2025년 12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홍보대사로 위촉 / 사진=사랑의열매 

가수의 나눔이 팬덤의 헌신을 부르고, 팬덤의 헌신이 다시 사회의 소외된 곳을 덮히는 완벽한 선순환의 고리. 이것이 ‘빛나는 별’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7년 만의 팬미팅 ‘별, 빛, 밤’

 

이제 손빈아는 선배가 되어 ‘미스트롯4’의 마스터 군단으로 합류했다. 

후배들에게 팔굽혀펴기와 댄스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체력, 매력, 열정을 조언하고, 과거 자신이 조언을 건넸던 무명 참가자를 무대 위에서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 미스트롯4 TOP7이 가장 선호하는 남자 가수로 그를 꼽은 것은, 그가 온몸으로 증명해 낸 ‘과정의 진정성’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2025년 12월 7일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 데뷔 7년 만에, 그리고 세 번의 뼈아픈 오디션을 거친 뒤에야 손빈아의 생애 첫 공식 팬미팅 ‘별, 빛, 밤’이 열렸다.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되었다.


 손빈아의 생애 첫 공식 팬미팅 ‘별, 빛, 밤 / 사진=손빈아 SNS

팬미팅의 타이틀 ‘별, 빛, 밤’은 팬클럽의 이름 ‘빛나는 별’을 향한 가수의 화답이었다. 120분씩 두 차례 진행된 그날 밤, 짙은 보라색 응원봉이 객석을 가득 채우며 넘실거렸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기다려준 7년의 세월이 스크린 위로 흐를 때, 가수도 멈추지 못했고 객석의 팬들도 참았던 눈시울을 붉혔다. 가장 늦게 핀 꽃이 가장 짙은 향기를 낸다는 것을 증명한 밤이었다.

 

팬덤과 가수의 아름다운 ‘기록’

 

오디션에서 탈락을 결정지었던 잔인한 ‘하트 하나’. 만약 그때 쉽게 문이 열렸다면 지금의 손빈아와 ‘빛나는 별’이 있었을까.

‘하동 설운도’로 불릴 만큼 불필요한 기교 없이 호흡과 감정만으로 정통 트로트의 진수를 보여주는 손빈아. 그의 목소리에는 공장 불빛 아래서의 고뇌와 700km 험산을 오르며 삼킨 숨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24명에서 수만 명으로 불어나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았던 팬들의 맹목적인 사랑이 녹아있다.

손빈아는 거대 기획사나 방송국이 급조해 낸 스타가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팬들이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키워낸, 철저히 ‘관객이 낳고 팬덤이 기른 가수’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가수 단독의 전기가 아니라 손빈아와 ‘빛나는 별’, ‘용비단’이 함께 펜을 쥐고 써 내려가는 한 권의 두꺼운 공저(共著)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오래 빛난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8년. 가장 짙은 보라색으로 물든 그들만의 세상은, 이제 막 가장 화려한 챕터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 알림 : 트롯뉴스 ‘팬덤탐구’시리즈는 트로트팬들을 위한 기획입니다. 연재 순서는 팬덤의 인기도 등과 관계없이 취재여건에 따라 게재함을 밝힙니다. 기사에 의견이 있거나 팬클럽 관련 소식등은 메일 등을 통하여 제안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트롯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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