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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①] 태연 '만찬가'가 쏘아 올린 신호탄… 트로트·엔카, 리메이크 교류의 가능성을 열다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7-03 10:43

만찬가 성공은 한일 대중음악 교류 새 패러다임

조용필 계은숙 김연자등 과거 교류 성공 사례도

최근 한일가왕전 등 교류는 무대위 경연에 초점

‘리메이크 음원’ 방식 등으로 다시 활성화 조짐

음악에는 국경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 벽 너머로 노래만큼은 늘 먼저 건너갔다.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는 같은 시대, 같은 정서를 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온 장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열도를 적셨고, 김연자는 오리콘 엔카 차트 정상에 섰으며, 계은숙은 NHK 홍백가합전에 7년 연속 출연했다. 노래는 언제나 외교보다 빨랐고, 제도보다 솔직했다.

그리고 2026년 여름, 또 하나의 문이 열렸다. 태연이 일본 Z세대를 강타한 '만찬가(晩餐歌)'를 한국어로 공식 리메이크해 국내 음원 차트를 강타했다. 


김연자는 일본 무대에 진출해 ‘암야항로(暗夜航路)’, ‘도사호의 눈 노래(十三湖の雪うた)’등 여러곡을 히트시키며 대형 엔카 가수로 성장했고, 오리콘 엔카 차트에서 수 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엔카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사진=KBS

경연과 방송 무대에 머물렀던 한일 음악 교류가 처음으로 ‘공식 리메이크 음원’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얻은 순간이었다.

이 성공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다음은 트로트와 엔카의 차례 아닌가.”

트롯뉴스와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  [기획특집 시리즈 : 트로트×엔카 리메이크 방정식]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 기획특집 시리즈:트로트×엔카 리메이크 방정식

 

① '경연 교류'를 넘어 '음원 리메이크'로

 

태연이 가창한 ‘J-POP REMAKE’' 프로젝트 첫 음원 ‘만찬가(晩餐歌)’가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한일 대중음악계에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단순히 한 곡이 차트 1위를 차지한 사건이 아니다. 

이 성공은 오랫동안 경연 무대와 방송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한일 음악 교류가 이제 ‘공식 음원 리메이크’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태연이 노래한 ‘J-POP REMAKE’' 프로젝트 첫 음원 ‘만찬가(晩餐歌)’가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를 석권하며 한일 대중음악계에 의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 사진=SHgold네트웍스

한일 음악 교류, 이미 오랜 역사

 

한국 대중음악과 일본 엔카의 교류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트로트는 1920년대 일본 엔카의 번역·번안곡이 유입된 이후 1930년대 중반 대중가요 양식으로 정착한 장르로, 두 음악은 처음부터 깊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다. 

이 정서적 공감대는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양방향 교류로 이어졌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일본 기네스북에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외국 가수의 노래”로 등재될 만큼, 아츠미 지로, 미소라 히바리, 등려군 등 30회 이상 일본에서 리메이크됐으며 지금도 일본 가라오케 한국 가요 인기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트롯 국가대표 Top7이 펼치는 한일 음악 국가 대항전 '한일가왕전'.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는 아즈마아키 /사진= MBN '2024 한일가왕전'

반대 방향의 교류도 활발했다. 

김연자는 일본 무대에 진출해 ‘암야항로(暗夜航路)’, ‘도사호의 눈 노래(十三湖の雪うた)’, ‘뜨거운 강(熱い河)’ 등 여러 엔카곡을 히트시키며 대형 엔카 가수로 성장했고, 오리콘 엔카 차트에서 수 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엔카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계은숙 역시 일본에서 엔카에 진출한 한국 가수들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인물로 알려져 있으며, 대한민국 가수로는 최초로 NHK 홍백가합전 7년 연속 출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흐르는 강물처럼'이 증명한 사례

 

엔카가 한국어로 번안되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본 국민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유작 ‘흐르는 강물처럼(川の流れのように)’은 한국에서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렀고, ‘북국의 봄(北国の春)’, ‘쓰가루 해협 겨울풍경(津軽海峡・冬景色)’ 등 엔카 명곡들도 한국 대중의 애창곡으로 자리 잡았다. 

이 번안곡들의 공통점은 단순 가사 교체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창법과 감성까지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원곡과는 또 다른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한일가왕전,'경연 교류'시대 열다

 

최근 한일 음악 교류의 가장 상징적인 무대는 MBN ‘한일가왕전’이다. 

한일가왕전은 현역가왕과 트롯걸즈 재팬 TOP7이 자국의 명예를 걸고 맞붙는 세계 최초 트로트 한일전으로, 제작진은 한일가왕전을 기획하며 “단순한 대결을 넘어 문화적 이해와 교류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음악을 비교해보는 재미는 물론, 국가대표 가수들의 뜨거운 무대와 진한 감동을 통해 양국의 자존심을 건 선의의 경쟁을 선보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2026 한일가왕전' /사진=MBN

2024년 첫 방영 당시 일본 출연자들은 “한국 출연자들의 섬세한 표현부터 파워 보컬까지 보고 놀랐다”며 서로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가왕전이 만들어낸 교류는 어디까지나 ‘무대 위 경연’이었다. 

방송이 끝나면 음원으로 남지 않는 구조였고, 양국 젊은 스타들이 상대국의 현재 히트곡을 공식 음원으로 리메이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태연의 '만찬가'가 메운 공백

 

태연의 ‘만찬가’는 단 1곡으로 보여준 작은 출발이었지만 한일 음악교류에서 아쉬웠던 그 공백을 처음으로 메웠다. 

현역 정상급 아티스트가 상대국의 메가 히트곡을 공식 음원으로 재해석하고, 이것이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이다. 

과거 번안곡이 주로 중장년층 정서를 기반으로 한 엔카 클래식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만찬가’는 현재 일본 Z세대를 대표하는 신곡을 현역 K-pop 스타가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시도다.

트로트가 엔카에 영향을 받고 엔카 또한 트로트에 영향을 받는 등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장유정 교수 등 한국과 일본의 연구자들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 오랜 정서적 유대가 이제 ‘공식 리메이크 음원’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 다음 편에서는 이 흐름이 트로트와 엔카 장르로 확장될 경우 가장 높은 성공 가능성을 지닌 곡들과 아티스트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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