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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②] 흑인음악의 벽을 허문 마이클 잭슨… '뽕짝'의 낙인 지워낸 트로트 ‘닮은꼴 궤적’

박강민 기자 oasis365@gmail.com

등록 2026-06-25 13:37

미 MTV 흑인음악 “포맷 안 맞는다” 방송거부

'Billie Jean'으로 정면돌파 흑인 가수들 길 열어

미국의 대중음악 인종차별 허문 분기점으로

한국도 트로트를 ‘왜색’, ‘성인가요’ 몰며 홀대

폭발적 경연 열풍에 젊은 가수 등장하며 돌파

[트롯뉴스-트로트문화원 공동 특별기획] ②


마이클 잭슨이 트로트에 말하다 : 소외된 음악이 역사가 되는 법


마이클 잭슨은 단지 노래를 잘한 가수가 아니었다. 

그는 소외된 음악을 주류로 끌어올린 사람이었다. 흑인음악이 대중음악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던 시대, 그는 그 경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놀라운 것은 그 과정이 한국 트로트가 걸어온 길과 기이하게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낙인과 편견, 제도적 배제와 대중의 저항, 그리고 마침내 주류로 복권되는 서사. 두 장르는 전혀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너무나 닮은 투쟁을 치렀다.


1976년, 에픽 레코드에서 발매한 마이클 잭슨의 데뷔 앨범  / 사진=마이클잭슨 공식 SNS

이 투쟁의 무게는 지금 스크린에서도 다시 확인되고 있다. 

그의 잭슨5 시절부터 1980년대 ‘Bad’ 월드투어까지를 다룬 전기영화 ‘Michael’은 개봉 두 달 만에 9억 1,190만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 흥행 음악 전기영화에 등극했다. 

흥행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바깥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그가 허물었던 인종의 벽이 만든 음악적 유산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국경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관객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미국, 흑인음악 현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음악 지형은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 MTV는 1981년 개국 당시 사실상 백인 록 음악 채널이었다. 

흑인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는 ‘우리 채널의 포맷에 맞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거부됐다. 라디오도 마찬가지였다. R&B와 소울은 별도의 '블랙 라디오'에서 소비됐고, 주류 팝 차트와는 다른 세계에 존재했다.

마이클 잭슨은 이 벽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1983년 ‘Billie Jean’ 뮤직비디오가 MTV를 강타했다. CBS 레코드가 MTV에 사실상 압박을 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MTV는 결국 방영을 결정했고, 그 결과는 대중문화의 지형을 바꿨다. 흑인 아티스트가 주류 뮤직비디오 채널에 등장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후 프린스, 마이클 잭슨, 티나 터너로 이어지는 흑인 아티스트들의 MTV 입성은 미국 대중음악의 인종 장벽을 허문 분기점이 됐다. 


1984년, 마이클 잭슨은 그래미 역사상 "Thriller" 앨범과 관련된 7개의 그래미상을 포함해 총 8개의 그래미상을 수상 / 사진=마이클잭슨 공식 SNS

마이클의 ‘Thriller’ 뮤직비디오는 14분짜리 단편영화로 제작돼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 됐다. ‘Thriller’ 앨범은 37주 동안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을 지켰고, 한 앨범에서 7개의 톱10 싱글을 낸 최초의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단지 음악을 팔지 않았다. 흑인음악이 미국 대중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국 트로트의 ‘삼중 낙인’

 

한국 트로트는 오랜 시간 겹겹의 낙인을 안고 살았다.

첫 번째 낙인은 ‘왜색(倭色)’이다. 

일제강점기의 문화적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트로트는 오랫동안 ‘일본 잔재’로 불렸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관계 자체가 복잡하다. 

트로트는 한국 고유의 민요·판소리·잡가의 정서와 서양 음악 형식, 그리고 시대적 감성이 결합해 탄생한 한국 대중음악의 원형에 가깝다. 그런데도 ‘왜색’ 딱지는 수십 년 동안 트로트를 따라다녔다.

 

두 번째 낙인은 제도적 검열이다. 

군사정권 시절, 문화공보부의 금지곡 지정은 트로트를 직접 겨냥했다. 

‘비탄조’라는 이유로, ‘저속하다’라는 이유로, ‘사회 분위기를 저해한다.’라는 이유로 수많은 트로트 명곡이 금지됐다. 

이는 마이클 잭슨이 백인 중심 방송에서 배제됐던 것과 구조적으로 같다. 권력이 특정 음악을 의도적으로 주변화하는 방식이었다.

 

세 번째 낙인은 ‘성인가요’라는 분류다. 

트로트는 오랫동안 방송 분류 체계에서 ‘성인가’로 묶였다. 이 명칭은 트로트를 젊은 세대와 단절시키는 역할을 했다. 

케이팝이 주류로 부상하던 2000년대, 트로트는 그 반대편에 있었다.

