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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서산 수도사 산사 음악회…차가운 가을비도 녹인 흥겨운 한판 ‘진짜 축제’의 전형 보여줬다

박시현 기자 shpark559500@gmail.com

등록 2026-11-02 14:21

가수도 청중도 스님도 빗속으로…진정한 소통 무대

모든 관객들과 연잎밥 나누고 함께 춤춘 ‘흥’ 한마당

동원된 팬클럽 먹자판 장터 없는 온전한 주민 잔치

트로트문화원, ‘주민공감 공동체 축제’새 모델 선봬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는 산사에 흥겨운 춤판이 벌어졌다. 가수들이 무대에서 내려오자, 주민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고, 공연을 마친 가수들도 관객 곁에 남아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주민들의 부름을 받은 주지 스님까지 어울리면서 대웅전 앞마당은 웃음과 박수로 들썩였다. 갑자기 내려간 기온도, 옷깃을 적시는 비도 그 흥을 식히지는 못했다.

 

지난 1일 일요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수도사에서 열린 ‘제2회 서산 부석 수도사 산사 음악회’는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이 된 정겨운 잔치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수도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하 트로트문화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정성껏 차린 음식과 흥겨운 음악, 이웃 간의 어울림을 한자리에 담아냈다.

 

 1일 일요일, 충남 서산시 부석면 수도사에서 열린 ‘제2회 서산 부석 수도사 산사음악회’는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이 된 정겨운 잔치였다. 대한불교조계종 수도사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하 트로트문화원)이 주관한 이날 행사는 정성껏 차린 음식과 흥겨운 음악, 이웃 간의 어울림을 한자리에 담아냈다. 위쪽 좌로부터 가수 엄지, 하태웅, 김유리 , 아래 사진은 관객들과 무대 아래서 어울리고 있는  가수 두각/ 사진=양희수 기자


산사를 채운 지역 주민 400여 명 축제

 

쌀쌀한 날씨에도 이날 음악회에는 40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주민들은 두 시간여 이어진 공연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자리를 지켰다. 성일종 국회의원과 이완섭 서산시장, 서산문화원장, 지역 면장 등도 참석해 음악회를 축하했다.

 

이날 객석의 중심은 인근 지역 주민들이었다.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익숙한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흥이 오르면 앞으로 나와 춤을 췄다. 가수들도 주민들의 반응에 맞춰 다가가고 말을 건네며 잔치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연의 일부가 되는 풍경이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와 흥을 즐길 줄 아는 주민들이 만나 산사에 마을 잔치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사찰음식 연구와 전승에 힘써온 수진 스님(사진 위)은 2024년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사찰음식 전문가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도 한 달 전부터 국내산 재료를 직접 고르며 밥상을 준비했다. 신도회 회원들은 사흘 동안 새벽부터 손을 보태 수백 명분의 음식을 장만했다.  아래 사진은 이날 행사장 주변엔 수진 스님이 준비한 사찰음식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 사진=양희수 기자


주민 도움 감사의 밥상으로 돌아오다

 

이날 행사의 마음을 가장 먼저 전한 것은 점심 밥상이었다. 수도사는 관객들에게 연잎밥과 정갈한 반찬으로 차린 음식을 대접했다. 주민들은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공연에 앞서 잔치의 정을 맛봤다.

 

사찰음식 연구와 전승에 힘써온 수진 스님은 2024년 국회의장상을 수상한 사찰음식 전문가다. 이번 행사를 위해서도 한 달 전부터 국내산 재료를 직접 고르며 밥상을 준비했다. 신도회 회원들은 사흘 동안 새벽부터 손을 보태 수백 명분의 음식을 장만했다. 

 

그 정성에는 오랫동안 품어온 감사가 담겨 있었다. 1987년 수도사를 중건할 당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수진 스님은 “1987년 이 절을 중건할 때 지역 주민들이 모두 와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다”라며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수도사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주민들을 대접하고 싶었다며, 이번 자리를 통해 그 감사에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다는 뜻을 전했다.

 

주민들이 보탠 마음으로 일어선 사찰이 세월이 흘러 다시 주민들을 위한 밥상을 차린 셈이다. 연잎밥 한 끼에는 사찰과 마을이 오랜 시간 쌓아온 인연이 담겼다. 

또 사찰 주변 공터에 정성껏 준비한 형형색색 수십 가지 사찰음식 전시회까지 열려 관객들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주최 측은 행운권 추첨과 함께 참석자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준비했다.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맞고 선물을 챙기는 손길들이 모여 잔치를 완성했다.

