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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⑥] 나훈아·임영웅이 100년 후에도 기억 되려면 …지금 당장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박강민 기자 oasispool@naver.com

등록 2026-07-23 12:02

영화 ‘Michael’ ‘보헤미안 렙소디’를 볼 수 있는 건

활동기록 등이 체계적으로 아카이빙 되었기 때문

100년 역사의 한국 트로트의 기록은 한심한 수준

기록이 없으면 스타도 레전드도 기억속에 사라져

세계문화유산 등재위한 기록과 아카이브 서둘러야

[트롯뉴스-트로트문화원 공동 특별기획]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에 말하다


⑥ 마지막회 : 아카이브가 미래를 만든다

 

트롯뉴스와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 공동기획 시리즈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에 말하다 : 소외된 음악이 역사가 되는 법’ 6부작 중 6번째 마지막 회로, 영화 마이클 등의 성공과 아카이브의 필요성 등을 살펴보고 트로트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영화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인 콘서트’가 오늘날 극장 스크린에 내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십 년 전의 공연 영상이 4K 복원이 가능할 만큼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결정적 이유가 있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9억 1,000만 달러의 대기록을 세우고, 이어 영화 ‘Michael’이 9억 1,190만 달러를 거둬들이며 역대 최고 흥행 음악 전기영화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힘, 나아가 아티스트의 미공개 자필 메모가 경매에 오르고 의상이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는 동력 역시 모두 체계적인 아카이빙이 전제 되었기에 가능했다.

 

레트로 붐을 뒷받침하는 숨은 공로자는 다름 아닌 아카이브다.

그렇다면 100년 역사를 지닌 한국 트로트의 기록은 지금 어디에 남아 있는가?


 마이클 잭슨의 사후 자산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비공개 음원이 정기적으로 발매되고, 미공개 공연 영상은 리마스터링돼 다시 유통된다./사진=마이클잭슨 SNS


서구 대중음악 아카이빙 시스템 

 

마이클 잭슨의 사후 자산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비공개 음원이 정기적으로 발매되고, 미공개 공연 영상은 리마스터링돼 다시 유통된다. 

그의 재산을 관리하는 MJJ프로덕션과 소니뮤직은 아카이브를 문화적 자산이자 경제적 자산으로 운용한다. 

영화 ‘Michael’ 제작 과정에서도 이 아카이브의 힘이 그대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그의 어린 시절부터 1980년대 'Bad' 월드투어까지의 방대한 기록들 즉 공연 영상, 사진, 인터뷰, 가족의 증언 등을 토대로 127분 분량의 서사를 완성했다. 

잭슨가(家)와 그의 재단이 보존해온 자료가 없었다면 애초에 시나리오 자체가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레이스랜드(Graceland)는 단순한 생가가 아니라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는 문화 관광지다. 엘비스의 공연 의상, 자필 메모, 악보, 음반 원판까지 모두 보존돼 있다. 덕분에 ‘에픽: 엘비스 프레슬리 인 콘서트’는 1970년대 공연 영상을 4K로 복원해 21세기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


퀸의 아카이빙도 탁월하다. 

프레디 머큐리의 미공개 데모 테이프, 투어 사진, 무대 의상이 철저히 보존됐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 아카이브 위에서 만들어졌다. 기록이 없었다면 영화도 없었다.

서구 대중음악이 사후에도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유는 단지 음악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기록이 체계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9억 1,000만 달러의 대기록을 세우고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공연의 영상과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기록되고 보존되어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사진=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장면


아카이브 없으면 레전드 없다


마이클 잭슨의 기록적인 수치를 다시 보자. 

그가 세운 39개의 세계 기록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그 기록들이 당시 제대로 측정되고 보존됐기 때문이다. 

1991년 11월 14일 'Black or White' 뮤직비디오가 전 세계 27개국에서 동시에 방영됐을 때 약 5억 명이 시청했다는 수치가 지금도 거론되는 것은, 당시 시청률이 정밀하게 기록됐기 때문이다.

1986년 펩시콜라 광고 출연료 1천2백만 달러(현재 가치 약 480억 원)라는 기록이 지금도 의미를 갖는 것은 그 계약서와 수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후 음악 다운로드 기록, 사후 앨범 차트 기록, 지금도 이어지는 자선단체 활동 등 이것들 모두 기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기록하지 않으면 역사가 되지 않는다. 잊히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된다.


 

트로트 아카이빙 한심한 현실


한국 트로트는 어느덧 1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 

1920~30년대 태동기부터 6·25 전쟁 전후 서민의 애환을 달랜 노래들, 70~80년대의 찬란했던 전성기, 90년대 대중음악 지형의 격변과 2000년대 K팝 열풍 속에서의 치열한 생존, 그리고 2020년대의 화려한 부활까지. 한 세기에 걸친 민중의 희로애락이 음악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 소중한 기록들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있는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초기 트로트 음원의 상당수는 원본 마스터 테이프조차 유실된 지 오래다. 


흑백 TV 시절의 공연 영상은 방송사 창고 한구석에서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거나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1950~60년대를 풍미했던 공연 포스터와 빛 바 랜 악보, 땀방울이 밴 무대 의상 역시 개인 소장자들의 손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거나 이미 안타깝게 소실되고 말았다.

故 현인을 비롯해 이미자, 남진, 나훈아, 故 현철, 송대관 등 한 시대를 호령한 거장들의 전성기 공연을 온전한 형태로 기록한 영상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남아 있을까? 