 

 

투쟁의 구조가 ‘닮은 꼴’ 

 

마이클 잭슨이 흑인음악의 주류화를 위해 싸운 방식과 트로트가 낙인을 극복한 방식은 놀랍도록 닮아있다. 마이클은 압도적인 완성도로 싸웠다. ‘Thriller’는 단지 잘 만든 앨범이 아니라,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수준의 작품이었다. 

편견은 예술의 완성도 앞에서 무너진다는 것을 그는 증명했다. 단 한 장의 앨범이 MTV의 인종 장벽을 깬 것이다.


1984년, 마이클 잭슨은 "Thriller" 앨범으로 기네스북에서 역대 베스트셀러 앨범상을 수상 / 사진=마이클잭슨 공식 SNS

트로트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미스트롯’과 2020년 ‘미스터트롯’이 시작되면서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실력 있는 젊은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트로트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것은 트로트가 ‘어르신 음악’이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의 장르라는 사실이었다. 

낙인은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 앞에서 힘을 잃었다. 임영웅, 송가인, 전유진 같은 아티스트들은 트로트를 케이팝과 동등한 위치에 놓았다.

 

마이클이 흑인음악에 한 일을 트로트는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 것이다.

 

 

소외 음악 공통문법 ‘한’, ‘소울’

 

두 장르가 공유하는 더 깊은 부분이 있다. 바로 감정의 뿌리다.

흑인음악의 핵심 정서는 소울(Soul)이다. 

고통과 억압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힘. 노예제의 역사, 차별의 경험, 삶의 무게를 리듬과 멜로디로 녹여낸 것이 흑인 영가에서 R&B, 소울로 이어진 계보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는 이 소울의 정수가 담겨 있다. 그의 보컬에 깃든 애절함, 고통을 기쁨으로 전환하는 에너지는 이 소울에서 나온다.


1983년, 마이클의 단편 영화 "Beat It"이 MTV 뮤직 텔레비전에서 개봉 / 사진=마이클잭슨 공식 SNS

트로트의 핵심 정서는 한(恨)이다. 식민지배, 전쟁, 가난, 이산의 경험을 담은 서민의 노래. 이향(離鄕)과 망향(望鄕)의 서러움, 고된 삶을 살면서도 꺾이지 않는 생명력. 트로트의 꺾기 창법은 단지 음악 기술이 아니라 그 한의 표현이다.

소울과 한은 다른 언어로 말하는 같은 감정이다. 

둘 다 억압된 역사에서 태어났고, 둘 다 고통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았으며, 둘 다 대중의 가슴을 가장 깊이 건드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이클 잭슨의 1993년 그래미 수상 소감은 이 맥락에서 다시 읽힌다. 

“마법, 경이로움, 신비 그리고 어린이들 마음의 순수함이 세상을 치유하는 창조의 씨앗입니다.” 트로트가 수십 년간 서민의 위로가 됐던 이유와 구조적으로 같다.

 

 

다른 장르 같은 청중 공유

 

마이클 잭슨이 한국에서 폭발적 반향을 일으킨 시점은 트로트의 전성기와 겹친다. 

1980년대 음악다방과 나이트클럽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댄스곡과 트로트 메들리가 같은 공간에서 흘렀다. 서로 다른 장르가 같은 청중을 공유했다.

이 공존이 우연이 아니었던 이유가 있다. 

두 장르는 모두 ‘감정을 직접 건드리는 음악’이었다. 마이클의 비트는 몸을 움직이게 했고, 트로트의 가사는 눈물이 나오게 했다. 한국 대중은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원했다.


미국 투어 / 사진=마이클잭슨 공식 SNS

또한, 마이클 잭슨의 무대가 한국 트로트 가수들에게 준 충격은 별도로 기록해야 한다. 화려한 의상, 레이저 조명, 무대 동선, 관객 호응 제스처는 트로트 무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방송국 무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마이클 비디오를 참고했다.’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동대문 시장에서는 ‘마이클 잭슨 스타일’의 원단이 트로트 가수 의상용으로 가장 잘 팔렸다.

장르는 달랐지만, 무대의 문법은 하나였다.

‘관객을 압도하고, 감동을 주고, 기억에 남기는 것.’ 마이클이 거기서 앞서 있었을 뿐이다.

 

 

선택의 기로에 있는 트로트

 

마이클 잭슨의 부활과 트로트의 세계화 전략 사이에는 결정적인 교훈이 있다. 

소외된 음악이 주류가 되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압도적인 예술적 완성도, 그리고 그 음악의 뿌리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

마이클은 흑인음악의 역사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 역사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음악으로 만들었다.

 

트로트도 지금 같은 선택의 앞에 서 있다. 

대한민국 트로트문화원이 추진하는 트로트-엔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공동등재 프로젝트는 이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낙인의 음악이 역사가 되고, 변방의 노래가 세계의 유산이 되는 것. 마이클 잭슨이 흑인음악으로 그 일을 해냈듯, 트로트도 지금 그 가능성의 문 앞에 서 있다.

 

⇒ 다음 편에서는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거짓 소송과 타블로이드 언론의 폭력, 그리고 그 구조가 한국 트로트의 금지곡 탄압 역사와 어떻게 겹치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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