 

 (사)대한민국트로트문화원이 주관한 이날  ‘제2회 서산 부석 수도사 산사 음악회’는 지역 주민들 400여명이 주차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다. 이날 행사가 여타 문화 행사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바로 ‘외지 팬클럽 원정대’가 아닌, 실제 지역 주민들이 주인이 된 진짜 동네 잔치였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파는 상업적 장터 대신, 온 마을 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음식을 나누고 마당극을 벌이듯 어우러진 풍경은 진정한 지역 축제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었다. / 사진=양희수 기자


엄지가 불붙인 춤판… 빗속에 빛난 무대

 

가수 하태웅과 엄지, 두각, 김유리는 주민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산사의 분위기를 달궜다. 출연진의 열정에 관객들의 호응이 더해지면서 무대의 흥은 객석으로 번져갔다.

 

엄지는 ‘첫차’ 등 신나는 노래로 잔치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무대를 내려와 관객들 사이에서 노래하자 앉아서 손뼉을 치던 주민들이 하나둘 앞으로 나섰다. 손을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차분하던 산사 마당은 흥겨운 춤판으로 변했다. 관객의 반응을 놓치지 않고 함께 움직이며 분위기를 이끄는 엄지의 무대 감각이 돋보였다. 주민들의 흥을 끌어내고 그 호응을 다시 노래에 싣는 모습에서 현장형 가수의 진가가 드러났다.

 

유도선수 출신으로 ‘미스터트롯3’에 출연한 두각은 ‘막걸리 한 잔’을 부르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씩씩한 무대와 구수한 노래가 어우러지며 주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미스트롯4’에 출연한 김유리도 ‘미운 사내’와 ‘남이 가’ 등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두각과 김유리는 자신의 출연 순서가 끝난 뒤에도 관객석에 내려와 주민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했다. 다른 가수의 무대에도 흥을 보태며 잔치의 한 구성원으로 어울렸다.

 


‘익산 나이트’ 하태웅 정겨운 피날레

 

피날레는 하태웅이 장식했다. ‘사랑아’와 ‘익산 나이트’ 등을 부르며 열기를 이어간 그는 ‘익산 나이트’를 ‘서산 나이트’로 바꿔 불러 주민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익숙한 노랫말에 자신들이 사는 고장 이름이 들어가자, 객석은 더 많이 들썩였다. 가수가 건넨 재치에 주민들이 웃음과 환호로 답하면서 노래는 이날 서산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무대가 됐다.

 

흥이 무르익자, 대웅전 앞마당에는 가수와 관객, 신도들이 한데 어울렸다. 주지 수진 스님도 함께 춤을 추며 잔치를 즐겼다. 음식을 준비한 사람도, 노래를 부른 사람도, 초대 받은 사람도 같은 자리에서 웃었다. 이날 음악회의 정겨움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주민이 주인공 ‘공감형 공동체 축제’

 

이날 행사가 여타 문화 행사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바로 ‘외지 팬클럽 원정대’가 아닌, 실제 지역 주민들이 주인이 된 진짜 동네 잔치였다는 사실이다. 음식을 파는 상업적 장터 대신, 온 마을 사람들이 한 식구처럼 음식을 나누고 마당극을 벌이듯 어우러진 풍경은 진정한 지역 축제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었다.

 

이번 음악회는 또 트로트문화원이 준비하는 지역 축제의 방향을 보여준 현장이기도 했다. 지역의 사연을 바탕으로 주민을 초대하고, 음식과 음악을 매개로 서로 어울릴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수도사에는 중건 당시 도움을 준 주민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마음을 담아 차린 밥상 위에 트로트의 흥이 더해졌고, 가수와 주민들이 함께 움직이며 잔치를 만들어갔다. 지역의 인연과 사람들의 참여가 행사의 중심을 이뤘다.

 

이를 ‘주민 공감형 공동체 축제’라고 부를 만하다. 주민들이 편안하게 찾아와 대접받고, 노래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자기 동네의 잔치로 기억할 수 있는 축제다. 트로트문화원이 앞으로 지역마다 다른 사연과 특색을 살려 발전시켜 갈 만한 모델이기도 하다.

 

가을비가 내리는 작은 산사에서 지역 주민들은 정성 어린 한 끼를 나누고 한바탕 흥을 풀었다. 서산 수도사 산사 음악회는 사람들이 함께 먹고 웃고 어울리는 데서 시작되는, 마을 잔치 본연의 힘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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