당장 4K 고화질로 복원하려 해도 그 바탕이 될 원본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개인이 사재를 털어 세운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고군분투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지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트로트 아카이빙 시스템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무심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트로트 역사를 개척한 레전드 들의 나이가 깊어질수록, 그들의 생생한 증언과 뇌리에 각인된 기억, 그리고 그와 함께 호흡했던 소중한 기록들마저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카이빙을 미루는 것은 단순한 직무 유기가 아니다. 그것은 곧 우리 대중음악의 뼈대인 100년 역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카이브가 만드는 무한한 미래


서구 대중음악 시장에서 아카이브가 창출해 내는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를 살펴보면, 한국 트로트 아카이빙의 중요성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이클 잭슨의 미공개 음원과 영상은 해마다 새로운 킬러 콘텐츠로 가공되어 세상의 빛을 본다.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과 뮤직비디오에서 파생되는 막대한 수익부터 다큐멘터리 판권, 굿즈 사업, 블록버스터급 영화 제작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부가가치를 낳는 마르지 않는 샘물은 결국 꼼꼼하게 보존된 ‘기록’에서 비롯된다.

 

100년 역사의 우리 트로트 역시 그와 같은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1960년대 흑백 공연 영상이 생생하게 복원된다면 어떨까?

가황 나훈아의 전설적인 1980년대 무대를 4K 화질로 리마스터링해 글로벌 OTT 플랫폼에 띄운다면, 혹은 故 현철의 미공개 녹음본이 기적처럼 발굴되어 대중 곁으로 찾아온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트로트 레전드들의 땀방울이 스친 공연 컬렉션이 하나의 독자적인 디지털 서비스로 재탄생하는 가슴 벅찬 그림이다.

 

이것은 결코 허황된 상상이 아니다. 

체계적인 아카이브만 든든히 뒷받침된다면 당장이라도 실현 가능한 현실의 비즈니스다. 그리고 이 찬란한 가능성을 현실의 산업으로 꽃피우기 위한 유일한 전제 조건은, 단 1분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지금 당장 기록의 첫 삽을 뜨는 일이다.


100년 역사의 우리 트로트 역시 그와 같은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의 1960년대 흑백 공연 영상이 생생하게 복원된다면 큰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다/사진=온라인커뮤니티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의 출범 이유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이 출범한 핵심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트로트를 단순한 대중음악 소비의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세대를 잇는 역사이자 문화적 유산으로 보존하며 전승해 나가는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 트로트와 일본 엔카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 프로젝트 역시 철저한 아카이빙 없이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유네스코 등재의 필수 전제 조건은 해당 장르의 역사적 뿌리와 문화적 가치, 그리고 전승의 계보를 치밀한 문서와 영상 기록으로 증명해 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탱고를 공동 등재할 수 있었던 결정적 무기 또한 방대하게 축적된 역사적 기록물이었다. 

우리가 걷고자 하는 트로트와 엔카의 공동등재 여정 역시 같은 궤도를 그린다. 한국의 트로트와 일본 엔카 사이의 끈끈한 역사적 연관성, 두 장르가 팍팍한 서민의 삶을 어떻게 위로하고 담아왔는지, 나아가 동아시아 대중음악사에서 어떠한 위상을 차지하는지를 입증할 구체적인 기록이 필요하다. 


기록이 뒷받침되지 않은 역사는 결국 공허한 주장으로 남을 뿐이다.

그렇기에 체계적인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생존해 있는 트로트 거장들의 생생한 구술 기록부터 현존하는 빛 바랜 영상 자료의 디지털 변환, 낡은 악보와 음원 원본의 보존, 그리고 과거 공연 사진과 포스터의 수집까지. 

100년 트로트 역사의 숨결을 온전히 채집하는 이 중차대한 작업은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



2050년에도 여전히 기억되게 하려면


마이클 잭슨은 사망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역대 최고 수익의 사후 스타 중 한 명이다. 

그것은 단순히 그의 음악이 훌륭해서 만은 아니다. 그 훌륭함을 증명해 줄 기록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영웅은 명실상부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트로트 스타다. 

그러나 2050년에도 그의 이름이 찬란하게 기억되려면 팬들의 아련한 기억만으로는 부족하다. 무대 위 공연 영상부터 음원 원본, 인터뷰 기록, 피땀 어린 무대 의상, 그리고 대중문화의 한 축을 이룬 팬덤 활동의 역사까지. 

지금의 뜨거운 문화적 자산이 미래에도 생생히 유통되려면 '바로 지금' 기록되어야 한다.

아카이빙이 곧 스타의 영원한 수명을 결정한다. 

마이클 잭슨이 그것을 완벽히 증명해 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트로트가 거장들에게서 배워야 할 마지막 교훈이다.


마이클 잭슨은 사망한 지 15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역대 최고 수익의 사후 스타 중 한 명이다. 그 이유는 단순히 그의 음악이 훌륭해서 만은 아니다. 그 훌륭함을 증명해 줄 기록이 체계적으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마이클잭슨 SNS


레트로 붐은 기록된 문화만의 특권

 

레트로 붐은 오직 '기록된 문화'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세계가 마이클 잭슨을 다시 소환하고, 엘비스 프레슬리를 극장 스크린에 복원하며, 퀸의 전설적인 공연에 환호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트로트의 레트로 붐이 앞으로 100년 후에도 지속 가능 하려면 바로 지금 아카이빙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기획 시리즈가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다. 

마이클 잭슨은 우리에게 음악의 본질적인 힘과 소외된 장르의 복원, 퍼포먼스의 무한한 가능성, 팬덤의 뜨거운 연대, 그리고 기록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동시에 일깨워주었다.

 

이제 트로트도 이 모든 유산과 교훈을 온전히 수용하고 수렴해야 한다. 

그리고 머뭇거림 없이 그 교훈을 하나씩 실천으로 옮겨야 할 때다. 기록하지 않는 문화는 결국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우리가 트로트 아카이빙 구축에 단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는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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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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